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는 바이올리니스트들의 전성기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가 전 유럽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이후, 파가니니의 테크닉을 고스란히 모방한 비르투오소들이 유럽 각지에서 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폴란드에서는 비에니아프스키가, 벨기에에서는 비외탕과 이자이, 그리고 스페인에서는 사라사테라는 탁월한 연주자가 나타났습니다. 당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였던 이들은 현대의 팝스타 못지 않은 인기를 누렸고, 막대한 부와 명예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특히 스페인의 사라사테도 예외는 아니었는데, 당시 사라사테의 연주에 감동한 작곡가들은 다투어 그에게 곡을 헌정했습니다. 랄로는 스페인 교향곡을, 브루흐는 바이올린 협주곡을, 그리고 생상은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를 헌정했습니다.
1868년에 완성되어 4년 후에 사라사테의 독주로 파리에서 초연된 바이올린과 관현악을 위한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는,“찌고이네르바이젠”의 작곡가 사라사테의 연주를 보고 이 바이올린의 명수에 완전히 매료되어 그를 위해 작곡해서 헌정한 곡입니다. 사라사테풍의 화려한 바이올린의 기교가 짙게 깔려있을 뿐 아니라 프랑스적 우아한 정서로 가득 차 있는 이 곡은, 오늘날에도 명연주자가 연주회에서 즐겨 연주하는 곡입니다.
생상이 활동하던 시대에는 낭만주의 시대로 격렬한 감정과 폭발적인 열정의 소유자인 독일의 바그너(Richard Wagner, 1813-1883)가 그 위세를 떨치고 있었으며, 그러한 독일의 낭만주의는 프랑스에까지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러나 생상은 당시의 독일 낭만주의에 대항해서 본래의 특질을 갖춘 밝고 맑은 음악을 표방하면서 세자르 프랑크(Cesar Franck), 가브리엘 포레(Gabriel Faure) 등과 함께 참다운 프랑스의 고전 음악을 소개하고 발전시키려 노력했습니다.
170여곡의 많은 작품을 작곡한 생상은 그의 음악적인 공적으로 프랑스의 레종 도뇌르 훈장 중에서도 가장 영예로운‘그랑 클로아’를 받았고, 케임브리지 대학으로부터 박사학위까지 받았으나, 개인적으로는 별로 행복한 생활을 하지 못했습니다. 40세 때 결혼한 19세의 신부와 어머니의 불화로 괴로워하던 생상은, 결혼 6주년을 기념하여 부인과 휴가를 즐기던 중 스스로 사라져 버립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객지를 방황하다가 결국 알제리의 어느 호텔에서 쓸쓸한 죽음을 맞이했는데, 그의 시종만이 그의 곁에서 그의 죽음을 지켜보았다고 합니다.
생상의 음악은 고전주의와 낭만주의를 절충한 작품으로 밝고 정결하며 간소하게 표현되는 우아함이 특징입니다. 이 곡은 형식적인 면에서 아주 독창적이며, 감미로운 음색과 고도의 테크닉으로 인해 많은 바이올린 독주곡 중에서도 가장 널리 연주되는 곡 중의 하나로 꼽히는 이유입니다.
“개성이 없는 아름다움은 아름다움이 아니다” 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아마 개성이 없으면 그 아름다움이 오래가지 못한다는 뜻인 것 같습니다.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 를 듣고 있노라면, 개성미가 짙게 풍기는 아름다운 곡이라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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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상 - 바이올린과 관현악을 위한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 - 윤 종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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