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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아버지가 52세가 되시는 해에, 늦은 막내로 태어났습니다. 그래서인지 어릴 적부터 부모님 사랑을 넘치도록 받았는데, 특히 어머니로부터 지극한 사랑을 받았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제가 춘천에서 군 복무를 할 때, 5일 사이로 돌아가셨는데, 제가 산소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두 분 다 무덤에 묻히고 난 후였습니다. 

   췌장암으로 진통제도 듣지 않는, 말할 수 없는 통증 속에서도, 어머니는 막내를 한번 안아보고 죽으면 한이 없겠다 하셨는데, 며칠 지나서는 얼굴이라도 한 번만 볼 수 있어도 한이 없겠다 하셨습니다. 마지막 임종 전에는 눈물을 흘리시며 멀리서라도 좋으니 막내를 한 번만 보게라도 해 달라 애걸하셨지만, 결국은 막내를 보지 못하고 눈을 뜬 채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저는 이 얘기를 조카로부터 전해 듣고, 흘러나오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는데, 평생에 그토록 많은 눈물을 흘린 적이 없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드보르작도 어머니 생각만 하면 목이 메고 눈에 이슬이 맺히는, 애틋한 어머니의 사랑을 가슴속에 가득히 간직한 작곡가입니다. 많은 작곡가의 작품 속에도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있지만, 드보르작에겐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곧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그 자체이었습니다. 

드보르작(1841~1904)은 가슴속에 북받쳐 오르는 그리움을 가장 아름답게 음악으로 표현한 작곡가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신세계 교향곡이 그러하고, 현악 4중주 “아메리카” 그리고 첼로 협주곡이 그러합니다. 

   드보르작은 32살에 결혼하였지만 작곡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어서, 비올라와 오르간 연주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결혼 3년째 되던 해인 1875년에, 빈 정부가 젊고 재능있는 예술가에게 주는 장학금을 받게 되었고,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브람스 Brahms에게 천재성을 인정받게 되므로 작곡가로서 성공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행복해야 할 이때, 세 아이가 병으로 세상을 등지게 됩니다. 첫아기 요제파가 죽었을 때 드보르작 부부는 종교에서 위안을 찾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1년 반 뒤, 둘째 딸 루제나와 첫아들 오타카르가 연이어 세상을 떠났을 때는, 드보르작 부부는 넋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드보르작은 모든 작곡을 전폐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을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어머니의 끝없는 사랑, 그 추억이었습니다. 늘 내 편이시고, 누가 뭐래도 금쪽같은 아들로 늘 자존감을 새워주시던 어머니의 그 사랑이었습니다. 

 

   드보르작은 세 아이를 저세상으로 보낸 뒤인 1880년 이 노래를 작곡했습니다. 이 노래를 들어야 할 아이들은 세상에 없지만, 이 노래를 가르쳐 주며 눈물 흘리셨던 어머니의 모습은 추억 속에 살아 있었습니다. 독일 시인 아돌프 하이두크 Adolf Heyduk의 시에 애잔한 선율을 붙이며 작곡하던 드보르작은 어머니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을 것입니다. “집시의 노래 The Gypsy Songs” 중 네 번째 노래인 이 곡에서 드보르작은,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가장 큰 슬픔을 어머니의 추억으로 승화시켰습니다. 가사는 나이 들수록 더욱 그리워지는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담고 있지만, 드보르작은 자식을 잃은 자신의 아픔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늙으신 어머니 내게 이 노래 가르쳐 주실 때 두 눈에 눈물이 곱게 맺혔었네.이제 내 어린 딸에게 이 노래 들려주려니 내 그을린 두 뺨 위로 한없이 눈물 흘러내리네.”

 

   드보르작은 캄캄한 절망 속에서 그는 어머니의 끝없는 사랑을 기억하고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나이가 아무리 많이 들어도 세상이 너무 힘들고 슬플 때, 어머니의 품에서 엉엉 울고 싶어지고, 위로받고 싶어지는 어린이기도 합니다. 다가오는 어머니날에는, 흰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고 드보르작의 “어머니가 가르쳐주신 노래”를 들으며, 이 세상에서 가장 숭고하신, 늘 품어주시고, 늘 인정해주시는, 끝없는 어머니의 사랑을 종일토록 추억하고 싶습니다.<*>   

   문의 chesonghw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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