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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분명히 왔는데 도무지 봄 같지 않은 수상한 나날이 조금 더 이어질 모양입니다. 하지만 머지않아 풀리겠지요. 답답하고 지루한 집콕살이가 풀리면 밖에는 벌써 여름이 와있으려나? 찬란한 봄이 다 가버리기 전에 바깥나들이를 할 수 있으면 참 좋겠네요. 

  하기는 전염병이 잡힌 뒤에도 후유증이 만만치 않고, 해야 할 일이 산처럼 쌓여 있으니 그 또한 큰 걱정입니다. 폭싹 주저앉아버린 경제 살려야지, 근본적인 방역대책 마련해야지, 대통령 선거 치러야지... 해야 할 일이 그야말로 태산입니다.

  무엇보다도 시급하고 중요한 것은 희망의 불씨를 살리고,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올려 밝고 명랑하고 긍정적으로 만드는 일이겠지요.

  그런 일의 핵심을 역시 사랑일겁니다. 남을 배려하고나 자신을 존중하는 사랑의 마음… 전염병을 이기기 위해 사회적 거리는 유지하더라도, 사람과 사람 사이 마음의 거리는 되도록 좁히는 일…

  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뜻하지 않은 집콕살이를 가족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좋은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4월15일 한국에서는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거가 치러졌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혼란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그런 염려를 말끔하게 뒤엎고 별 사고 없이, 그것도 1992년 이후 최고치인 66.2%라는 높은 투표율로 끝났습니다. 자랑스럽습니다.

  투표권도 없는 타향살이 나그네 주제에 한국의 선거에 무슨 관심을 그렇게 가지느냐는 꾸지람이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만, 조국이 잘 되고 건강해야 밖에 나와 사는 우리도 자랑스럽지요. 

  다른 나라 사람들이 우리나라 선거를 칭찬하면서 부러워한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어깨가 으쓱하고 뿌듯해집니다. 우리 국민들의 사회의식이 언제 이렇게 높아졌나 감탄하게 됩니다.

  선거의 결과에 대해서는 이미 다 알고 계실 테니 길게 설명할 것은 없겠지만, 중요한 핵심 몇 가지는 정리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신문 방송 등 언론의 평론을 요약해봅니다.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하는 범여권이 180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두었습니다. 국민들이 정권 심판보다는 국난 극복을 위해 정부에 힘을 실어준 결과라고 분석합니다.

  180석이면 개헌만 빼고는 무슨 일이던 할 수 있는 의석이라고 하는군요. 압도적인 여대야소 정국이 된 것이죠. 소수정당이 설 자리도 없어져 버린 겁니다. 다른 말로 하면, 집권세력의 독주를 막을 견제장치가 없다는 뜻입니다.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나 마찬가지이니 위험하지요. 

  결국 어쩔 수 없이 국민들이 철저하게 감시하며 견제자 노릇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겁니다. 국민 노릇 참 힘드네요.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집권 여당의 승리가 아니라 보수 여당의 패배라고 표현하고, 양당제가 아니라 일본처럼 1.5당제가 되었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공감이 되는 지적입니다.

  현명한 견제와 균형을 위해 어떤 조치가 취해질지 자못 궁금합니다. 

  ▲…지역주의의 심화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당선자를 표시한 지도를 보면, 호남은 푸른색, 영남은 분홍색으로 완벽하게 갈립니다. 섬뜩할 지경입니다. 부디 색깔은 갈려도 사람은 갈리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랍니다. 

  ▲…한 시대를 주름잡던 올드보이들이 대거 탈락했지요.

  박지원, 서청원, 정동영, 천정배, 오세훈, 나경원, 김부겸, 이혜훈, 이언주, 박주선, 민경욱, 심재철, 최재성...

  이를 계기로 건강한 세대교체, 물갈이가 이루어지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노장들을 꺾고 당선된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기대를 걸만한 인물이 잘 안 보인다는 중평입니다. 물론 세월이 필요한 일이겠지요. 

  ▲…여성 당선자는 모두 29명으로 역대 최고라고 합니다만, 그래도 전체의 10%도 못 되네요. 여의도의 유리천정은 아직도 높고 단단하다는 이야기올시다.

  ▲…야당 공천에서 탈락당하는 수모를 겪고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홍준표, 김태호, 윤상현, 권성동 네 사람 모두 당선된 것도 화제였지요. 이 분들의 거취에 눈길이 쏠리고 있습니다. 

  ▲…화제의 당선자 몇 명을 꼽아볼까요.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김홍걸, 청와대 전 대변인 고민정, MBC 아나운서 출신 배현진, 탈북민으로 강남에서 당선된 태구민, 판사 출신의 대결로 화제를 모은 가운데 나경원 현역의원을 꺾은 이수진, <검사외전>으로 유명한 김웅.... 

   세계가 부러워하는 한국인들의 시민의식   

  이번 선거 결과는 여러 면에서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와 더불어 코로나19 위기에 대처하는 한국의 발빠른 방역이 세계적인 주목과 칭송을 받았지요.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이건 단순히 자랑에 그치는 일이 아니지요. 미국인은 물론 세계 사람들이 우리를 보는 눈이 달라지는 일이기 때문이죠. 

  세계의 거의 모든 주요 언론이 이번 총선을 코로나19 시대에 실시되는 세계 첫 전국 단위 선거라며 큰 관심을 보이며, 상세하게 보도했습니다. 많은 나라들이 코로나19 때문에 선거를 연기했기 때문에 관심이 집중된 것이죠.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선거를 연기한 국가는 미국, 영국, 프랑스, 뉴질랜드 등 최소 47개국에 달한다고 합니다. 

  그 예를 몇 가지만 옮겨봅니다, (단, 지나친 자기 자랑의 쑥스러움을 피하기 위해 사실 위주로 기사를 옮깁니다.)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는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한국의 제21대 총선 다음날 자신의 트위터에 이렇게 밝혔다.

  " 어제의 기록적인 높은 투표율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한국이 민주적 이상을 위해 헌신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성공적인 총선을 치른 대한민국에 축하를 전한다."

  ▲…영국 BBC방송은 4월15일 이렇게 보도했다.

  "한국은 다른 나라와 달리 선거를 치르고 있다. 전염병은 한국 유권자들을 막지 못했다.

  유권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투표장을 찾아 1m씩 떨어져 줄을 서서 기다린 뒤, 손을 소독하고 비닐장갑을 끼고, 체온 측정 후 투표용지를 받아 기표소로 들어가는 방식으로 총선을 치르고 있다.

  일부 비평가들이 투표가 혼돈 속에 치러질지 모른다고 우려했지만 사전투표가 차분하게 치러진 것을 목격했다.

  이번 총선이 코로나19의 재확산을 촉발할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있지만‘"현재로선 한국이 이번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속에 무엇이 가능한지를 또 한 번 증명하려는 듯하다." 

  ▲…이탈리아 언론 라스탐파의 보도 내용 

  "코로나19의 비상 상황에서도 한국은 총선을 포기하지 않았다. 한국이 전 세계가 배워야 할 방역 모델이 된 것처럼 현 사태에서 어떻게 선거를 치러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동지역 매체인 알자지라 방송의 보도 내용

  " 한국인들은 엄격한 방역 가이드라인을 따르며 국회의원을 선출하기 위해 투표장에 나갔다. 코로나19가 발병한 후 많은 국가들이 선거를 연기했지만, 한국은 주요 코로나19 발병국 중 선거를 치른 최초의 국가 중 하나다."

  ▲…미국 블룸버그통신 보도

  "전염병이 퍼진 가운데 한국이 치르는 선거는 다른 국가 지도자들에게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시사주간지 <타임> 4월13일자 기사

  "한국에서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초래하지 않고 투표가 치러진다면 11월 3일 미국 대선 등 다른 나라에서 실시될 선거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할 수 있다.

  한국 인구가 미국의 6분의 1이고 인구밀도는 미국의 15배에 달하는 등 차이가 있지만 한국의 일부 예방 조치가 미국에도 적용될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박능후 장관(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이 4월13일 오후 9시 알렉스 엠 에이자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과 전화회의를 통해 한국식 방역법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전화회의는 에이자 미국 복지부 장관의“ 한국식 방역 노하우 알려달라”는 요청으로 성사됐다. 

  에이자 미국 복지부 장관은“한국의 경험과 정보 공유에 감사하다. 앞으로 양국 간 깊은 신뢰 관계와 파트너십에 따라 구체적인 논의와 협력을 이어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4월14일 국무회의에서 한 발언 중 몇 구절을 옮겨봅니다.

  "방역에서 보여준 개방적이고 민주적이며 창의적인 대응과 국민들의 위대한 시민의식으로 대한민국은 전세계가 주목하는 나라가 됐다.

  세계에서 확진자가 두 번째로 많았던 ‘위기의 나라’에서 한국형 방역 모델이 세계적 표준이 되고, 한국산 방역 물품이 전세계로 수출되는‘기회의 나라’로 바뀌었다. 

  위기 속에서 우리 경제의 기반이 더욱 튼튼해지고 신성장 동력을 확충하는 계기로 삼는다면 지금의 위기는 더 큰 도약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가 우리가 사는 세상을 이전과 다른 세상으로 바꿔놓고 있다. 경제 구조와 삶의 방식 등 사회 경제적으로 거대한 변화가 나타나는 그야말로 격동의 시기이다. 진정으로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두려움 자체가 아니라 두려움에 맞서는 용기와 희망을 잃는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제일 먼저 준비하고 맞이하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에 국민들께서 한마음이 되어주시길 바란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더 크게 도약하는 대한민국, 우리는 반드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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