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종 화 -<밸리 클래식음악 동호회> 회장
베토벤은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해 10개의 소나타 (바이올린 소나타)를 작곡했는데, 그중 5번‘봄’과 9번‘크로이체르’가 가장 유명하며 모든 바이올린 소나타 중에서도 사랑받고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베토벤 하면 너무나 유명한 교향곡 제3번“영웅”, 제5번“운명”, 제9번“합창” 같은 심각하고 고뇌에 찬 작품으로만 생각하는데, 이 곡은 예외적으로 비발디의‘사계’중‘봄’처럼 밝고 따뜻함으로 가득합니다.
곡 초반의 멜로디는 전원 교향곡의 첫 멜로디처럼 우리 귀에 익숙한 듯 평화로운 전원풍의 바이올린 선율에서는 대부분의 베토벤 음악에 녹아있는 조금은 무거운 이미지를 전혀 느낄 수가 없습니다.
이 당시에는 바이올린 소나타에서 바이올린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피아노 반주를 사용했는데, 베토벤은 이 작품에서 바이올린과 피아노는 서로 조화를 이루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연주를 하는데, 때론 바이올린이 반주하며 피아노가 멜로디를 연주하는 등, 두 개의 악기를 대등하게 사용하는 새로운 창작의 기틀을 마련하였습니다.
이 작품은 1801년 10월에 출판되었으며 모리츠 폰 프리스 백작에게 헌정되었습니다. 이 곡은 경제적인 이유로 작곡했지만, 베토벤의 음악적 영감이 가득 차 있는, 최고의 예술적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봄”이라는 제목은 베토벤이 직접 붙인 것이 아니라 이 곡을 들은 후세의 사람들이 나중에 붙인 것이며, 제목처럼 전원적인 분위기를 잘 나타내 주고 있습니다. 제5번은 4악장으로 이루어져 있는 데 반해 제1번에서 제4번까지는 3악장 구성되어 있습니다. 베토벤은 그 후 제7번과 제10번 소나타를 4악장으로 작곡하였습니다.
“봄”소나타를 작곡할 무렵, 두려워했던 귓병이 심해져 거의 말을 듣지 못할 정도로 악화하여 절망감으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을 때, 베토벤은 친구 아멘다에게 이렇게 편지를 보냈습니다.
“당신의 친애하는 베토벤은 참으로 불행합니다. 지금 나는 자연과 하나님을 상대로 싸우고 있으며 하나님을 얼마나 원망했는지 모릅니다. 나에게 가장 귀중한 청력이 거의 쓸모가 없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베토벤에게는 가장 어려운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밝고 사랑스러운 곡을 작곡했는데, 어쩌면 역설적으로 가장 힘든 시기이었기에, 이토록 꿈꾸는 듯한 아름다운 봄을 작곡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남가주에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비가 유난히 많이 내렸던 겨울이 지나면서, 평소에는 말라버린 풀로 가득한 볼품없는 언덕과 들판들이 싱그러운 푸르름으로 뒤덮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머지않아 들꽃으로 가득히 뒤덮일 언덕과 들판을 믿음의 눈으로 바라보며 벌써 봄 마실 떠날 채비에 마음이 들떠 있습니다. 이름 모를 들꽃들이 자태를 뽐내며 우리들을 유혹할 2019년 봄은, 베토벤의 작품 중 가장 밝고 온화한“봄”소나타처럼, 평화롭고 따뜻한 봄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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