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면 애국이란 특별하고 대단한 것이 아니다. 우리 한 사람 한사람이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부끄럽지 않게 사는 것, 그것이 곧 애국이다.
세계를 들썩이는 방탄소년단, 스타플레이어 류현진 선수, 세계적 피아니스트 조성진 같은 이들처럼 큰 성공을 이룬 사람들만 애국을 하는 것은 아니다. 동네 길모퉁이에서 허름하고 작은 가게를 하면서 손님들로부터“한국 사람은 참 친절하고 정직하다”는 칭찬을 들으면 그 이는 애국자다.
흔히 하는 말대로, 해외에 살면 누구나 애국자가 되고,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외교관이라는 이야기다. 맛있는 한국 음식으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것 또한 대단한 애국이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북창동 순두부(BCD Tofu House)> 창업자 고(故) 이희숙 대표도 큰 애국자였다. 이 대표는 지난 7월18일 LA의 한 병원에서 난소암으로 사망했다. 향년 61세.
뉴욕타임스(NYT)와 LA타임스가 부고 기사를 실어 그이의 감동적인 삶을 회고 했다. 미국 신문에 부고 실린 것 가지고 무슨 호들갑이냐고 말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그건 그렇지 않다.
<뉴욕타임스> 부고 기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들만 다루고, 통찰력 있는 문장으로 평판이 높고,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읽는 인기 기사이기도 하다. <뉴욕타임스> 창간 이래 165년간 실린 부고를 모은 <뉴욕타임스 부고 모음집>에는, 한국 사람으로는 이승만, 박정희, 김대중, 노무현 등 전직 대통령들의 부고 기사가 실렸고, 지난 2018년에는 유관순 열사의 부고 기사를 100년만에 실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렇게 까다로운 <뉴욕타임스>가 부고 기사에 <북창동 순두부> 창업자 이희숙 대표의 이야기를 실은 것은 한국 음식이 미국 문화의 주류가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한국식 순두부찌개의 비밀 레시피를 개발하느라 긴 밤을 지새웠고, 그의 레스토랑이 체인으로 성장하면서 그 요리는 하나의 문화현상이 됐다.”는 기사에 그런 높은 평가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유명한 미국신문에 실렸다고 해서 그 이를 애국자라고 추켜세우려는 것은 아니다. 정말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매순간의 작은 최선들이 만들어내는 감동이다. 성공의 핵심은 바로 감동이기 때문이다.
“남편과 자식들이 자는 동안 그는 식당에서 제대로 된 순두부를 만들겠다는 생각에 수많은 밤을 지새웠고, 그렇게 탄생한 음식은…”
“신선한 재료를 구하기 위해 새벽마다 도매 시장을 찾았다.”
“식탁에 내놓는 것은 무엇이든 완벽해야 했다.”
물론, 아주 작은 식당을 하는 이들도 이 같은 노력을 할 것으로 믿는다. 생존이 걸린 문제이니 그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아직 빛나는 성공을 이루지 못한 이들도 모두 나름대로 애국자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하나의 음식을, 그것도 생소한 맛의 음식을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승화시키고, 단순히 성공한 사업가에 그치지 않고 신화가 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다른 문제다. 흔히 말하는 2%의 모자람을 넘어서는 일은 보통의 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그 힘든 문턱을 넘어서는 힘은 무엇이고,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고 이희숙 대표는 그것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도록 우리를 이끌어준다. 성공의 핵심은 자기 일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라는 것을 가르쳐준다. 그리고, 어려움을 극복하는 모습을 몸소 보여주면서, 최선을 다하면 누구나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해준다. 그런 점에서 그이는 큰 애국자다. 자기 자리에서 자기의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최선을 다한 보통사람이면서, 진정한 나라사랑을 실천한 셈이다. 어찌 보면 애국이란 성실한 삶의 다른 말일 것이다. 부디 하늘나라에서 늘 평안하고 행복하시기를 빌며, 우리 주위의 수많은 애국자들의 성공을 기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