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8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며칠 전 아주 아담한 시집「나무는 꿈꾸네」를 받았다. 장소현 시인의 7번째 시집으로 겉표지엔 그의 부인 김인경 사진가의 작품, 나무로 장정(裝幀)되어 무게가 실려 있다.
이 시집에는 나무에 관한 생각을 담은 시, 이야기 시 등 몇 년 전 세상 떠난 동생을 그리는 시들을 비롯해, 다양한 형식의 시 40편과 시극 ‘눈 속에 떠나가다’가 실려 있다.

‘대상에서 얻은 감각과 상상에서 얻은 사유’의 기록
 깊은 서정성으로 삶에 대한 사유를 시 속에 녹여온 장소현 시인이 고독하게 대지를 헤매다가 “나무의 꿈은 높고 단순해/…나무의 꿈은 참 깨끗하고 단순해/정말 부러워//”(나무의 꿈),”나의 스승이신 나무는/ 언제나 정직하시지/거짓말이 무엇인지조차 모르시지/순리 거스르는 법 배우지 않으셨지//… 정직하지 않으면 죽으니까/ 살아남을 수 없으니까//…기도하는 마음으로/정직해야 알 수 있는 것들이/세상엔 참 많아, 그래서 나무는 언제나 정직하지,//
(나무는 정직해),라며 자신이 깊이 품고 있는 진정을 노래한다.
“… 나무가 중얼거리듯 말씀하시네/노래를 하려거든 제발/제대로 부르시게나/그림자 짙은 굵은 목소리로 아니면 아예 입 다무시게!//그림도 공부도 사랑도/사람살이 한 세상도/모두 마찬가지!//(나무의 말씀),”…나무는 나무답게/사람은 사람답게/죽어서도 사는 엄마나무에게/배우는 오늘 하루,/손가락 사이로 흩어지는/무심한 흙먼지//”(엄마나무) 등의 작품에서 우리들 가까이 존재하는 흔한 나무를 통하여 따뜻하고 부드러운 영혼의 자화상을 그려내고 있다.

‘자신의 기원과 매듭풀기 탐색’의 전개
 우리의 마음은 샘물과 같아 퍼내면 퍼낸 만큼 고인다고 한다. 허나 샘물도 샘물 나름이다.
샘물이 어느 땅에 위치했는가? 어떤 샘에 고인 물을 퍼 올렸는가? 가 문제이다. 예술가의 작품은 작가가 품은 영혼의 샘에서 퍼 올린 샘물이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나?//우회전 좌회전 좌충우돌/때로는 빠르게/때로는 느릿느릿/ 많은 순간 비겁하고 누추하게//…먼 길 돌고 돌아/나는 지금 어디에 있나?(지금 어디에)”슬픔은 무게일까/외로움은 거리일까 깊이일까//바람처럼 자취 없이/그림자처럼 슬그머니/사라지고 지워지고 스러지고/바스라지며//뭔가 축축한 것이 그리워질 때/ 밖으로 나가고 싶어도/세상 너무 거칠고 날카로워/두렵다.//그래도 가끔은 무지개 뜨고/아주 가끔은 쌍무지개 걸리고.//(사막에 살며 전 문)에서와 같이 외롭고 고독한 사막과 같은 인생길에서 ‘나는 어디에 있나?’ 자문하지 아니해 본 자 있는가? 허나 가끔은 무지개 뜨고 쌍무지개 걸리는 하늘도 있으니 타박거리는 걸음으로 앞으로 계속 나아가야 함을 작가는 암시한다.
‘사람답게만’‘비를 기다리며’‘하늘 공부’등의 작품에서 시인은 낙천적이라기보다 순응하는 삶에서 얻어지는 순리의 진정한 가치를 희구하고 희망한다.
“…아이고 그 매듭 한번 독하게 꼬였네/쉬 풀기는 글렀네/그렇게 말한 사람 누구였나,/하필이면 허리께 모질게 묶인 동아줄/벗기려 버둥거릴수록/더 조여들어 파고들어/살 썩고 뼈 시들어// 고약하게 엉키기만 한/그 매듭 풀릴 날 언제일까/바람소리 쓸쓸한/허리께/그 매듭 단단하고 모질어도/때때로 그리운 사람 목소리 들리고//새들은 오가고 냇물 흐르고/매듭만 남아 검은 그림자로 남아//묶은 자가 풀어라//울컥 목울대 흔드는/ 뜨거운 사랑 하나쯤/어디에나 있으려나/가슴 밑바닥 솟구치는 장단 한 자락//아, 저기 동 트고 새벽 온다/매듭 풀어지는 소리 스르르…// (묶은 자가 풀어라)등의 작품에서 우리는 잠시 장소현 시인의 진지한 인생관, 자연의 질서와 조화를 지닌 세계 곧 그의 코스모스(우주)적 사유를 엿보게 된다. 묵시와도 같은 부드러운 은유가 펼쳐있다.

 ‘서두르지 않고 게으르지도 않은’자세
 “시인은 현재형이어야 한다.”, 또한“…한때 시인은 시인이 아니요. 지금 시 쓰는 자가 시인”이라는 말씀을 늘 기억하며 좋아하는 이 작가는 평생을 쉬지 않고 작품을 쓰고 있다.
   장소현 선생을 주위에서는‘작은 거인’이라 부른다. 그 분을 만나면 이내 그 이유를 알게 된다. 시인, 극작가, 미술평론가, 언론인 등 다방면에서 미주 지역에서 한국문화 소개와 발전을 위해 활동하는 자칭 ‘문화잡화상’인 장소현 선생에게 경의를 표한다.
   관중이 없는 예술은 고독하다. 보아주는 사람이 없는 미술품, 독자가 없는 문학은 마치 민중이 없는 광장과 같다.
   시집, 희곡집, 칼럼집, 소설집, 콩트집, 미술책 등 21권의 저서를 펴냈고, 미술 관련 저서로는『거리의 미술,『에드바르트 뭉크,『아메데오 모딜리아니,『그림이 그립다,『그림은 사랑이다,『문화의 힘,『예술가의 운명(번역) 등 10권을 펴냈다.   
   현직에서 물러나 있지만 1990년대 중반 L. A에서 월간 <밸리코리언뉴스>를 창간하여 오랫동안 발행했으며(현재는 에리카 김 발행), 한국과 미국에서‘서울말뚝이’,‘한네의 승천’(각색),‘김치국 씨 환장하다’,‘민들레 아리랑’,‘오, 마미’,‘사막에 달뜨면’등 50여 편의 희곡을 발표, 공연했다.
   서울미대와 일본 와세다대학교 대학원 문학부(동양미술사 전공)를 졸업하였고, 고원 문학상과 미주가톨릭문학상을 수상했다.<*>


  1. 간접 살인 -수필가 이진용-

    내가 60대 후반의 안씨를 알게 된 것은 Care Center (양로 병원)에서였다. 나는 천주교 레지오 봉사활동 일환으로서 그곳을 일주일에 한번씩 방문하여 한국인 환자들을 찾아 다니며 기도와 함께 위문하는 것이 내 임무였다. 때로는 신부님이나 수녀님을 모시...
    Date2023.03.29 ByValley_News
    Read More
  2. 가수 나훈아의 말 말 말

    가수 나훈아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좀처럼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 대신에 항상 자신의 공연에서 특유의 시원한 발언을 쏟아내 주목을 받곤 한다. 나훈아는 특유의 부산 사투리와 구수한 화법, 속 시원한 사이다 발언으로 관객들의 박수를 받는다. 그의...
    Date2022.09.02 ByValley_News
    Read More
  3. 가물가물 깜빡깜빡 -<소설가>김영강-

    “이혼이야 이혼-- 이번에 못 찾으면 이혼이야--. 진짜로 이혼한다고오--” 남편의 언성이 높아졌다. “언제 외출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는 건, 열쇠 없어진 지가 오래됐다는 얘기 아냐? 한번 두번도 아니고 벌써 몇 번째야?” 뭐? 열...
    Date2021.07.24 ByValley_News
    Read More
  4. No Image

    「나무는 꿈꾸네」 - 조 옥 동 문학평론가, 시인

    며칠 전 아주 아담한 시집「나무는 꿈꾸네」를 받았다. 장소현 시인의 7번째 시집으로 겉표지엔 그의 부인 김인경 사진가의 작품, 나무로 장정(裝幀)되어 무게가 실려 있다. 이 시집에는 나무에 관한 생각을 담은 시, 이야기 시 등 몇 년 전 세상 떠난 동생을...
    Date2019.06.13 ByValley_News
    Read More
  5. No Image

    “99%, 폐암입니다” -수필가 이진용 -

    내가 60대 중반이었던 2018년 8월 중순경이었다. 그때 나는 가슴이 답답하고 소화가 제대로 안 되었다. 직감적으로 내 몸에 이상이 있음을 느꼈다. 코리아타운에 있는 호흡기 전문의인 주치의를 찾아가 증세를 설명하고 CT 촬영을 할 수 있게 리퍼(refer) 해 ...
    Date2024.04.03 ByValley_News
    Read More
  6. No Image

    ‘지금, 나도 가고 너도 간다’ -수필가 이진용 -

    한국의 자살률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42개국 회원국 중 1위라고 한다. 자살 사망자의 80% 정도는 정신질환을 지니고 있었다고 한다. 그중에서 90%가 우울증의 결과로 추산된다니 인격장애가 자살 요인의 가장 큰 원인이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에서 인격장...
    Date2023.12.29 ByValley_News
    Read More
  7. No Image

    ‘김샜다’ -수필가 이진용-

    내 외동딸 라영이는 1982년 5월생이다. 나는 8남매, 아내는 6남매의 가난한 집안에서 자랐기에 우리는 한 명만 낳아서 잘 기르기로 이미 결혼 전에 약속한 터였다. 아내가 출산 기미가 있어 화곡동 단골 산부인과에 입원했다. 나는 퇴근 후 곧장 병원으로 갔...
    Date2023.11.30 ByValley_News
    Read More
  8. No Image

    [생활수필] 코로나 단상 - 서동성<변호사>

    매일 아침 새로운 Good Morning과 더불어 보내신 부활절 카드 감사히 받았습니다. 우리 교인들에게 가장 성스러운 부활절을 여기서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예배처소에서 맞이하지 못하고 집에서 예배를 드렸습니다. 좁은 공간에서 영상으로 다른 교우들 없이...
    Date2020.04.24 ByValley_News
    Read More
  9. No Image

    5월은 가정의 달, 사랑과 감사의 달-조옥동(문학평론가, 시인)

    봄이 떠난 자리에 초여름이 펼쳐 있다. 우리의 마음은 마치 온 집안을 꽉 채웠던 초대 손님들이 다 떠났어도 잔치마당의 흥겨움이 여전히 남은 듯 모처럼 가뭄을 이긴 남가주 땅, 동서남북으로 산과 들을 풍성하게 장식했던 수퍼볼룸, 꽃잔치의 화려함을 쉽게...
    Date2019.06.04 ByValley_News
    Read More
  10. No Image

    5월 어느 날, 채널아일랜드비치에서 - 조옥동 시인. 수필가-

    2년 전, 시내에서 점심을 먹고 서울에서 온 친구가족과 벤츄라 시티로 가는 도중 옥스나드 하구를 찾은 것은 해양 국립공원으로 유명한 채널아일랜드를 여행할 목적이었다. 요새미트, 데스밸리, 새코야 킹스캐년 등 어느 곳보다 가주에서 가장 먼저 국립공원...
    Date2020.06.24 ByValley_News
    Read More
  11. No Image

    4월의 푸른 하늘, 푸른 들을 바라보며-조옥동 문학평론가, 시인

    어김없이 찾아 온 4월은 꽃길을 열고 푸른빛을 펼치고 있다. 4계절의 모습이 분명치 않은 남가주에 겨울부터 비가 많이 내려 7년 만에 가뭄을 완전히 벗어났다. 밸리 북쪽 랭캐스터의 앤틸롭 파피꽃 단지를 비롯 수퍼볼룸의 장관을 이루고 사방으로 달리는 프...
    Date2019.06.04 ByValley_News
    Read More
  12. No Image

    100년 전 삼일절, 그날의 절절한 외침을 기억하며...

    100년 전 삼일절, 그날의 절절한 외침을 기억하며... 3월입니다. 봄이 성큼 다가왔다는 기쁨도 잠시, 3월의 첫날은 3· 1운동의 정신을 기리는 삼일절인 만큼 그 의미를 되새겨야 할 때이기도 합니다. 1919년 3월 1일,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그날, 대한 ...
    Date2019.06.04 ByValley_News
    Read More
  13. "절망적일수록 찰랑찰랑 신나야 해요." 고(故) 채현국 이사장이 남긴 뜨거운 어록

    ***편집자의 말*** 시대의 어른으로 존경 받으며, 병든 세상을 향한 쓴 소리 바른 말로 젊은이들에게 많은 가르침을 준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이 지난 4월2일 별세했다. 향년 86세. ‘건달 할배’라는 애칭을 좋아한 채 이사장은 젊은이들에게 전하...
    Date2021.04.28 ByValley_News
    Read More
  14. <한글날 특집> 구품사의 눈물 -소설가 김영강-

    <편집자의 말> 10월9일은 <한글날>입니다.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창제하신 것이 1443년이니, 올해로 580년을 맞습니다. 세계로 뻗어가는 한국문화의 물결과 함께 한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자랑스러운 일이지요. 하지만, 다른 한 편에서는 한글이...
    Date2023.10.02 ByValley_News
    Read More
  15. No Image

    <치자 꽃 도둑> - 곽설리 소설가-

    지진이 잦은 캘리포니아에 큰 지진이 왔을 때 그 지진으로 모두들 집과 집에 딸린 수영장과 땅이 쩍 쩍 갈라지는 피해를 보았는데 그 중에서도 수영장과 테니스장이 둘로 갈라지고 집이 부서지는 큰 피해를 당했던 앞집에서는 지진이 멎자마자 대 공사를 벌렸...
    Date2020.08.25 ByValley_News
    Read More
  16. No Image

    <지혜의 글> 개코도 모르면 가만히나 있지!

    숙종대왕이 어느 날 미행 중 수원성 고개 아래 쪽 냇가를 지나는데, 허름한 시골총각이 관을 옆에 놓고 슬피 울면서 물이 나오는 냇가에다가 묘자리를 파고 있는 것을 보고, ‘아무리 가난하고 몰라도 유분수지 어찌 묘를 물이 나는 곳에 쓰려고 하는지 ...
    Date2023.06.29 ByValley_News
    Read More
  17. <이 사람의 말> 완성을 향한 열정 멈출 수 없다 -원로배우 이순재의 말씀들

    자료 정리: 장소현 (극작가, 시인) 이순재는 대한민국의 최고령 현역 배우다. 올해 여든아홉이 됐다. 구순을 앞두고 있지만 그의 연기에 대한, 작품에 대한 열정은 그 누구보다 젊고 강하다. 배우 이순재는 구순을 앞둔 나이로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을 열연...
    Date2023.07.28 ByValley_News
    Read More
  18. <이 사람의 말> 얼마나 사랑했는가, 얼마나 사랑받았는가 -60년 연기 인생, 배우 김혜자의 말말말

    데뷔 60년, 100여 편의 드라마 여주인공을 맡으며 국민배우, 국민 엄마로 불리는 배우 김혜자(81)가 책을 펴냈다. 책의 제목은 <생에 감사해>로, 베스트셀러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이후 18년 만에 펴낸 책이다. 이 책과 조선일보 박돈규 기자의 인터뷰 기사...
    Date2023.01.30 ByValley_News
    Read More
  19. <이 사람의 말>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손흥민 아버지 손웅정 감독의 말

    <편집자의 말> 얼마 전, 손흥민 선수가 뜻밖의 일로 관심을 모았습니다. 한국 국가대표선수로 출전한 카타르 아시안컵 축구대회 경기에서 이강인 선수와의 사이에 일어난 일 때문인데, 이 일로 손흥민 선수의 바른 인간성이 새삼스럽게 조명되고, 손흥민을 세...
    Date2024.04.03 ByValley_News
    Read More
  20. <이 사람의 말> 가수 양희은의 말 “그럴 수 있어!”

    긴 설명이 따로 필요 없는 가수 양희은 씨가 새 에세이집 <그럴 수 있어>를 펴냈다. <그러라 그래>에 이은 책이다. 양희은 씨는 읽는 이들에게 자기 식의 편안한 말투로 진심어린 위로를 건넨다. 입에 발린 어설픈 위로가 아닌 자신의 삶에서 우러난 진심의 ...
    Date2023.08.31 ByValley_News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Next
/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