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 목회자 꿈 꺾인 슬픈 고흐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엎드려 기도하며
그림을 거룩하게 섬기는
마음 가난한 그림쟁이
그림은 어쩌면 종교일까
그림이 거룩한 영성 담을 수 있다면
천 마디 설교보다 진한 그림
마침내
그림은 기도다.
젊은 시절 고흐는 지극하다.
감자 먹는 사람들
아버지의 성경책, 이사야서 펼쳐놓은…
슬프디 슬퍼서 너무도 야윈 여인의 요람
낡은 구두 한 켤레
누가 신던 것일까? 이름 모를 아무개…
이제는 신을 사람 없는 낡은 구두
얼마나 먼 길 걸었을까, 터벅터벅
얼마나 땀 흘려 일했을까, 영차영차
이제 구두 주인은 가고, 자취도 없고
혼자 남은 구두 한 켤레 덩그러니
땀 흘려 일하는 사람의 피곤한 구두 한 켤레
-낡은 구두는 왜 그리셨나요?
-그냥… 내가 신으려고… 내 발에 꼭 맞을 것 같아서… 벼룩시장에서 샀는데… 신으려니 그게 참 애잔하데… 이 신발 신고 땀 흘렸을 주인장 지친 모습 보이는 것 같고… 지금은 없는 그 사람 그림자… 뭐 그래서 두루두루… 뭐 그래서 그렸지… 그리는 내내 지금은 없는 구두 주인 얼굴 어른거려 눈물 나데… 구두가 말해주데 먼 길 헤매 다니느라 많이 힘들었다고… 기도드렸지…
-구두가 말을 해요?
-그럼 말하지,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지
드디어
그림은 기도
간절한 기도다.
나는 여태까지 살면서 몇 켤레나 구두를
신고 버렸을까, 몇 켤레나
어디를 헤맸을까, 먼 나그네길
떠난 곳 있는데 갈 곳 아득한……
내가 신었던 신발들 지금 어디서
울고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고흐의 그림은 기도
지극한 기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