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5월 미국 산악인 부부, 프랜시스 아르센티에프와 남편 세르게이는 오랜 꿈이었던 에베레스트 등정에 나섰으나 날씨에 발이 묶여 캠프에서 하늘만 쳐다보길 며칠째, 그러다 5월 22일 그들은 천신만고 끝에 정상에 올랐다. 프랜시스는 미국여성으로서는 첫 무산소 등정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늦었다. 8,500m 죽음의 지대, 어두움과 눈보라 속에서 그들은 한계에 봉착한다. 무산소 등정이었으니 산소통은 없었다. 설맹과 고소증세로 정신이 혼미해진 부부는 방향을 잡지 못한 채 서로 멀어지고 만다. 남편 세르게이는 아내가 먼저 하산한 줄 알고 우여곡절 끝에 캠프로 돌아왔으나 아내는 없었다. 그는 산소통을 가지고 아내를 찾아 8,500m 지점으로 다시 향한다. 그러나 그게 그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영국 산악인 부부, 이안우달과 캐시 오다우드는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240m 내려온 지점에서 멈칫한다. 보라색 형체가 길에서 벗어난 급경사 슬로프에서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보라색은 탈진한 프랜시스 아르센티에프였다. 창백한 안색과 풀려버린 눈으로 허공에 속삭이듯 간신히 말한다. “제발 날 버리지 마세요.” 이안과 캐시부부는 프랜시스를 격려하며, 어떻게든 일으켜 세워보려 안간힘을 썼으나 의식이 꺼져가는 그녀는 계속 무너진다. 영하 30도 죽음의 지대에서 그들의 필사의 노력은 무위로 돌아가고 그들은 절망한다. 이제 결단하지 않으면 그들마저 위험하게 된다. 이안, 캐시부부는 프랜시스를 두고 하산할 수밖에 없었다. “돌아올게요. 약속합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그 말 뿐이었다. 프랜시스는 조난 뒤 사흘을 버틴 후 사망한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2007년. 영국의 이안과 캐시부부는 9년의 세월 동안, 버리지 말아 달라는 프랜시스의 마지막 한마디가 귓가를 떠나지 않았고 그녀의 쓸쓸한 죽음과 외로움을 생각할 때마다 죄책감에 짓눌렸다고 한다. 결국 그들 부부는 프랜시스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히말라야로 떠난다. 2007년 5월. 혹한의 기온 때문에 프랜시스의 주검은 숨질 당시 그대로의 모습으로 급경사로에 남아있었다. 그들 부부는 프랜시스를 좀 더 낮고 평평한 곳으로 옮긴 뒤 성조기로 덮고 그들만의 장례 의식을 치르며, 함께 내려오지 못했음을 사죄한다.
LA 카운티에서 가장 높은 산은 Mt Baldy(10064ft)이며, LA시에서 가장 높은 산은 Mt Lukens(5080 ft)이다. 루켄스산은 20세기 초 패서디나 시장이자 시에라 클럽 회원으로 자연보호에 공을 세운 테오도르 파크 루켄스의 이름에서 연유하였는데 밸리 지역에서 가까우면서도 등반 고도가 높고 능선과 정상의 경치가 멋진 등산의 재미를 고루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주차장 끝 오른쪽 낮은 벽돌길로 등산로가 시작이다. 트레일 표지판에서 직진하고 이어 만나는 교차로에서 오른쪽으로 간다. 작은 나무숲과 벤치를 지나 Dunsmore Canyon trail로 완만한 경사로를 오른다. 그리고 10여 분 후 삼거리에서 오른쪽 Cresenta View Trail 가파른 길로 접어든다. 숨이 가쁠 때 쯤 만나는 둥글게 쌓은 바람막이 돌무더기에서 목을 축인 후 이어지는 스위치백에서 느슨해진 배낭끈을 조이며 유난히 많은 잡목과 유카선인장을 눈으로 밀어낸다. 3마일 여 지점, 경사가 완만해지고 넓은 Mt Lukens Road를 만난다. 여기서부터 안테나들이 도열한 정상까지의 1마일 남짓한 트레일은 엔젤레스 포리스트의 숲과 다운타운과 밸리, 그리고 멀리 태평양의 시원한 전망까지 골고루 감상할 수 있는 여유로운 능선길로 이어진다. 가벼워진 발걸음, 한껏 들이마신 차가운 공기에 몸과 마음이 충실해진다. 오늘도 감사한 산행.<*>
거리; 왕복 9 마일. 등반고도; 2800 ft. 난이도; 3 . 등급; 3.
가는길; 118(E)-210(E)-Pennsylvania Ave Exit-레프턴-Foothill Bl 레프턴-Newyork Ave 라이턴-Markridge Rd 레프턴-레프턴 하면 Deukmejian Park 파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