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레방앗간 : 예전에 제사 때나 명절이 되면 항상 누나는 떡을 하러 방앗간에 간다. 집안에서 누나는 어머니 이상으로 모든 가사를 도맡아 했다. 남동생들을 위해 학교도 가지 못했으며 가족들의 뒷바라지만 하면서 살아왔다. 지금은 남녀 구별 없이 똑같이 교육을 받고 평등하게 살지만 수십 년 전 만해도 그렇지가 못했다. 여자들은 결혼도 부모님이 정해준대로 하며 좋든 싫든 팔자라 여기며 살아왔다. 그런 우리 누나들이 오늘날의 한국 발전에 말없이 참고 견디며 기여해 왔다고 생각을 한다.
우리는 누나 몰래 떡을 훔쳐 먹고 입가에 떡가루를 묻히며 모른 척 했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감나무집 : 옛날 시골에는 집집마다 감나무가 한 두 그루씩 있었다. 가을이 되면 감이 빨갛게 물들며 익어간다. 긴 바지랑대로 따면 동생은 상하지 않게 치마로 받아 담는다. 할머니는 감을 깎아 곶감을 만들면서 새들도 먹을 수 있게 조금은 남겨두라고 하셨다. 동물도 같이 먹고 살아야 한다는 현명한 생각이 아니신가.
고추를 따서 지붕위에 올려놓으면 맑은 가을 햇살에 말려져 고춧가루를 만든다. 모든 것을 자연과 함께 지혜롭게 살아왔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초가집도 없어지고 자연의 힘보다 문명의 힘에 의존하면서 점점 예전의 정겨운 풍경들이 사라져 서운한 심정이다 chung5260@gmail.com
2019.10.24 16:00
동심 꿈과 추억 - 정병규(광고디자이너,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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