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8000m 급 14개 봉우리 중 K2 와 낭가파르바트. 이 두개의 산이 지닌 의미는 각별하다. 세계 최고봉은 에베레스트지만 산중의 산은 K2 와 낭가파르바트라고한다. 웅장하고 아름다우나 또한 험난한 산세로 산악인들의 동경의 대상이지만 그만큼 사고도 많아 킬러마운틴 이라고 불리는 이 두 산에 얽힌 슬픈 이야기. 영국 여성산악인 엘리슨 하그레이브스는 10대 때부터 산악인의 꿈을 키우다 옥스포드 대학에서 남편 짐 발라드를 만나 산악파트너가 됐고 1988년 아들 톰을 가진 임신 6개월의 몸으로 알프스 아이거 북벽을 등정하며 유명세를 탄다. 양으로 천년을 사느니 호랑이로 하루를 사는게 낫다고 항상 되뇌던 그녀는 1994년 에베레스트에 도전하나 실패, 그 후 6개월만인 1995년 여성으로는 첫 무산소 에베레스트 단독등정에 성공한다. 그러나 같은 해 8월, K2 를 등정하고 하산하던 중 실종된다.
그녀 나이 33세. 엘리슨이 사망한 후 당시 8살 톰 발라드는 아버지에게 엄마의 마지막 산에 데려다줄 것을 부탁하여 여동생과 함께 3사람은 K2로 향한다. 어린 톰은 K2를 바라보며 “정말 아름다워, 엄마를 알 수 있을 것 같아” 라고 예사롭지 않은 말을 했다한다. 엄마의 뱃속에서 아이거북벽을 올랐던 톰은 엄마의 DNA를 물려받았던 듯 출중한 산악인의 자질을 보이며 지난 2014-2015년 알프스 6대 북벽을 동계에 모두 등정한 첫 번째 인물이 된다.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엄마의 산을 향해가던 그가 2019년 낭가파르바트 동계등정 중 2월 24일 베이스캠프와 마지막 교신을 한 뒤 동료 이탈리아 산악인과 함께 해발 6300m 지점에서 실종되고 만다. 그리고 힘든 수색작업 끝에 두 사람의 주검을 확인했다고 BBC가 전했다. 그의 나이 30세. 그래도 산으로 가야한다던 대를 이은 비극, 그 등산은 숙명인가?
사막 혹은 건조한 초원의 마른 땅속에 잠들었던 씨앗들이 많은 비와 함께 적절한 시기에 적당한 기온과 조건이 맞아떨어져 보통 십수년에 한 번꼴로 화들짝 깨어나 넓은 초원을 야생화물결로 뒤덮어버리는 걸 “슈퍼블룸”이라고 한다. 올해 유독 화려한 슈퍼블룸을 보기위해 카리조 플레인 내셔날 모뉴먼트로 내달린다. 카리조 대평원은 밸리에서 북서쪽으로 150 여마일 떨어진 샌루이스오비스포 카운티에 속해있는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큰 단일목초지이며 대자연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고고학적 가치로 인해 국립역사유적지로 등재된 곳이다. 50마일x15마일 크기의 방대하며 비포장인 지역이라 먼지와 함께 운전이 다소 불편하기도 하나 또 다른 명소 Soda lake 을 구경하고 인근 Over look Hill을 오른다. 노란색의 골드필즈, 브리틀부시. 보라색의 루핀이 피고 지고를 반복하면서 현재 최고의 슈퍼블룸을 보여 주고 있다. 꽃길 사이 등산로를 올라 뒤돌아 내려다보는 순간, 감동이 밀려온다. 대원들도 우와! 감탄사를 내뱉곤 뒷말을 잇지 못한다. 눈에 보이는 모든 산이 노란색 보라색 야생화로 온통 뒤덮여있는 기막힌 광경, 난생처음 보는 장관이 아닐 수 없다. 바람 속 야생화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이 침묵 속에서도 귀에 들리는 듯하고 사진으로 저 아름다움을 담는다는 게 한낱 욕심일 뿐 아마 머릿속 기억의 인화지에 평생 각인되어 눈감으면 문득문득 그리움으로 펼쳐질 것 같다.
▶ 가는길 :
5 Fwy (N) 약 70마일- 166Fwy (W)-약 40마일- Soda lake Rd 약 30 마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