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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종 화  <밸리 클래식음악 동호회> 회장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은 러시아 민족주의적인 면모를 갖추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독일 낭만주의 전통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합니다.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에서 광활하고 화려한 슬라브(러시아)적인 정서를 분명히 느낄 수 있지만, 무소르그스키나 림스키-코르사코프 등의 음악만큼은 러시아적인 색채가 짙지는 않습니다.
   차이코프스키는 독일 낭만주의를 배운 사람이며, 서유럽을 향한 창이라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서유럽 낭만주의를 벗어나지 않는 음악을 작곡했다고 전해집니다. 따라서 드보르작이 보헤미안의 정서를 그렇게 한 것처럼, 차이코프스키도 독일 낭만주의를 바탕으로 러시아의 정서를 표현했다고 보는 견해가 많습니다. 좋은 예로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은 러시아 연주자나 러시아의 오케스트라가 가장 잘 연주할 것이라는 예측은 보통 보기 좋게 빗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제4번 교향곡이 발표된 후 재충전하기 위하여 1887년 연말부터 1888년 봄에 걸쳐 서유럽으로 연주 여행을 떠났는데, 베를린, 라이프치히, 함부르크, 프라하, 파리, 런던 등지에서 브람스, 그리그, 드보르작, 구노, 들리브, 토마, 마스네, 생상스 등의 대가와 만나 교류하고, 유럽 각지에서 그의 지휘에 의한 연주들도 성공을 거두고 온 자신감에서 비롯한 작곡이 제5번 교향곡으로 전해집니다. 그리고 그가 만났던 많은 작곡가 중 그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은 그리그였다고 합니다. 차이코프스키가 말하기를 “그리그만큼 아름답게 노래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라고 칭송했는데, 그러한 영향인지 제5번 교향곡의 2악장에 나오는 호른 독주에 의한 노래는, 아름다운 안단테 칸타빌레로 많은 분이 좋아하시듯, 이 곡의 매혹적인 부분이 되고 있습니다.
   교향곡 5번은 1888년 8월에 완성되어 11월에 작곡가 자신에 의해 초연되었을 때, 평론가의 반응은 나빴지만, 청중들은 대가를 향해 큰 갈채를 보냈다 합니다. 그러나 그 후 러시아에서 헝가리 출신 지휘자 아루트르 니키슈 (Arthur Nikisch)의 지휘로 대성공을 거두었다고 합니다. 차이코프스키의 6개의 교향곡 가운데에서 가장 변화가 많고, 또한 가장 열정적인 곡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깊고 무거운 심연의 어두운 그림자를 지극히 감상적인 전개로 표현한 작품이라는 평을 듣고 있는 이 곡을 듣고 있노라면,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 “비창”의 전주곡을 듣고 있는 듯한 비애를 느끼게 합니다. 어려울 때마다 힘이 되어준 폰 메크 부인을 그리며 그녀에 대한 애증과 미련과 갈망이 잘 나타나 있는 곡, 차이코프스키만큼 인간의 슬픔을 이토록 처절하도록 아름답게 그린 작곡가도 흔치 않은 것 같습니다.
   저는 특히 2악장을 좋아하는데, 눈물을 닦아주는 위로가 있으며 마음에 평화를, 그리고 용기와 희망이 교차하는 아름다운 악장입니다. 저 역시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이 곡을 가끔 들으며 마음을 정리하곤 합니다.
   제가 신혼 때에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니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5번 2악장이 잔잔히 울려 퍼지고 있었습니다. 막내로 자란 저와 결혼한 아내가, 직장을 다니며 집안 살림과 애를 돌보는 일도 벅찬데, 거기다가 남편 투정까지 맞추어야 하는 힘든 신혼생활 동안 가끔씩 혼자 듣곤 했었습니다.
   이 곡이, 누구에게도 하소연할 수 없었던 아내의 상한 마음을 위로해 주었으니, 위대한 작곡가 차이코프스키에게 감사해야겠습니다.    
   지금도 아내가 이 곡을 듣느냐고요? 아니요, 미국와서는 한 번도 못 보았습니다. 몰래 들었으면 몰라도… . <*> 
문의 chesonghw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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