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양심은 어디에?

by Valley_News posted Sep 06,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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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덥네요. 온 지구가 뜨겁게 달아오르는 모양이니 이상기후가 맞긴 맞는 모양입니다.
  지난 지진 때 많이 놀라셨죠? 땅이 흔들리니 정신이 울렁울렁 어지럽더군요. 부디 큰 것(빅원)이 오지 않기를 간절히 빕니다. 물론 철저한 대비는 꼭 필요합니다만!
  뭐 시원하고 신나는 일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네요.
  자꾸 말씀드려서 죄송합니다만, 투표하는 거 잊지 마세요. LA 제12지구 시의원 선거 말입니다. 8월13일(화)입니다. 신나는 일을 그저 기다리지만 말고, 우리 힘으로 만들자는 이야기올시다. 부디 기쁜 소식이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덥습니다.
  8월15일 광복의 감격을 되새기는 기쁜 날인데, 한일 관계가 자꾸만 나빠지고 있는 판이니, 올해는 즐겁기 글렀네요. 짜증만 납니다.
  이럴 때는 바람 시원한 원두막에 올라앉아 잘 익은 수박이라도 먹으면서, 재미있는 옛날이야기 한 토막 들었으면 참 좋을 텐데…
  말 난 김에 옛날이야기 하나 들어보시렵니까?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에는, 양심이라는 것이 누구에게나 잘 보이도록 앞가슴에 터억 붙어있었답니다.
  착한 일을 많이 하며 정성껏 다듬고 닦으면 양심도 나무처럼 싱싱하게 무럭무럭 자라서 크게 빛나곤 했답니다. 그래서 누구나가 크고 빛나는 양심을 갖기를 바랐고, 그런 찬란한 양심을 가진 사람을 존경하고 받들어 모셨습니다. 물론 초라한 양심을 가진 사람들은 부끄러워하며, 더욱 부지런히 자기 수양에 매달렸지요. 지금과 달리 그 때 사람들은 부끄러움을 알았어요, 부끄러움을!
  그러니 세상이 얼마나 아름답고 향기로웠겠습니까? 물론 싸움이나 미움 같은 것은 아예 없었지요. 전쟁이라는 낱말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구요.
  그러니, 악마들에게는 영 죽을 맛이지요. 그놈의 양심이라는 것 때문에 세상을 지배할 도리가 도무지 없더란 말입니다. 양심에서 나오는 찬란한 빛과 향기 때문에 눈도 제대로 뜨기 어려운 판이니 정말 죽을 지경이었죠.
  헌데…
  헌데, 언젠가 여러 해 잇달아 큰 흉년이 들었습니다 그려! 허허, 이것 참 큰일입니다. 어찌 된 셈인지 굉장한 가뭄에 엄청난 홍수가 이어지는 바람에, 먹을 것이 없어서 온통 야단들입니다. 잘 숨겨주었던 씨알곡을 꺼내 먹은 것은 벌써 오래 전이고, 풀뿌리 나무껍질마저 동이 나버렸으니…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그 착하고 깨끗하기만 하던 사람들도 너무나 배가 고프고 기운이 없다보니 양심을 갈고 닦는 일에 자연히 소홀하게 되었지요. 그저 눈앞에는 허깨비처럼 먹을 것들이 오락가락, 군침만 꼴깍꼴깍… 그러니 양심에 마음 쓸 겨를이 어디 있겠습니까요!
  반면에 악마들은 신바람이 났지요! 드디어 때가 왔다며, 춤추고 노래하고 그런 야단이 없어요. 악마들이 머리를 맞대고 작전을 짭니다. 요새말로 하면 아이디어회의를 한 셈이죠. 드디어 좋은 궁리가 나왔습니다.
  “양심을 삽니다! 비싼 값으로 삽니다! 먹을 것과 직접 바꿔드릴 수도 있음. 절대 비밀보장!”
라고 크게 쓰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음식을 그린 벽보를 사방에다 붙이는 한편으로,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찐득찐득 유혹을 합니다.
  “어이, 이거 봐! 그 망할 놈의 양심만 팔아버리면 배부르게 먹을 수 있고,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데 뭘 망설이는 거냐? 팔아라, 당장에 팔아라. 맛있는 음식을 듬뿍 주마…”
  이렇게 속삭이며 음식냄새를 풍기는 겁니다. 불고기 굽는 냄새에, 고소한 빈대떡 부치는 냄새, 지글지글 보글보글 된장찌개 끓는 냄새, 시큼털털 작 익은 김치냄새… 온갖 냄새를 마구 풍겨대는 겁니다.
  미칠 노릇이지요. 뱃가죽이 등허리에 찰싹 달라붙을 지경으로 배가 고픈 판에 온갖 음식냄새가 일시에 동시다발적으로 휘감아드니, 군침이 꼴깍꼴깍 헛배가 꼬르르 쪼르르… 아이고 나 미친다, 사람 살려라! 이왕에 미칠 바에는 배 터지게 먹고나 미치자!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곱다더라… 이렇게 될 판이지요.
  물론, 처음에는 아무도 꿈쩍하지 않았습니다. 양심이 번쩍이며 가슴 한 가운데 달려 있었으니까요. 두 눈 꼭 감고 코 틀어막고 질끈 참았지요.
  아무리 어렵다 해도 목숨 같은 양심을 어찌 팔겠습니까? 안 그래요? 그렇습니다. 그때 사람들은 양심을 팔면 죽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굳게 믿었던 겁니다.
  하지만 참는 데는 한계가 있는 법… 머리가 잘 돌아가는 악마가 한 어머니에게 매달려 끈질기게 유혹했습니다. 그 어머니는 아기를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먹지를 못해 거의 죽어가고 있었어요.
  “이 바보 얼간아! 그까짓 양심이 뭐라고 자식까지 죽이는 거냐? 저런, 불쌍하게도 다 죽어가는군! 어미 노릇도 제대로 못하는 주제에 양심은 무슨 얼어죽을 놈의 양심이야!
  이 바보 얼간아, 네 양심만 팔면 당장에 먹을 걸 준다는데 뭘 망설이나? 자, 아기부터 살려야지, 아기부터!”
  어머니는… 마침내 양심을 팔았습니다. 물론 죽어가는 아기를 위해서였죠. 양심을 주고 먹을 것과 돈을 받았죠. 아기도 살릴 수 있었구요.
  헌데, 참 이상하죠. 양심을 팔았는데도 죽기는커녕 잘 살아 배불리 먹으니… 그걸 본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살금살금 바뀌기 시작한 겁니다. 누구에게나 핑계거리는 있는 법이니…
  눈 딱 감고 양심만 팔면,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데 사서 고생할 필요는 없지요. 좋은 게 좋은 거 아닙니까… 세상만사 다 그런 거 아닌가요…
  드디어 양심을 파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캄캄한 밤중에 남몰래 그림자처럼 악마의 집으로 스며들어 잽싸게 양심을 팔아버리고는 바람처럼 사라지는 사람들이 한두명씩 생기더니, 금방 펑펑 늘어나는 겁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요, 가난 구제는 나랏님도 못한다지 않습니까?
  악마들은 신바람이 났습니다. 날마다 잔치판이 흥청흥청…
  양심을 팔고 나니 처음에는 허전하고 부끄러워 견디기 어려웠지만, 좋은 비단옷으로 양심 있던 곳을 가려버리니… 아무렇지도 않은 겁니다. 한강에 배 지나간 자리나 마찬가지…!
  자 그러니, 양심을 파는 사람이 전염병 퍼지듯 늘어만 납니다. 한 푼이라도 더 받아내려고 악착스레 흥정 붙는 사람, 그 옆에서 구경하다 개평 뜯는 사람, 거짓말 하는 사람, 아예 작정하고 사기 치는 사람... 드디어는 남의 양심을 훔쳐다 파는 사람, 악마네 집 번호표 암매하는 사람까지 생겨났습니다. 그야말로 눈 감으면 양심 떼어가는 세상이 된 거지요. 꼭 요새 세상 같은 아수라 개판이 된 겁니다.
  이것 참 큰일 났네요!
  그때 그 마을에는 우두머리 큰 어른이 한 분 계셨습니다. 매우 인품이 높고 거룩해서, 투명하고 찬란하게 번쩍이는 커다란 양심을 가진 귀한 어른이었지요. 그 찬란한 빛 때문에 악마들이 뜰 수가 없었지요. 물론, 영향력도 막강해서, 이 어른을 꺾지 않고는 악마들도 마을을 완전히 지배할 수 없었습니다.
  악마들이 온갖 수단을 다 써봐도 소용이 없었지요. 번번이 실패예요.
  큰 어른 눈에 세상 돌아가는 꼴이 어떻게 보였을까요? 걱정이 태산이지만, 뾰죽한 수가 없으니 그야말로 미칠 지경입니다. 쌀독에서 인심 난다는 말만큼 무서운 말도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군요.
  하지만, 그냥 있을 수는 없지요. 양심 가진 사람과 양심 팔아먹은 사람이 두 패로 갈려서 싸움판이 벌어질 판이니… 아니, 정확하게 말해서 양심 없는 자들의 미친 짓에 상처를 받는 양심 있는 사람이 자꾸 늘어나니 그냥 있을 수가 없습니다.
  궁리 끝에 큰 어른이 악마들에게 제의를 했습니다. 제의라기보다는 마지막 담판이지요.
  “너희들의 전 재산과 내 양심을 바꾸자!”
  뜻밖의 제의에 악마들은 크게 기뻐하면서, 긴급회의를 소집했습니다. 전 재산을 주는 것이 아깝기는 했지만, 흥정에 응하기로 했습니다. 큰 어른의 양심만 손에 넣으면, 세상을 지배한 것이나 마찬가지니까요.
  큰 어른은 한 가지 조건을 달았습니다.
  “재산은 지금 당장 가져오고, 내 양심은 내일 아침에 가져가거라. 그동안 잘 닦아 놓으마.”
  악마들은 순순히 응하고, 전 재산을 내주었습니다. 잘 닦아 빛이 번쩍번쩍 나는 양심을 생각하며…
  큰 어른은 악마에게 받은 재산을 마을사람들에게 골고루 나눠주었습니다. 악마의 재산은 워낙 많아서, 모두들 배부르게 먹고 살만큼 넉넉했지요. 어른의 돈을 받은 사람들은 양심 판 것을 부끄러워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악마들이 양심을 가지러 갔을 때, 큰 어른은 싸늘하게 식어 있었습니다. 물론, 그 찬란하던 양심의 빛도 차갑게 꺼져 있었죠. 양심을 돈으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한 악마들의 판단이 글렀던 겁니다.
  큰 어른의 장례식은 온 마을사람들의 손으로 엄숙하고 장엄하게 치러졌습니다. 모두들 양심에 대해서 생각했지요.
  그때 하늘에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제부터 양심을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고, 사고팔 수도 없도록 가슴 깊은 곳에 숨기도록 하라!”

  이상, 인도의 옛날이야기올시다. 물론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지요. 모두의 양심이 건강하다면 우리 세상이 조금은 아름답고 향기로울 텐데…
  여러분의 양심은 안녕하신가요? 건강하신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