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흐(1838-1920)는 리스트 Liszt나 바그너 Wagner의 뒤를 이은 독일 낭만파의 작곡가 겸 지휘자로 활동했습니다. 그의 작품은 멘델스존 Mendelssohn의 영향을 받아 “classical romantic”이라는 작곡 기법을 추구하였습니다.
“스코틀랜드 환상곡”은 브루흐(1838-1920)가 작곡한 바이올린 독주와 하프를 위한 관현악 환상곡입니다. 이 곡은 1879년 겨울 독일 베를린에서 작곡되었으며, 콜 니드라이 Kol Nidrei와 바이올린 협주곡 1번과 함께 많은 애호가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브루흐는 스코틀랜드 작가 월터 스콧 Walter Scott의 작품을 읽고 감동을 하여, 스코틀랜드 민요의 멜로디를 사용해 이 곡을 작곡했다고 전해집니다. 1868 스코틀랜드를 1년의 방문 기간 중, 뮤니히 도서관 Munich Library에 소장되어있던 스코틀랜드 민요집을 접하게 되는데, 이 민요집에 나오는 민요와 선율을 사용하여 서주(introduction)와 4개의 악장으로 된 “바이올린 독주와 하프를 위한 관현악 환상곡”을 작곡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실제 연주에서 하프의 역활은 오케스트라의 일부 정도로만 연주됩니다.
브루흐는 이 환상곡을 “치고이너바이젠”으로 유명한 스페인의 바이올리니스트 사라사테를 위해서 작곡했으며, 1880년 9월에 독일 함부르크에서 사라사테의 바이올린 연주로 초연되었으며, 그에게 헌정했습니다.
스코틀랜드 환상곡은 콜 니드라이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에서처럼 꿈속의 그리움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대를 이어 구전으로 전해오는 히브리 멜로디를 사용해 작곡한 콜 니드라이 처럼, 브루흐는 스코틀랜드 민요의 멜로디를 이 환상곡 작곡에 사용했습니다. 브루흐는 세대를 이어 전해지는 민요 선율이야말로 많은 사람의 마음을 감동하게 할 수 있는 절대적인 아름다움이라 믿었으며, 하나의 좋은 민요 선율이, 새로이 창작되는 많은 음악적 선율보다 훨씬 더 가치가 있고 깊이가 있으며, 특히 오랜 세월 동안 소멸하지 않고 이어져 온, 민요의 예술적인 무게는 그 어떤 것과도 비교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독일 쾰른 Cologne 근교 숲속이 고향이었던 브루흐는 어린 시절 익숙한 라인강이 흐르는 그곳에 깊은 애착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20대 중반 이후부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고향을 떠나 독일 각지를 돌며 지휘자 생활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가 음악 속에서 그토록 사무치게 그리움을 노래한 이면에는, 고향에 대한 노스탤지어가 늘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생각합니다.
서주와 4개의 악장으로 구성된 스코틀랜드 환상곡에는, 제1악장에는 민요 "늙은 롭 모리스(Aule Rob Morris)"의 주제가 나오며, 제2악장에는 "피곤한 방앗간쟁이(Hay, dusty Miller)"의 주제가 나오며, 제3악장에는 "쟈니가 없어서 쓸쓸해(I'm a doun for Lark O'Johnnie)"의 주제가 나오며 제4악장에는 "우리 스코틀랜드 사람은 왈레스에서 피를 흘렸다(Scots Who Hae)"의 주제가 나옵니다.
꿈속의 그리움 같은, 환상적인 감미로움이 가득 찬 스코틀랜드 환상곡은, 서주를 제외한 나머지 4개 악장에 민요 선율을 사용하여 친숙함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구름같이 부드러운 꿈속의 그리움, 가슴속에 간직한 그리움을 노래하는 스코틀랜드 환상곡. 저는 이 곡을 들을 때마다 클래식 음악의 아름다움에 푹 빠져, 아무런 걱정 없이 음악에만 몰두할 수 있었던, 순수했던 그 시절의 그리움이 뭉게구름이 피어오르듯 피어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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