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밤마다 잠자리에 들 때, 다시는 깨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아침이 되면, 오직 어제의 슬픈 생각만이 다시 나를 엄습해옵니다. 이처럼 나는 즐거움이나 다정스러움도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슈베르트는 27세인 1824년의 일기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또한 “나의 작품은 음악에 대한 나의 이해와 나의 슬픔의 표현입니다. 슬픔으로서 만들어진 작품만이 사람들에게 가장 감동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슬픔은 이해를 날카롭게 하고 정신을 굳세게 해줍니다.”라고 쓰기도 했습니다. 이즈음, 슈베르트는 아무도 정확하게 진단할 수 없던 자기의 허약한 건강을 몹시 괴로워하고 있었습니다.
그 해인 1824년 여름에 슈베르트는, 에스테르하지 일가와 함께, 체레스 Zseliz로 갔습니다. 그는 여기서 오래간만에 상쾌한 나날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아마 슈베르트의 실내악곡 가운데에서 가장 아름답고, 또한 가장 다정스러운 정취가 풍부한 현악 4중주곡 a단조 ‘로자문데 Rosamunde)가 작곡된 것도, 이 해 여름의 일이었습니다. 백작의 딸 사이에 로맨스가 싹튼 것도 이때였습니다.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는 슈베르트가 체레스에서 빈 Vienna으로 돌아 온 한 달 후에 작곡되었습니다. 그는 아르페지오네라는 새로운 악기에 흥미를 느꼈으며, 기타의 음에 첼로를 더한 듯한 음색에서 헝가리풍의 짙은 색채가 있음을 발견하고 그 특징에 매혹되어 작곡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아르페지오네(Arpeggione)는, 기타 첼로 (Guitar Violoncello)라고도 불렸습니다. 1823년에 빈의 슈타우퍼(Johann Georg Staufer)가 발명한 악기였으나 무슨 까닭에서인지 거의 사용되지 않고, 어느덧 그 악기 이름조차 역사에서 잊히게 되었습니다. 발명 후 겨우 10여 년만 존재했던 악기였기에, 이 악기를 위하여 작곡된 곡이라면,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A단조가 유일할 것입니다.
악기 아르페지오네는 6현으로 된 소형의 첼로, 바흐 시대에 사용되었던 비올라 다 감바(Viola da gamba)와 흡사한 모양을 했으며 전반적으로 오늘날의 기타를 연상시키는 악기였다고 합니다. 현재에 와서는 많은 첼로와 피아노로 연주되나, 이 악기는, 지금의 첼로보다 피치가 높기 때문에 아르페지오네를 위해 작곡된 작품을, 오늘날의 첼로로 연주할 경우에는 높은 음부의 빠른 패시지를 자유롭게 연주하는 것은 매우 어려우며 또한, 리듬에 변화를 준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기에, 첼로 연주가 상당히 어렵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사실, 아르페지오 악기는 비올라와 첼로의 중간 음색을 위해 작곡된 곡입니다. 첼로의 연주도 훌륭하지만, 때로는 무거운 느낌을 주는 것 같습니다. 반대로 비올라의 연주는 중후한 맛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1980년, 직장생활을 할 때 직장 가까운 도서관에서 RCA에서 나온 클라리넷으로 연주된 아르페지오 소나타를 빌려서 카세트 테이프가 끊어질 때까지 직장과 집을 오가며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저는 실내악곡 중에 브람스의 클라리넷 5중주곡을 가장 좋아합니다. 목관 악기 중 오보는 음의 높낮이와 관계없이 음색이 같지만, 클라리넷은 음의 높낮이에 따라 음색의 변화가 있어서 마음에 더 끌리는 것 같습니다. 아마 브람스는 이 악기의 특성을 미리 알고 우수에 찬 클라리넷 음색의 변화를 현악 4중주에 절묘하게 조화시킨 곡이 클라리넷 5중주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수에 찬 클라리넷의 음색으로 연주되는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도 첼로의 연주 못지않게 마음을 안정시키고 위로를 주는 것 같습니다. 가장 어려운 시기에 있었던 슈베르트가, 자신을 추스르고, 마음에 진정한 위로를 얻기 위해 작곡한 곡일지도 모른다는 생각해 봅니다.
노벨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온 세계가 경직되고 불안이 가시지 않는 이때, 엄마 품 같은 첼로, 우수에 찬 클라리넷, 의 연주로 세상이 줄 수 없는 진정한 마음의 위로가 있으시길 간절히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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