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은퇴계좌 로스 IRA는 은퇴 후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혜택이 새삼 부각되면서 인기 아이템으로 각광을 받았다. 셋업도 쉽고 관리도 상대적으로 골치 아플 게 없다. 은퇴 후 인출 시 세금도 안 낸다니 더 고민할 필요도 없을 듯하다. 하지만 모든 금융상품이 그렇듯이 선택의 기준은 늘 자기 자신에서 출발해야 한다. 자신의 상황이 먼저 검토된 후 그에 맞는 플랜과 상품을 알아보는 게 순서다. 플랜이나 상품을 먼저 보고 거기에 내 상황을 짜 맞춰서는 상식적으로도 제대로 된 재정설계가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주변에서는 늘 이렇게 거꾸로 설계를 시도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본다. 로스 IRA도 훌륭한 은퇴 설계의 도구이지만 수익에 대한 세금 유예 인출 시 세금 면제 혜택을 갖고 있는 또 다른 금융상품이 생명보험이다. 자신의 상황에 따라 생명보험이 로스 IRA에 대한 대안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일례로 로스 IRA는 우선 자격 조건은 소위 말하는 '근로소득'이 있어야 한다. 또 다른 걸림돌은 근로소득이 싱글일 경우 2021년 기준 근로소득이 14만, 부부 경우는 20만8천이 넘으면 로스 IRA는 불입 액수가 제한된다.
싱글 소득 14만 달러면 꽤나 고소득자에 속하기 때문에 자신은 해당 안 되는 문제라고 일축해버릴 수 있지만 생명보험은 로스 IRA에 대해 한 가지 결정적인 장점을 갖고 있다. 대부분은 지금은 아니라도 결국 가정을 이루기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어떤 형태로든 생명보험을 필요로 하게 된다.
로스 IRA는 모든 은퇴계좌와 마찬가지로 소유주 사망 시 수혜자에게 돌아가는 자산은 당시의 현금 가치가 전부지만 생명보험은 훨씬 큰 자산을 형성할 수 있고 그만큼 내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충분한 안전장치를 마련해줄 수 있다. 자금 인출 면에서도 생명보험은 로스 IRA를 포함 여타 은퇴계좌에 비해 훨씬 탄력적이다. 인출 시 세금을 내지 않을 수 있도록 설계가 가능한 것은 물론 인출시기 면에서도 제한이 없다. 반면 로스 IRA 등은 59.5세 이전에 인출하면 세금과 IRS에 10% 추징금을 물어야 한다. 물론 일각에서는 무조건 은퇴계좌가 최고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생명보험을 활용하면 보험 비용이라는 것을 물어야 하는데 그 비용이 아깝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지적은 하나만 알고 둘은 생각지도 않는 무책임한 주장이다.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자격 조건이나 인출시기 등에서 생명보험이 더 넉넉하고 제한이 없다는 기술적 장점에만 근거한 것이 아니다. 재정설계의 가장 우선되는 목적은 나와 내 가족의 재정적 안녕을 보장하는 것이다. 은퇴플랜이 나와 내 배우자의 미래의 안정적인 은퇴 생활을 염두에 둔 것처럼 생명보험은 지금부터 먼 미래에 걸친 내 배우자의 안정적인 생활과 자녀들의 성장 및 교육을 생각하고 이에 대한 보호장치를 만들어두는데 그 의미가 있다.<*>
김혜린 수석 부사장 Apiis Financial Group 949.533.30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