정병규 (광고디자이너 , 소설가)
‘일확천금’이라는 말이 있다. 한꺼번에 많은 돈을 얻는다는 뜻으로 노력도 없이 벼락부자가 되는 것을 말한다. 보통은 주식이나 땅에 투자하거나 나쁘게는 도박을 하거나 사기를 치는 일들이다. 그런데 합법적으로 그런 꿈을 이룰 수 있는 것이 복권에 당첨되는 일이다. 그래서 너도,나도 한 두 장 씩 사본 경험들은 있다.
학교 교과서에 본인의 노력 없이 들어오는 재물을 바라서는 안 되며 일확천금을 노려서도 안 된다고 분명히 가르치고 있다. 그런데 왜 이런 사행심을 조장하는 복권을 공공연하게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사람들은 행여나 기대하며 복권을 사지만 역시나로 끝이 나는 것이 복권이다. 좋은 꿈이라도 꾸었던 날이면 지갑을 몽땅 털어 복권을 산다. 필자도 호랑이를 타고 가는 꿈을 꾸고 처음으로 복권을 샀던 경험이 있다. 결과는 말 안 해도 뻔한 일이다. 호랑이가 아니고 고양이였던 것이다. 만약 당첨되었다면 지금 이런 글을 쓰고 있지도 않을 것이다.
복권 당첨될 확률은 길 가다가 벼락에 맞아 죽을 확률과도 같다고 하니 죽어야 당첨되는 일이 아닌지. 그런 확률인데도 사람들은 당첨이다 아니다 로만 따져 50%라고 생각하며 복권을 산다. 본인만을 두고 따진다면 틀린 생각은 아니다.
복권을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가난한 서민들이고 돈 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사지를 않는다. 복권 수익금이 공익사업 같은 좋은 곳에 쓰여 진다고 하지만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나랏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과정이 옳지 않아도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모순된 논리이다.
사람들은 항상 대박의 꿈을 꾸며 산다. 몇 천 원에 산 복권이 본인들에게 큰 행운을 가져다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이용해서 정부가 이런 짓을 하는 것이다. 물론 돈벼락을 맞은 사람도 있지만 아주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 사람들의 생활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주위에서 만난 적이 없으니 알 수가 없다. 돈이 없을 때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열심히 일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거액이 들어오면 혼란에 빠진다. 신문에 나는 것을 보면 화목했던 부부가 이혼하고 흥청망청 쓰다가 거지가 되었다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복권 제도는 누가 발명했는지 모르지만 아무런 자본도 노력도 없이 손 안 대고 코 푸는 사업이라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도 시행하고 있다. 국민들에게 사행심을 조장시키고 노동 의욕을 떨어뜨리며 중독이 되면 패가망신할 수도 있다. 콩나물을 팔며 알뜰하게 살고있는 사람들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일을 정부에서 하고 있는 셈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복권인생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노력을 하지 않으면서 복권처럼 한탕만을 노리며 사는 인생을 뜻한다고 한다. 이런 인생들이 많아지면 나라가 망하는 지름길이 된다.
그런데 어떤 팔자를 타고나야 당첨이 되는지 궁금은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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