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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스타코비치 (1906-1975)는 소비에트 연방 시절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레닌그라드 Leningrad)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9살에 어머니로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후, 어린 시절부터 피아노뿐만 아니라 작곡에도 두각을 나타내었습니다. 

   쇼스타코비치는 그의 회고록에서, 어린 시절 겪었던 제1차 세계대전, 2월 혁명, 10월 혁명과 같은 사회적 격변의 사건들로 인해, 혁명과 같은 사회적 현상에 관심이 많았으며, 그의 작품을 통해 느낄 수 있습니다. 

   1919년 페트로그라드 음악 학교 Petrograd Conservatory에 입학하여 피아노와 작곡을 공부하며 많은 형식의 음악을 작곡하였으며, 음악원 졸업 작품으로는 첫 번째 교향곡을 작곡했습니다. 그의 작품은 당대의 최고 지휘자였던 토스카니니 Toscanini, 브루노 발터 Bruno Walter 등에 의해 소개되어 젊은 시절부터 작곡가로서의 명성을 쌓기 시작하였습니다.

  쇼스타코비치는 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거기에 머무르지 않고, 무조 음악 형식을 도입하여 12 음기법을 사용하기도 하였습니다. 쇼스타코비치는 15편의 교향곡이 대표적이며, 교향곡뿐만 아니라 오페라, 관현악곡, 협주곡, 실내악곡, 피아노곡, 성악곡으로 매우 다양합니다. 

   이번에 소개해 드릴 곡은 5번 교향곡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연주되는 교향곡 중 하나이자, 작곡가 쇼스타코비치의 대표작으로 1936년 소련 공산당 기관지로부터 사상 비판을 받은 후 1937년 4월부터 7월까지 넉 달 정도의 짧은 시간에 작곡되어 그해 11월에 초연되었습니다. 초연은 경이로울 정도로 성공이었으며, 많은 관객의 눈물과 감동이 넘쳤으며, 30분이 넘도록 박수가 끊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1930년대 초반 쇼스타코비치는 러시아 국민작곡가, 천재작곡가 칭호를 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자신의 오페라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 Lady Macbeth of the Mtsensk District”을 관람하던 스탈린 Stalin이 공연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사건이 일어났고, 이후 당으로부터 많은 비판에 직면하게 되어 작곡가로서 심각한 위기에 봉착해 있었습니다. 심지어 그의 교향곡 4번은 리허설까지 마친 후 초연이 돌연 무기한 연기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당국의 정당한 비판에 대한 소비에트 예술가의 창조적인 답변’이라는 명목으로 작곡된 쇼스타코비치의 작품이 바로 교향곡 5번입니다. 이 곡은 소비에트 혁명 20주년 기념일에 므라빈스키 Mravinsky의 지휘로 초연되어 대성공을 거두게 되며, 이후 쇼스타코비치에 대한 당의 신뢰도 회복되었고, 다시 러시아를 대표하는 작곡가로서의 명성을 되찾게 되었습니다. 

   쇼스타코비치는 이 곡에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을 담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악장에서 비로소 그런 모든 감정이 해소되고 이제까지 제시된 모든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말년 쇼스타코비치의 구술을 토대로 한 증언에 따르면, 이 교향곡에서 표현된 즐거움과 환희는 강요된 즐거움이며 위협 속에서 만들어진 환희라고 했습니다. 당시 스탈린이 통치하던 소련 사회 전반의 무시무시한 숙청 분위기 속의 두려움과 공포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그러나 마지막 4악장은 작곡가의 고통을 딛고 일어나는 환희의 악장입니다. 

   저는 무언가 가슴이 답답하고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베토벤 Beethoven 제9번 교향곡 4악장, 말러 Mahler의 제2번 교향곡 5악장과 제3번 교향곡 6악장을 듣곤 하는데,  쇼스타코비치 제5번 교향곡도 4악장을 듣고 나면, 답답한 가슴이 시원하게 뚫립니다. 1, 2악장의 고통, 내일 숙청 당할지 알 수 없는 애절한 영혼의 흐느낌 같은 3악장 그리고 4악장에는 극적인 환희와 승리가 있습니다. 이 곡은 현대음악이면서도 매 악장이 너무나 매력적이고 특히 3악장은 서정미가 넘칩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어두운 터널을 지나며 우리의 마음이 많이 움츠러들었지만, 이제는 가슴을 펴고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제5번을 들으며 터널 끝의 밝은 빛을 기쁜 마음으로 맞아야겠습니다.<*>   

   문의 chesonghw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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