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너 -악극 “로엔그린” 1막 서곡 - <밸리 클래식음악 동호회> 윤종화 회장-

 

      이번 달에는 저를 바그네리안 Wagnerian으로 만들었던 로엔그린 1막 서곡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1막이 시작되기 전에 연주되는 서곡은, 보통 악극 혹은 오페라 전체의 흐름을 압축해서 작곡되었기에, 이 서곡에서 곡 전체의 흐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랄의 성배 Holy Grail’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리셨을 때 흘리신 피를 담았다는 잔)이 하늘에서 내려와 지상에 안착하는 장면을 묘사하는 음악이라고 보통 설명되고 있습니다. 전설에 의하면 이 성배는 수백 년간 몬살바트 Munsalvasche 산 위에 비장 되어 일생을 바친 기사에 의해 수호되어 있다고 합니다.

   피아니시모 (아주 조용히)로 시작해서 피아니시모로 끝나는 이 전주곡은 ‘그랄의 성배’ 의 motive (동기)를 중심으로 작곡되었기에 성스러울 정도의 신비로운 분위기로 연주되며, 2/3 부분쯤 현악기와 관현악 군의 총연주로 포르테시모 (아주 크게)의 클라이맥스가 압권인 곡입니다. 

바그너의 총 10편의 오페라 가운데 완전한 의미의 서곡이나 전주곡이 없는 “반지” 4부작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6편의 악극의 서곡이나 전주곡이 연주회용으로 자주 연주되고 있지만, 특히 느리게 연주되는 “로엔그린” 1막 전주곡은 가장 독창적인 작품 중 하나이며 그 신비로움과 서정성으로 많은 사랑받고 있습니다.

   저는 바그너 곡 중에서 이 서곡을 너무나 좋아합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인내심을 가지고 듣고 있노라면 수백 개의 무거운 화물칸을 천천히 그러나 집요하고 중단없이 끌고 가는 기관차의 거대한 힘이 느껴집니다. 그 거역할 수 없는 거대한 힘에 의해 저의 온 마음과 혼이 빨려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아마 이것이 바그너 음악의 매력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바그너는 1836년 11월에 여배우 민나 플라너(Minna Planer)와 결혼을 했습니다. 결혼한 이 두 사람은 1839년 9월에 런던으로 향하며, 거기서 다시  파리로 향하는데, 이때부터 이들은 1842년까지 계속 파리에서 거주했습니다. 바그너는 파리를 떠나 드레스덴 Dresden에 있을 때, 악극 “로엔그린”을 작곡하였습니다. 1845년 작품의 대본을 착수하여 1848년에 완성하였습니다. 그러나 1849년 5월 당시의 드레스덴에서 바그너는 정치범으로 몰려 바이마르 Weimer와 스위스의 취리히에 몸을 피해있을 때였습니다. 이때 “로엔그린”의 초연 준비를 한 리스트는 이 작품을 1850년 바이마르 극장에서 발표하였습니다. 그러나 바그너는 이 초연에 참석하지 못하였습니다. 그가 이 오페라를 처음 듣게 된 때는 1862년 빈 가극장이었는데, 그 날밤 아주 열광적인 환영을 받았다 합니다.

   오페라 "로엔그린"의 간략한 줄거리는 10세기 전반 브라반트 Brabant의 왕녀 엘사 Elsa는 남동생을 죽였다 하여 텔라문트 Telramund 백작에게 고소를 당합니다. 이 원죄(寃罪)로부터 그녀를 구조하기 위하여 성배(聖杯)의 기사 로엔그린이 나타나 텔라문트를 무찌릅니다. 결백한 몸이 된 엘사는 로엔그린과 결혼하게 되는데, 로엔그린은 그녀에게 자기의 신원을 묻지 말 것을 조건으로 합니다. 그러나 결혼식 날 엘사는 금단의 질문을 하고 맙니다. 로엔그린은 자기의 신원을 밝힌 뒤 백조를 타고 성배가 있는 나라로 돌아가고 엘사는 크게 실망하여 죽는다는 내용입니다.

   모티브 주제가 십수 번 반복되는데 아무리 들어도 어디에서 끝이 나고 다시 시작되는지 알 수 없는 신비함이 곁들여 있습니다. 아주 약음으로 Holy Grail 모티브 멜로디가 시작하여 점점 커지다가 타악기와 함께 절정에 다다른 후 다시 주 모티브 멜로디로 처음처럼 약음으로 끝맺습니다. 

저는 매달 명곡을 소개하기 전, 적어도 전곡을 10번은 듣습니다. 이 곡을 듣고 있으면, 성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자비로운 모습의 거룩하신 하나님의 임재를 느낍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나의 죄를 사하여주시며, ‘SIN NO MORE’라고 타이르는 것 같습니다.   

   여러 개의 현악기 음으로 갈라지지 않고, 한대가 연주하는 것 같이 음을 잘 모아주는 Lorin Maazel이 지휘한 Berlin Phil의 연주가 가장 탁월하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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