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중순, 딸이 결혼을 하였다. 결혼 준비를 하는 동안 기도와 격려외엔 실제적인 도움을 많이 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으로 결혼식을 기다리고 맞이하였다. 꽃들이 만발한 청명한 날씨의 아름다운 가든에서 감동적인 선율(Melody)에 맞춰 딸과 팔짱을 끼고 들어가려는데 갑자기 눈물이 났다. 예상치 못하게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감정의 복받침이었다. 목회자로서 시간적으로, 물질적으로 잘 해주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성장해서 모든 학업을 마치고 어려운 사람들을 돌보는 전문인이 되고, 믿음의 남편을 만나 가정을 이루게 되었구나. 좀 더 잘해주었어야 했는데...
딸이 그런 나의 마음을 눈치 챘는지,“아빠, 아빠가 울면 나도 울어...” 그 소리에 꾹 참고... 웃는 것도 아니고 우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모습으로 신부 입장을 하고 순식간에 딸을 사위에게 인계하고 자리에 앉았는데, 미안함과 감사의 벅찬 감동이 한꺼번에 밀려와서 결혼식 내내 흥분된 마음으로 계속해서 다음의 말들로 기원을 하였다. “그래. 행복하게 살아다오.”
구약성경 여호수아 15:13-19, 그리고 사사기 2:6-10에 보면 딸 ‘악사’를 시집보내는 아버지‘갈렙’(구약에서 믿음과 용기의 사람으로 여호수아와 함께 소개되어지는 인물)의 이야기가 나온다. 고대세계의 가부장적인 제도하에서 일어나는 일이기에 오늘에 적용하기는 무리가 되는 부분이 있지만, 핵심은 아버지가 딸의 결혼을 준비하고, 딸과 사위가 살아갈 수 있는 밭과 샘물을 주는 내용이다. 이런 과정이 믿음과 사랑 안에서 아버지와 딸과 사위의 적극적이고 역동적 관계로 이루어진다. 딸‘악사’는 겸손히 아버지에게 요청하여 물질적 혼수를 준비했고 아버지의 신앙을 이어받는 영적 혼수를 준비하였다. 그 아버지의 그 딸이었다. 이 두 부부의 이야기는 더 이상 성경에 나오지 않지만 행복하고 거룩한 가정을 이루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제 막 신혼생활을 시작한 딸과 사위에게 갈렙처럼 물질적 혼수인 밭이나 샘을 마련해 주진 못했지만, 언제나 두 사람 곁에서, 같은 자리에 든든히 서있는 한 그루의 나무처럼 사랑의 그늘이 되어주고 조용히 기도하며, 영적 유산인 세 가지 진리의 말씀으로 격려하려고 한다.
첫째, 고린도전서 6장 19절,“너희 몸은 너희가 하나님께로부터 받은바 너희 가운데 계신 성령의 것인 줄을 알지 못하느냐? 너희는 너희 자신의 것이 아니라 값으로 산 것이 되었으니 그런즉 너희 몸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라.”
둘째, 잠언 31장 30~31절, “고운 것도 거짓되고 아름다운 것도 헛되나 오직 여호와를 경외하는 여자는 칭찬을 받을 것이라 그 손의 열매가 그에게로 돌아갈 것이요 그 행한 일로 말미암아 성문에서 칭찬을 받으리라.”
셋째, 시편 127편 1-2절,“여호와께서 집을 세우지 아니하시면 세우는 자의 수고가 헛되며 여호와께서 성을 지키지 아니하시면 파수꾼의 깨어 있음이 헛되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