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60부터
정병규 / 광고디자이너 , 소설가
언제부터 인가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이 생겨났다. 나이 60이 넘으면 자식들을 출가를 시키고 부부만 남는 시기이다. 그 동안 바빠서 못했던 취미생활을 하면서 여유가 있으면 여행도 다니며 편안하게 인생을 즐길 수 있는 나이다. 그러나 실제 생활은 전연 그렇지가 못한 또 다른 고생길이다.
나이 60이 넘으면 제일 먼저 몸에 이상이 온다. 그 동안 혹사시켰던 기계가 고장이 나는 것이다. 치아부터 망가지고 몸의 이곳저곳이 아파오면서 하던 일에 흥미를 못 느끼고 새로운 일에 도전할 용기도 없어진다. 그리고 이 시기에는 본인의 부모님들이 세상을 떠나기 때문에 인생의 무상함도 느끼게 된다. 또한 수입이 줄어들면서 경제적으로도 힘이 드는 막다른 시기이다. 차라리 옛날처럼 수명이 짧았던 시대가 더 좋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예전에는 60을 오래 살았다며 환갑잔치를 벌였다. 그러나 지금은 건강한 생활과 의료시설의 발달로 평균 수명이 80을 넘어가고 있다. 무엇으로 남은 인생을 즐겁고 보람있게 보내야 할지 걱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으며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한국에 허리가 꾸부러진 노인들이 폐지를 모아 연명하고, 사는 것이 힘들어 자살하는 노인들도 생겨나고 있다. 혹자는 말할 것이다. 젊을 때 열심히 일하지 않고 노후 대책을 세우지 않아서 그렇다고. 그럴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한국부모들은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고 살았으며 본인들이 어려워도 자식들에게 손을 내밀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가 부부 중에 한명이 먼저 떠나게 되면 삶의 의욕까지 잃어 버리고 만다. 그저 하느님이 불러 줄 날을 기다리며 교회당 앞자리를 차지하고들 계신다.
어떤 교수가 ‘노후에는 건강에 유의하고 소일거리를 만들고 사람들을 만나며 긍정적으로 사시라.’며 강의를 한 적이 있다. 그것을 모르는 노인은 없다. 건강은 이미 탈이 났고 소일거리라고는 손자 돌보는 일 밖에 없다. 밥값이라도 있어야 사람을 만나게 되며 돈이 생기거나 술이라도 들어가야 긍정적이 된다는 현실을 모르는 교과서를 읽고 있다.
한국은 자살률이 높고 그 중에서도 노인들의 비율이 제일 높다고 하니 심각한 현실이다. 정부에서 노인복지 문제로 그렇게도 떠들더니 기초 생활연금이라고 해서 어려운 노인들에게 고작 20만원을 준다고 하니 한심스럽다. 정치인들의 부모님은 잘 살아서 그들의 어려움을 전혀 모르는 것 같다.
필자도 어느 덧 60이 넘었고 지난 몇 년 사이에 부모님들도 돌아 가셨다. 자식들도 다 커서 떨어져 살고 있으니 생활이 외롭고 의욕도 없어진다. 제대로 준비할 겨를도 없이 수명만 길어졌다. 노후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생각은 많지만 쉽게 해답이 나오질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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