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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 시청률이 꽤 높은 TV 건강프로그램이 어느 날 걷기와 등산을 주제로 방송을 했는데 시청률이 곤두박질쳤단다. 이상했다. 간판프로의 시청률이 바닥을? 하지만 바로 답을 얻었다. 그동안 녹용, 가시오가피, 차가버섯 등 몸에 좋다는 먹거리방송으로 쉽게 건강을 얻으려 한 사람들의 얄팍함이 땀을 흘리며, 몸을 고단하게 만드는 운동이 심리적으로 불편했던 것이다. 물론, 이건 한참 전의 이야기다.이즈음, 건강식품의 한계를 실감한 사람들이 몸을 움직여야 한다는 위기감에, 접근이 쉬운 등산을 선택한다. 그러나 등산이 결코 만만한 종목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다음과 같은 과정을 겪으면서 등산이 운동이 아닌 노동으로 전락하며 산을 멀리하게 된다. 

   잘못된 등산법 5가지. 1. 도전정신으로 무장한다. 등산은 도전이고 극기이다 정상정복이 중요하다. 여유롭게 자연을 즐겨서는 안 된다.  2. 준비운동은 무시한다. 워밍업은 필요없고 뻣뻣하게 굳은 상태에서 바로 출발한다. 몸은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화들짝 놀라고 그 충격은 신체 각 기관에 크고 작은 무리를 준다. 3.호흡곤란을 무시한다. 중, 노년층의 호흡곤란은 자동차엔진의 과부하 현상과 같다. 심장이 터질 듯 산을 올라 심장에 다소무리가 가는 고통쯤은 감수해야 운동이 된다고 생각한다.  4. 음식조절을 무시한다. 운동은 밥심이라고 생각, 많이 먹고 술까지 곁들인다. 몸을 쉽게 지치게 만들고 저체온증과 낙상사고로 인한 골절상, 심근경색의 발생률을 높인다. 이로 인한 고혈압, 심장마비가 등산 사고사의 70%를 차지한다. 5. 배우지 않는다. 걸음은 팔자, 갈지자걸음으로 스틱은 지팡이로, 배낭은 괴나리봇짐처럼 메고 가는 이들을 많이 본다. 산행의 기술과 장비의 활용법을 익히지 않아서 망가진 자세와 몸은 무지의 결과일 뿐이다.

   Mishe Mokwa Trail은 산타모니카산맥의 주봉인 샌드스톤픽(3111ft) Exchange Peak, Boney Peak 등 높은 봉우리와 자이언캐년을 연상케 하는 용암 절벽과 기암괴석, 끝없는 태평양의 푸른 바다 전경이 장관으로 하이커들이 사계절 끊이지 않는 인기 코스이다. 트레일 헤드 파킹장에서 0.3마일 올라가면 만나는 삼거리표지판에서 오른쪽 Mishe Mokwa Trail로 들어선다. 이 길은 오래전 츄마시(Chumashi) 인디언들이 해안으로 왕래할 때 지나다니던 길목이었다고 한다. 0.5마일 Tri Peak Trail로  들어가면 희미한 안개와 서서히 물들어가는 계곡, 그리고 산에는 가을의 정취가 가득하다. 돌출암석의 독불장군 같은 투박한 모습이 정겨운 Tri Peak 정상에 올라 안개 낀 산하의 장엄함을 만끽한 후 발을 돌려 이 가뭄에도 푸르름을 유지한 채 흐드러진 야생화 무더기, 울긋불긋 물들어가는 나무숲이 도열한 Exchange Peak Trail이 참 고맙다. 그리고 그다음 Inspiration Point를 만나게 되는데 여기서 보게 되는 카타리나 섬의 전경이 환상적이나 오늘은 안개와 스모그로 그 모습을 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뒤로 남긴 채 Boney Peak Sand Stone 정상을 향해 급경사 길을 힘차게 오른다.

   “미증유"라는 말 그대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처음 벌어진 일을 최근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팬데믹, 지진, 폭염, 대형 산불이 동시다발로 발생하며 우리 삶의 방식에 근본적인 회의를 갖게 한다. 산불 시즌 11월이 오기도 전에 이미 예년의 피해, 두 배를 훌쩍 넘어섰고, 엔젤레스 국유림의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오늘 산행 현재도  샌버나디노 산맥까지 엄청난 산불피해를 입고 있다고 하니, 그나마 안전한 해안가 트레일을 걷고 있는 발걸음이 결코 가벼울 수 없는 숙제를 우리에게 던져놓고 이렇게 세월은 무심히도 흘러간다.<*>산행1.jpg

 

산행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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