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6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지난달에는 큰 경사가 있었죠. 단순한 경사가 아니라 우리의 민족적 자긍심을 한껏 드높여준 일이었지요. 캘리포니아주 상하원에서 만장일치로 우리의 한글날인 10월9일을 <Hangul Day>로 제정하고, 공식적으로 기념한 일말입니다. 이제부터 해마다 10월9일은 캘리포니아에서도 한글날입니다.
   한반도 밖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고, 캘리포니아주에서 특정 소수계 언어를 기념하는 날을 제정한 것은 처음일 뿐만 아니라, 특정 국가에서 소수계 언어 기념일이 지정된 것도 이번이 세계 최초라고 하는군요. 큰 경사지요. 어깨가 으쓱 해집니다.
   이를 계기로 미국 내 다른 지역에서도 한글날 지정운동이 본격적으로 펼쳐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메릴랜드주에서는 이미 시작되었다지요.
   내친 김에 한글이 국제통용어가 되도록 힘을 모으자는 주장도 나옵니다. 그렇게 되었으면 참 좋겠네요.

   우리 한글이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글자라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세계의 많은 언어학자들이 입을 모아 찬사를 보냅니다. 현재 지구 위에서 사용되고 있는 4000여 개의 언어와 40여 개의 글자들 중 한글이 가장 우수하고 효율적인 문자라고…
   세계가 그렇게 인정하고 있습니다. 유네스코가 세계기록문화유산 보호에 공헌한 사람에게 주는 상의 이름이 <직지상>이고, 문맹퇴치에 이바지한 단체에 주는 상이 <세종상>입니다.

   한글은 언어학적으로 훌륭할 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면에서도 자랑스럽습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 것은 세종대왕의 민주주의 사상입니다. 훈민정음 서문에서도 잘 알 수 있듯이 세종대왕께서는 백성들을 위해 한글을 만드셨습니다.
  “나라의 말이 중국과 달라 문자(한자)로 서로 통하지 아니하여서, 이런 까닭으로 어리석은 백성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마침내 제 뜻을 능히 펴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내가 이를 위하여 가엾이 여겨 새로 스물여덟 자를 만드니, 사람마다 하여금 쉬이 익혀 날마다 씀에 편안하게 하고자 할 따름이다.”  
  -<위키백과>에서 인용

   세종대왕의 이런 사상을 <지식혁명>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전통적으로 글자는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나는 것입니다만, 한글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졌어요. 그것도 백성들을 위해… 대단히 중요한 점입니다.
   왕이 백성들을 위해 글자를 만든 예는 인류 역사상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합니다. 그것도 신하들의 결사적인 반대를 물리치고.
   반대로 글자를 말살하려 한 시도는 많았지요. 왜냐하면, 백성들이 글자를 익혀 지식과 정보를 소유하고 똑똑해지면, 다스리기 어렵고 골치 아파지기 때문이죠. 그러니 백성들이 간단하게 익혀 쉽게 쓸 수 있는 글자를 만들기는커녕, 글자를 없애버리고 싶은 겁니다. 정보를 독점해야 백성을 잘 다스릴 수 있다는 것이 전제군주시대 지배자들의 기본적인 생각이었습니다.  
   조선시대에도 꼭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사대부 양반들이 한글을 언문이니 암글 즉 아녀자들이나 배우는 글이라고 멸시하고, 한문만 쓰도록 강요한 것이죠. 백성들이 똑똑해지면 골치 아프니까요. 사사건건 따지며 기어오르면 곤란하지요. 조선시대에는 4%만 양반이고, 96%가 백성들이었습니다.
   그런데 백성들이 자아를 주장하면 난리가 나곤했어요. 그러므로, 지식이 공유되지 않도록 원천봉쇄해야 한다는 것이 지배층의 생각이었던 겁니다. 그렇게 개인의 자아를 주장할 수 없는 암흑세상이 500년 동안이나 이어졌지요.
   세월이 한참 흘러서야 주시경 선생을 비롯한 지식인들의 노력으로 <한글>이라는 자랑스러운 이름을 가지게 된 겁니다.
   세종대왕께서는 이런 상황에서 백성들과 정보를 널리 공유하기 위해 한글을 만드신 겁니다. 그야말로 민주주의의 기본이 되는 <지식혁명>인 것이죠. 생각할수록 감동적입니다.   
   그래서 세종대왕과 한글 창제의 이야기가 소설로 드라마로 영화로 만들어져 화제를 모으곤 하지요. 소설가 김진명 씨가 얼마 전에 발간해 베스트셀러가 된  소설 <직지- 아모르마네트>에도 직지와 한글이 지식혁명의 씨앗이 되는 과정이 감동적으로 그려져 있답니다. 참고로 아모르마네트는 라틴어로‘사랑은 남는다’라는 뜻이랍니다.

   또 한 가지 깊게 생각해야 할 것은 우리의 정체성과 자긍심에 관한 것입니다. 좀 서글프지만 매우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자기결정성 부족의 문제입니다. 스스로의 훌륭함을 모르고 지내다가, 외국에서 칭찬을 해주면 그제서야 놀라서 난리를 치곤하는 겁니다. 캘리포니아주의 한글날 제정도 바로 그런 예지요. 예를 들어, 우리 2세들의 한글 교육에 대해 비판적이고 비관적인 시각이 많아지는 판에, 한글날 제정 소식이 전해지자 갑자기 여기저기서 한글 찬양이 쏟아집니다.
  소설가 김진명 씨의 말을 들어보지요. 새겨들어야 할 말입니다.
  “가치에 대한 자기결정성이 부족해요. 과거 중국의 승인을 기다렸듯, 밖에서 인정해줘야‘우리의 훌륭함’을 깨닫는 식이에요. 자기 나라 문화를 가장 잘 아는 건 자국민인데, 서구에서‘개런티’를 해줘야 뒤늦게 흥분해서 박수를 칩니다.”-조선일보 김지수 기자와의 인터뷰 중에서
   이런 것을 문화 열등감, 문화 사대주의 등으로 부르는데, 우리를 알게 모르게 지배하고 있는 고약한 악습입니다.
   김진명 작가는 더 나가서, 인류의 지성사에서 한국인은 컨텐츠를 기록하고 전파하는데 가장 뛰어난 민족이고, 한국인의 DNA에 지식과 정보를 기록하고 전달하는 특별한 재능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한국이 IT강국이 된 것도 그런 흐름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죠. 멋진 말입니다.
  “텍스트 뿐 아닙니다. 일관된 흐름이 있어요. 다라니경은 세계 최고(古)의 목판본이고, 팔만대장경은 20세기 불교학에서 손꼽히는 세계 최대의 기록문화입니다. 직지심체요절은 그 맥을 잇는 세계 최고(古)의 금속활자본이죠. 그 뒤에 한글이 있어요. 한글은 언어학자들이 꼽는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글자예요. 그 전통이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로 이어진 겁니다.
   금속활자, 한글, 반도체는 지식혁명의 놀라운 물결을 이끌어냈어요. 저는 이런 한국인의 정체성을 우리 스스로 세계에 알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조선일보 김지수 기자와의 인터뷰 중에서

   공감이 가는 지적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스스로에 대한 자긍심입니다. 건방진 오만이 아니라, 진심으로 스스로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자부심, 자신감… 그런 것 말입니다.
   유교 사상에 사로잡혔던 조선시대를 제외하면, 우리 겨레는 매우 큰 사람들이었다고 역사가들은 말합니다. 고구려시대, 고려시대를 살펴보면 알 수 있는 일이라고 합니다. 그런 크기와 격조를 되찾을 수 있다면, 오늘날 우리 주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치졸한 싸움박질도 없어지겠지요.
   그런 크고 품격 있는 세상이 그립습니다.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하지 않으면 그런 세상은 영영 오지 않을 겁니다. <*>세종대왕동상.jpg

 


  1. 제정신으로 조용히 살고파라!

    정이월 다 가고 삼월이라네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며는 이 땅에도 봄이 찾아온다네 산과 들을 뒤덮은 초록색이 너무도 눈부시게 곱습니다. 산불로 시커먼 폐허가 되었던 땅에서 씩씩하게 돋아나는 생명이라서 한층 더 아름답네요. 새롭게 태어나는 봄을 맞...
    Date2020.02.22 ByValley_News
    Read More
  2. 어른 모시기, 어른 되기!

    새해 인사를 나눈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달이 훌쩍 지나가버렸네요. 세상이 아무리 어수선해도 지구는 돌고 갈 것은 가고 올 것은 옵니다. 봄이 오고, 온 세상이 싱그러운 초록색으로 변하는 것처럼… 세상이 어지럽고 어두울수록 큰 어른이 그...
    Date2020.01.27 ByValley_News
    Read More
  3. 새해 복 많이 지으세요!

    2020년 희망의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에도 여러분 모두 복 많이 지으시고, 소원성취하시기 바랍니다. 땀 흘린 만큼 충실하게 거두는 나날이기를 빕니다. 하루하루를 정성껏 살다보면 뜻하는 바가 마침내 이루어지겠지요. 그렇게 믿습니다. 지난 2019년 한 ...
    Date2020.01.08 ByValley_News
    Read More
  4. 천개의 바람이 되어...

    어느덧 또 한 해가 저무는군요. 올해 농사는 어떠셨는지요? 농사고 뭐고 세상이 너무 시끄러워서 대단히 고달프니, 부디 새해부터는 좀 조용했으면 좋겠다고 호소하시는 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새해에도 조용하기는 어려울 것 같네요. 선거가 있으니 ...
    Date2019.11.23 ByValley_News
    Read More
  5. 한글과 세종대왕의 민주주의 지식혁명

    지난달에는 큰 경사가 있었죠. 단순한 경사가 아니라 우리의 민족적 자긍심을 한껏 드높여준 일이었지요. 캘리포니아주 상하원에서 만장일치로 우리의 한글날인 10월9일을 <Hangul Day>로 제정하고, 공식적으로 기념한 일말입니다. 이제부터 해마다 10월9일은...
    Date2019.10.24 ByValley_News
    Read More
  6. 디지털 시대의 독서와 뇌 회로

    가을은 독서의 계절… 요즘도 그런 말이 통하는지 모르겠네요. 바야흐로 <독서>라는 말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는 서글픈 소식이 들려옵니다. “책 속에 길이 있다.” “하루라도 책을 안   읽으면 입 안에 혓바늘이 돋는다...
    Date2019.10.24 ByValley_News
    Read More
  7. 내 양심은 어디에?

    참 덥네요. 온 지구가 뜨겁게 달아오르는 모양이니 이상기후가 맞긴 맞는 모양입니다. 지난 지진 때 많이 놀라셨죠? 땅이 흔들리니 정신이 울렁울렁 어지럽더군요. 부디 큰 것(빅원)이 오지 않기를 간절히 빕니다. 물론 철저한 대비는 꼭 필요합니다만! 뭐 시...
    Date2019.09.06 ByValley_News
    Read More
  8. 우리의 꿈을 이루기 위하여...

    우리 밸리 한인들의 단결된 정치적 힘을 제대로 보여줘야 할 때가 왔습니다. LA시 12지구 보궐선거 개표 최종집계 결과, 존 이 후보가 2위로 8월13일에 실시되는 결선 진출이 확정됐습니다. 지난 6월5일 잠정집계에서는 당당히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발표돼, ...
    Date2019.07.12 ByValley_News
    Read More
  9. 당당한 어른이 그립다

    어느새 올해도 절반이 지나가고 있군요 두루두루 건강들 하시죠? 그나저나 투표는 하셨는지요? 12지구 시의원 뽑는 선거 말입니다. 혹시 안 하셨으면 꼭 하시기 바랍니다. 6월4일(화)이 투표일입니다. 해야 할 일을 안 하면 나중에 큰소리치기 어려워지는 법...
    Date2019.06.04 ByValley_News
    Read More
  10. 정겨운 사투리 시(詩) 몇 편

    정겨운 사투리는 한국말의 아름다움 중의 하나입니다. 새해를 맞으며, 그리운 고향생각, 고향에 계시는 어머니 생각 아련하면 저절로 정겨운 사투리가 떠오르지요. 그렇게 사투리는 우리 정서의 밑바닥을 이루는 뿌리입니다. 정치판에서는 양두구육(羊頭狗肉)...
    Date2019.02.04 ByValley_News
    Read More
  11. 새해 황금돼지 꿈꾸세요.

    희망의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에도 여러분 모두 늘 건강하고 행복하시기를 빕니다. 복도 많이많이 지으시고, 많이 베푸시구요… 2019년 새해는 돼지의 해입니다. 그것도 황금 돼지해라는군요. 예로부터 돼지는 부와 풍요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지요. ...
    Date2019.01.03 ByValley_News
    Read More
  12. 베푸는 삶이 아름답다.

    올해도 뉘엿뉘엿 저물어가고 있네요. 노을이 곱게 물들기 시작합니다. 올 한 해도 이런 저런 일들이 참으로 많았습니다. 다사다난이라는 표현이 꼭 들어맞는 것 같군요. 별 이룬 것도 없이 허둥지둥 바쁘게 복닥거리기만 하며 보낸 세월이 허전하기도 합니다....
    Date2018.12.12 ByValley_News
    Read More
  13. 도산께서 간곡히 이르시기를...

    도산께서 간곡히 이르시기를... 장소현 글 11월 9일을 캘리포니아 주 의회가 지정한 <도산 안창호의 날(Dosan Ahn Chang Ho Day)>입니다. 이미 잘 알고계시겠지요? 가주에서 미국인이 아닌 외국인의 업적을 기리는 기념일이 제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니 참...
    Date2018.11.02 ByValley_News
    Read More
  14. 이 가을에는 편지를...

    이 가을에는 편지를... 장소현 글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낙엽이 쌓이던 날…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모든 것을 헤매인 마음 보내드려요 낙엽이 사라진 날… 고은 시인의 시에 김민기가 곡을 붙인 <가을편지>의...
    Date2018.11.02 ByValley_News
    Read More
  15. 안 보이므로 들리는 것

    안 보이므로 들리는 것 <츠지이 노부유키> 나이가 들면서 어쩐 일인지 눈물이 많아집니다. 걸핏하면 울컥합니다. 가령 베토벤의 9번 교향곡의 마지막 부분 합창을 들을 때, 고흐의 마지막 순간에 관한 글을 읽을 때, 어머니에 대해서 쓴 좋은 시를 읽을 때, ...
    Date2018.09.06 ByValley_News
    Read More
  16. 유머를 장악하면 모든 것을 장악한다!

    유머를 장악하면 모든 것을 장악한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는 유명한 시 구절이 있지요. 1948년 노벨 문학상을 탄 영국의 시인이며 평론가, 극작가인 T. S. 엘리엇(Eliot)의 서사시 <황무지(The Waste Land)>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원문은 April is the c...
    Date2018.09.06 ByValley_News
    Read More
  17. 온 인류가 참된 목적을 위하여

    온 인류가 참된 목적을 위하여 일하고 평화로운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 유일한(柳一韓, 1895-1971) 회장>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유한양행>을 창업한 유일한(柳一韓, 1895-1971) 회장의 기도문과 자녀들에게 보낸 편지를 여러분과 함께 읽고 싶습니...
    Date2018.09.06 ByValley_News
    Read More
  18. 밸리를 사랑하시나요?

    밸리를 사랑하시나요? <안수산 여사> “밸리에 사신지 얼마나 되셨습니까?” “그럭저럭 30년이 넘었네요. 어느새 그렇게 되었나?” “밸리를 사랑하십니까?” “사랑? 글쎄… 그런 생각해본 적 한 번도 없는데&hell...
    Date2018.09.06 ByValley_News
    Read More
  19. 통일의 길은 아직 멀고도 멀다

    통일의 길은 아직 멀고도 멀다 빨리 빨리 문화에서 벗어나 차근차근 지난 6월12일 열린 싱가포르 미북(美北) 정상회담에 대한 반응은 극단적으로 엇갈렸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셨는지요? “지구상의 마지막 냉전을 해체한 세계사적 사건으로 기록될...
    Date2018.09.06 ByValley_News
    Read More
  20. 하루하루를 영원의 시간으로…

    하루하루를 영원의 시간으로… 함석헌 선생과 그의 스승인 다석 류영모(柳永模, 1890-1981) 선생은 생애를 햇수로 셈하지 않고, 날수로 헤아린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꽤 널리 알려진 이야기지요. 날수를 세면 하루하루가 죽었다 살아나는 것으로 여겨져 ...
    Date2018.09.06 ByValley_News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Next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