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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의 국민악파 5인조의 한 사람으로 민족적 색채를 아주 진하게 잘 표현 했던 보로딘은, 발라키레프를 제외한 다른 동료들처럼 직업 음악가는 아니었으며, 화학을 전공했습니다. 그 때문에 작품의 수도 많지 않으며, 관현악곡으로는 이 작품이 가장 대표적입니다. 이 작품은 러시아 황제 알렉산드르 2세의 즉위 25주년(1880년)을 축하하기 위해 작곡된 곡으로, 악보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습니다. 

  “황량한 중앙아시아 초원의 고요 속에서 한가로운 러시아 노래가 들려온다. 아득히 멀리서 말과 낙타의 말굽 소리에 섞여 이국적인 노래가 들려온다. 이윽고 이 지방 사람들에 의해 편성된 대상(隊商)이 다가온다. 그들은 러시아 병사들에 호위 되어 끝없는 황야를 아무런 불안도 없이 걸어간다. 일행은 눈앞을 통과하여 다시 멀리 저편으로 사라져 간다. ... 러시아의 노래와 이국적인 동양의 노래가 섞여서 아름다운 신비한 하모니를 만들어내고, 그 메아리는 점점 작아져서 초원의 하늘로 사라져 간다.”

   이 곡은 우선 제1 바이올린 두 사람의 솔로에 의한 높은 지속음으로 시작됩니다. 이 시작이 매우 인상적이어서 광활한 초원의 기분을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윽고 클라리넷에 의해 소박한 러시아 노래가 나타난 후 호른에 연결됩니다. 첼로와 비올라에 의한 단조로운 피치카토는 아마도 대상들의 발소리로 들려옵니다. 잠시 후에 잉글리시 호른에 의해 터키 스타일의 아름다운 선율이 나타납니다. 대상들의 발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러시아의 노래가 힘찬 행진곡으로 바뀌고, 이어 동양의 노래가 바이올린으로 부드럽게 연주됩니다. 마지막은 러시아의 노래와 동양의 노래가 섞이면서 점점 작아집니다. 그리고 러시아의 노래가 플루트로 낮게 연주되면서 꺼질 듯 끝납니다.

     참으로 색채가 강렬하고 개성미가 뚜렷한 작품입니다. 관악기들의 색채가 살아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특히 잉글리쉬 호른이 어떻게 이토록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는지 … 잉글리쉬 호른이 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음을 듣는 것 같습니다. 

   저는, 눈을 감고 들으면, 오보와 플루트의 시작으로, 프렌치 호른 그리고 잉글리쉬 호른의 아름다운 선율이 연주됩니다. 그리고 마지막 목관악기를 지나 프렌치 호른이 연주될 때까지는 고원에 오르는 산길을 굽이굽이 돌아 초원으로 올라가는 과정을 그렸고, 전 오케스트라가 힘차게 연주하는 부분은 드디어 언덕을 올라가니, 멀리 수평선 위에 끝없이 펼쳐지는 푸른 초원을 바라보는 감격을 노래하는 것 같습니다.  

   영화 쇼생크에서는 죄수들이 모차르트의 오페라“피가로의 결혼”에 나오는 편지 이중창‘저녁 산들바람은 부드럽게’를 들으며 잠사나마 자유를 느꼈다고 했습니다.

   구스타프 말러는 1910년, 세계의 비경 중 하나인 스위스 돌로미티 산군이 보이는, 도비아코 여름 산장에서 마지막 걸작 교향곡 9번을 작곡했습니다. 말러의 교향곡 9번을 들을 때마다, 무거운 짐을 잠사나마 내려놓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 속에 돌로미티의 비경이 숨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어려움 가운데 있으십니까? 보로딘의 “중앙아시아의 초원에서”를 크게 틀어놓고, 눈을 지그시 감고 감상하다 보면, 전 오케스트라가 연주가 시작되면서 (저의 표현으로는, 산길을 올라와,  멀리 수평선 위에 끝없이 펼쳐지는 푸른 초원을 바라보는 감격) 갑자기 가슴이 뻥 뚫림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문의 chesonghw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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