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살아있는 전설, 이탈리아의 등반가 “라인홀트 메스너"가 1978년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무산소로 등정한 이후, 무산소 여부는 산악인들의 등반을 평가하는 하나의 척도로 자리매김했다. 고산 등반 최대의 난적인 산소 결핍은 기구를 통해 해결하면 비교적 등반이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1953년 인류 최초로 에베레스트에 오른 영국의 에드몬드 힐러리 경 이후 수많은 등정자 중 에베레스트를 무산소로 오른 이는 200여 명에 지나지 않으며 수백 명에 이르는 한국인 등정자 중에서도 무산소 등정자는 지금은 고인이 된 2013년 원정대의 고 김창호, 서성호 대원 2명뿐이다. 이토록 어려운 무산소 등정을 10차례나 성공해 기네스북에 등재된 셰르파가 있다. 네팔의 전설적인 셰르파,”앙리타"이다. 그는 에베레스트 인근 네팔의 산악마을에서 태어나 15세부터 등반 장비를 옮기는 포터로 일하기 시작한다. 남다른 의지와 노력을 보이던 그는 다른 셰르파에 비해 어린 나이인 20세에 8000m급 고산인 초오유(8188m) 정상 등반에 성공한다. 

   그가 처음 에베레스트에 오른 건 1983년이다. 이후 1996년 마지막 정상 등정까지 13년의 기간 동안 10회의 에베레스트 무산소 등정을 성공한다. 또한 앙리타는 1987년 12월 세계 최초로 그 혹독하다는 에베레스트 동계등정 무산소 기록을 세운다. 당시 등반은 한국 최초 동계등정 기록을 세운 한국의 허영호 대장과 함께 했으나, 무산소는 앙리타 혼자였다. 당시 허 대장과 앙리타는 악천후로 원정대와 떨어져 정상아래 8,600m 지점에서 얼어 죽지 않기 위해, 지친 몸으로 밤새 운동을 했다고 한다. 국민 영웅인 그는 1996년 은퇴하지만 가난한 네팔은 그의 노후를 보장하지 못하고 자식들에게 의존하는 궁핍한 생활 중에  2012년 셰르파로 일하던 장남이 고산병으로 사망하자 상심 끝에 건강이 악화되어 2020년 9월 21일 오랜 지병인 뇌부종으로 사망한다. 그의 나이 향년 72세. 탁월한 등반기술과 경력으로 국제적 명예를 얻은 셰르파이지만 경제적인 부는 얻지 못하고 목숨을 건 무리한 무산소 등정으로 얻은 뇌부종의 고통으로 말년을 소모한 그의 인생이 애처롭다.

   Mt Waterman은 워터맨 스키장과 함께 산 가브리엘 산맥 야생구역에 있는 곳으로 등산 거리가 짧고 전 구간 평이하며 파인, 시더 등 침엽수우거진 숲이 시원해 초보자 산행에 적합하면서 인기 있는 곳이다.

   그러나 극심한 가뭄 끝에 2020년 9월에 발생하여 한 달 넘게 엔젤레스 포리스트 국유림을 초토화시키며 LA 카운티 최악의 산불 중 하나로 기록된 밥캣 산불로, 거의 전 등산로가 폐쇄되며, 펜데믹 속에 엎친 데 덮친 격의 충격을 모두에게 안겨주었었다. 그러다가 최근 다시 개방된 Mt Waterman을 찾는 산행 계획이 기대와 두려움의 교차 속에 편치만은 않았다. 주차장 건너 등산로 초입부는 생각보다 상태가 양호하여 기대를 갖게 한다. 가뭄 속에 물줄기는 모두 끊겼고 2마일 여 새들에 가까워지며 등산로 좌우 새까맣게 탄 키 큰 파인트리들의 처연한 도열사이로 내딛는 걸음이 마냥 무겁다. 대형 산불이 무서운 것은 당장의 피해도 그렇지만 토양 속의 미생물과 씨앗까지 모두 태워 버려 불모의 땅으로 만들어버리는 데 있다. 때문에 생태계의 자연적인 회복으로 원상 복귀하기까지 최소 30~40년이 걸린다고 한다.

   오랜 가뭄으로 식물군과 토양의 수분함량이 위험수위에 달했다는 뉴스는 기우 재를 지내며 하늘에 빌었던 옛사람들의 애절함을 십분 이해하게 되는 심정으로 마시는 물 한 모금이 새삼 그렇게 귀할 수가 없다. 새들 지나 표지판에서 오른쪽으로 접어들며 화마가 비껴가서 건재한 초록색 숲들이 얼마나 고마운지 화마를 견뎌낸 파인트리 한그루를 두 팔로 안아본다. 정상에서 만나는 그 바람은 똑같이 달고 시원했다.

▶거리; 왕복 7마일. 높이; 8038 Feet. 등반고도; 1270 Feet. 난이도; 2+. 등급; 4 (최고 5)

  가는 길;118(E)- 210(E)- 2 Hwy(N)-New comp Ranch 지나 Buckhorn Camp 전,왼쪽 파킹랏.            문의 (213) 445-1280,  www.valleyhikers.com

산행_1.jpg

 

산행_2.jpg

 


  1. Mt. Lukens -<밸리산악회> 김찬호-

    산악 기록에 공신력 있는 국제 연구진의 2022년 한 연구발표가 세계 산악계에 작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동안 히말라야 14좌를 정확히 완등한 사람은 단 3명 뿐이라는 것이다.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14좌 완등자는 한국인 8명 포함, 총 52명이다. 이 ...
    Date2023.03.29 ByValley_News
    Read More
  2. Hanninger Flats -<밸리산악회> 김찬호 대원-

    뼈암의 일종인 골육종으로 18세에 한쪽 다리를 절단하고도, 농구를 하고 지속적으로 달리기를 하던 청년 “테리 폭스". 어느 날 그는 아무도 생각할 수 없는 엄청난 도전을 결심한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넓은 캐나다 대륙을 가로지르는 대륙횡단 마라톤...
    Date2023.04.26 ByValley_News
    Read More
  3. Mission Peak via East Canyon -<밸리산악회> 김찬호 대원-

    등산 중 종종 마주치는 사람들이 있다. 산을 가볍고 빠르게 달려가는 사람들. 걷기에도 힘들고 버거운 산을 힘차게 뛰어가는 그들을 보면, 왠지 다칠 것 같아 위험해 보이기도 하고 또 한편, 나도 한번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은연중 들기도 한다. Trail Run...
    Date2023.05.31 ByValley_News
    Read More
  4. Sanjacinto Peak -<밸리산악회> 김찬호 대원-

    출 생 시 탯줄이 목을 감아 뇌에 산소공급이 중단되면서 뇌성마비와 전신마비를 갖게 된 '릭 호이트' . 병원에서는 보호시설에 보내야 한다고 했지만, 아버지‘릭 호이트'는 아빠와 눈 맞추던 아기의 초롱한 눈빛을 보고 집에서 키우기로 결...
    Date2023.06.29 ByValley_News
    Read More
  5. Oakwilde Campground via Gabrielino Trail - <밸리산악회>김찬호 대원-

    LA에 거주하는 아마추어 산악인 76세의 김명준 씨. 연세대를 졸업 후, 대기업에 근무하다 서른한 살에 미국으로 이민, 갖은 고생 끝에 의류 사업가로 크게 성공한다. 여기까지가 인생 1막이라면 50세가 넘어 시작한 인생 2막은 모험과 도전으로 점철된다. 사업...
    Date2023.07.28 ByValley_News
    Read More
  6. Ontario Peak -<밸리산악회> 김찬호대원-

    오랫동안 이 칼럼을 쓰며 찾아본 산악인, 탐험가 중 유독 마음이 끌리는 한 남자가 있다. 금세기의 걸출한 모험가를 꼽는다면 빠지지 않는 인물, 타고난 방랑가이자 모험가인 ‘우에무라 나오미'가 바로 그다. 1941년 일본에서 태어난 그는 메이지대...
    Date2023.08.31 ByValley_News
    Read More
  7. Big Pine Creek -<밸리산악회>김찬호 대원-

    2023년은 에베레스트 등정 70주년이 되는 해다. 뉴질랜드 등반가 ‘에드먼드 힐러리'와 셰르파 ‘텐징 노르가이' 등정 이후 히말라야를 찾는 발길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지난봄 네팔 정부는 역대 최고인 479건의 에베레스트 등반 허가를 내...
    Date2023.11.30 ByValley_News
    Read More
  8. Placerita Canyon - <밸리산악회> 김 찬 호 대원-

    설악산 대청봉도 못 오른 채 에베레스트, 북극을 먼저 갔고 그래서 언젠간 겨울 설악산 폭풍 설 속에서 슬리핑백을 뒤집어쓰고 비박을 하고 싶었는데, 그걸 못 한 게 한으로 남았다는 재미있는 비유로 듣는 이들을 즐겁게 했던, 전 대한 산악연맹 회장이자, ...
    Date2023.12.29 ByValley_News
    Read More
  9. 아름다움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Mt. Baldy 겨울 눈 산행- <밸리산악회>김찬호 대원

    키 155cm의 자그마한 키와 체격, 장바구니 들고 시장에서 만나도 그냥 스쳐 지나갈, 지극히 평범한 외모의 할머니. 그러나 그녀의 경력과 내공은 참으로 비범하다. 한국 여성 산악인 송귀화 씨가 2023년 12월 25일 남극 최고봉 “빈슨 매시프"(4,892m)를...
    Date2024.03.01 ByValley_News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Next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