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히말라야 8000m 14좌 완등은 현존하는 전설의 산악인, 이탈리아의 라인홀트 매스너가 16년의 등정 끝에 1986년 완성한다. 그와 각축을 벌였던 천재 산악인 폴란드의 예지 쿠크츠카는 1987년 세계 두 번째로 14좌 등정을 성공하며 매스너가 16년간 이룩한 업적을 8년 만에 완결한다. 이 최단기간 완등 기록은 2018년 히말라야에서 숨진 고 김창호 대장에 의해 7년 10개월의 기록, 그것도 무산소 등정으로 2013년 달성하면서 한국산악계의 위상을 끌어올린 바 있다. 세계 산악계의 등로주의와 등정주의 논쟁 속에서 무산소, 동계등반, 최소인원, 신 루트 개척으로 대변되는 진정한 알피니즘, 등로주의의 상징적인 산악인이 라인홀트 매스너, 예지쿠크츠카, 김창호 등으로 전설이 된 이들이다. 그런데 최근, 네팔인 니르말 푸르자의 최단기간 히말라야 14좌 등정이 세계 산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푸르자는 2019년 1월 29일, 마지막 시사팡마를 오르면서 189일 만에 14좌를 완등하는 놀라운 기록을 세운 것이다. 그는 빠른 등정을 위해 고정로프와 산소 사용, 셰르파를 여럿 고용해 노멀루트 등반, 베이스캠프까지 일주일이상 걸리는 캐러밴을 거치지 않고, 헬리콥터를 이용하는 등 등정주의의 극을 보여준 푸르자의 이 등반방식이 세계 산악계에 던진 충격은 몹시 크다. 최근 히말라야 고산 등반이 등정주의에서 등로주의로 완전히 이행된 시점에서 현대 알피니즘을 역행한 등반방식이기 때문이다. 많은 고산 전문가들은 과정을 무시하고 결과만 중시하는 현대사회 풍조가 산악계조차 오염시킨다며 기록은 분명 남겠지만 알피니즘으로서의 가치는 없다는 냉정한 평가가 주를 이룬다.
수 백 만년의 지층변화가 샌안드레아 지진대와 펀치볼 지진대, 샌가브리엘 마운틴이 만나면서 형성된 Devils Punch Bowl은 카운티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먼저 Loop Trail 1마일을 가볍게 걷다보면 자연이 빚어낸 사암 바위들의 추상적인 조각 작품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샌안드레아 지진대의 지진 활동으로 인한 단층들의 충돌로 돌출, 융기한 지층들의 침식과 풍화를 거친 특이한 형상과 색상들을 이처럼 선명하게 볼 수 있는 곳이 캘리포니아에서는 이곳이 유일하며 학술적인 가치도 높다. 이어진 Burkhart Trail은 완만한 흙길이어서 담소를 나누며 걷기에 부담이 없다. 1마일 여 걸으면 삼거리 표지판을 만나는데 펀치볼 2.8마일 남은 거리를 알려준다. 왼쪽 길로 들어서면 울창한 파인트리 숲의 시원한 청량감에 곳곳의 뷰포인트와 모하비사막의 경치를 덤으로 얻으며 등산로 마지막 지점, Devils Chair까지 이어진다. 악마의 의자로 이름 붙여진, 계곡에서 거대하게 돌출한 특이한 형상의 암석에는 안전을 위해 가드레일이 설치되어있어 펀치볼 계곡의 경관과 그 너머의 광활한 모하비사막의 놓칠 수 없는 장관을 바라보며, 영겁의 세월 수많은 비밀을 간직하고서도 오늘도 침묵하는 압도적인 자연 앞에서, 손톱만큼의 이해타산에 아등바등하는 우리네 모습들은 얼마나 부질없는 것일까. 허허로운 상념에 잠시 빠져본다.
▶ 왕복 : 9마일. 난이도 : 3(최고 5) 등반고도 : 750ft. 등급 : 4(최고 5)
가는 길; 5(N)- 14(N)-Pearblossom 138Hwy Exit-Little Rock 지나서 82nd 만나면 우회전- Fort Tajon에서 좌회전-Long view에서 우회전-tumble wood Road에서 우회전하면 파킹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