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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성맞은 전염병 때문에 뜻하지 않은 집콕 감옥살이가 꽤나 길었습니다. 감옥살이가 답답하기는 했지만, 달리 생각하면 그 덕에 자신의 내면을 진득하게 되돌아보고, 우리 삶에서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의 사소한 행복이 주는 가치도 새롭게 알게 되었지요.  

 

  한때 <행복학> 열풍이 전 세계를 강타한 적이 있습니다. 

  하버드대학교‘긍정심리학’교수이자 베스트셀러 <해피어>의 저자 탈 벤-샤하르(Tal Ben-Shahar) 교수의 강의가 불을 당긴 열풍이었는데요. 

  이 강의는 치열한 경쟁과 스트레스에 갇혀 살아가고 있는 하버드대 학생들의 삶을 의미 있게 변화시켰고, 여러 방송과 언론을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가며 큰 영향력을 미쳤습니다. 그만큼 사람들이 행복에 목말라 하고 있다는 이야기겠지요.

  “행복에 대해서 새삼스럽게 연구할 게 뭐 있냐? 다 아는 것 아닌가?”

  천만의 말씀입니다. 우리는 모두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고, 언제 행복을 느끼는지 알고 있지만, 행복의 전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일관된 정의를 내리지는 못합니다.

  가령, 행복(happy)이라는 단어의 어원은‘행운’또는‘기회’를 뜻하는 아이슬란드어‘happ’로, haphazard(우연), happenstance(우연한 일)과 어원이 같다고 합니다. 하지만, 학자들은 행복을 우연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행복의 정의를 내리고 이해하려고 공부하는 것이죠.

  그런 공부 결과, 행복은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는 가치다, 돈과 지위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는 없다, 스스로 선택한 일에서 의미와 즐거움을 느끼고, 영적이고 충만한 삶이란 어떤 것일까… 등등의 결론을 내리곤 하지요. 

     *   *   *

  혹시 <행복 총량 불변의 법칙>이라고 들어보셨는지요?

  삶이 힘겹고 버거워 짜증스러울 때면 저는 버릇처럼 한 가지 법칙을 떠올리곤 합니다. 바로 <행복 총량 불변의 법칙>입니다. 옛날 과학시간에 배웠던 <질량불변의 법칙>을 응용해서 내 나름대로 만들어 본 것인데, 힘겨울 때 마음을 다스려 쓰다듬는 효과가 제법 큰 듯합니다.

  제가 발견한 줄 알고 스스로 대견해 우쭐했었는데, 알고 보니 벌써 다른 사람이 논문으로까지 발표한 삶의 원리더군요. 개인이나 가정이나 사회나 나라에도 적용되는 원리…

  법칙이라고 해서 뭐 거창한 것은 아니고, 간단히 말해서 하늘이 우리 인간에게 지극히 공평하다는 사실을 믿는다면, 인간이 일생동안 누리는 행복의 양은 대개가 비슷하다는 그런 법칙입니다.

  곰곰이 따지고 보면, 아주 특별한 경우를 빼놓고는 일생동안 꾸준히 행복한 사람도 없고, 끝끝내 불행하기만 한 사람도 그다지 많지 않다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지요.

  그러니까, 사람의 한 평생 행복과 불행을 더하기 빼기 계산해보면 행복의 총량은 누구나 어슷비슷하다는 겁니다. 양지가 있으면 반드시 음지가 있는 법이지요.

  예를 들어, 환률 같은 것을 보면, 오르락내리락 정신없이 널뛰기를 하는 환률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반대로 슬퍼하는 사람이 반드시 있게 마련입니다. 그게 세상의 이치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법칙이랄 것까지도 없이, 그저‘쥐구멍에도 볕 들 날 있고, 음지도 언젠가는 양지가 된다’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별 것도 아닌 교훈이지만, 저는 이 법칙에서 많은 위로를 받곤 합니다. 지금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앞으로의 행복이 크고 값질 것이라고 생각하면 짜증이 한결 덜해지곤 하는 겁니다.

  돈 버는 재주만 해도 그렇지요. 하늘이 한 사람에게 여러 가지 재능을 동시에 주지는 않음이 분명하므로, 내게는 돈 버는 재주 이외에 다른 재능을 주었을 것으로 믿고 그것이 과연 무엇일까를 더듬다보면 그렁저렁 우울함도 없어지고 마는 겁니다. 몸이 약하면 정신이 강하고 그런 거지요.

  돈이 많으면 그만큼 걱정도 많은 법입니다. 큰 벼슬했다고 떵떵거리던 사람이나, 은수저 입에 물고 태어난 것처럼 으스대던 재벌 2세들이 쇠고랑 차고 감옥에 가는 걸 보면 알 수 있는 일이지요.

 

  그래서 저는 우거지죽상을 하고 온 세상의 고민을 혼자 떠맡은 듯 한숨 내쉬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행복 총량 불변의 법칙>을 열심히 이야기하곤 합니다. 누구에게나 쨍하고 볕들어 눈부실 날이 있는 법이라고, 하늘이 끝끝내 무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힘주어 설명하곤 하는 겁니다.

  허지만 아직까지는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왜 그럴까? 

  스스로 만족하지 못 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지족자부(知足者富)라는 옛말이 하나도 그르지 않습니다. 그저 한없는 욕심의 수렁에 빠져 허우적거리니 도대체가 행복할 겨를이 없는 겁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네 미국생활이라는 것이 영락없는 진흙 레슬링인 것 같아요. 욕망의 진흙탕 속에서 정신없이 나딩구는 꼴이기 십상이지요. 제 아무리 대장부라 해도 나물먹고 물마시고 팔베개 했으니 세상에 부러울 게 없노라고 큰소리 칠 수가 없습니다. 사회구조가 그렇게 되어먹지를 않았으니… 그래서 마냥 고달프지요.

  솔직히 말해서, 삶이 힘겨울 때가 많습니다. 무력감을 느끼곤 하지요. 산 입에 거미줄 치랴는 옛말을 굴뚝같이 믿어보지만, 여전히 목구멍이 서슬 퍼런 포도청인지라 아등바등 뛰다보면 보람이고 개뿔이고 없이 나른해지곤 합니다.

  사람들 사이를 헤집다 보면 마음에 큰 상채기가 생기는 일도 한 두 번이 아니지요. 그래서 참으로 버겁고, 뭣 때문에 사는지 어리벙벙 우울해질 때가 참 많습니다.

  그럴수록 <행복 총량 불변의 법칙>같은 것이 각광을 받아야 마땅할 텐데, 그렇지 않으니 이상스럽네요. 내일보다는 오늘에다 너무들 많은 무게를 두는 것 같아요.

     *   *   *

  친구가 오랜만에 보내준 편지에 이런 구절이 있었습니다.

  “부디, 하고 싶은 일을 참지 말고, 해야 할 일에 묶이지 않기 바란다. 천재란 무엇이냐? 진정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한 삶을 사는 사람이다.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하지 못한 사람이 범재일 뿐이다.

  불행한 사람이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는 사람이지.

  예술의 천재, 과학의 천재 따위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근면의 천재, 직관의 천재, 정직의 천재, 극기의 천재, 자애의 천재… 등 모든 인간의 성품은 천재의 씨앗이라고 생각되는구나. 네 천재의 크기를 한껏 확인하기 바란다. 항상 자유롭고 건강해라.”

  그렇습니다. 우리 모두는 천재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천재일지도 모릅니다. 스스로 나는 천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마음이 문제일 뿐인지도 모르는 겁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한결 따사로워지지 않을까요? 모든 천재를 위하여 건배!

 

  아무튼 <행복 총량 불변의 법칙>을 믿으면, 불행에 빠져도 크게 실망하지 않게 되고, 한없이 행복할 때에도 세상 어디엔가 불행으로 고통 받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 스스로를 다독여 겸손하게 됩니다. 오늘의 불행이 크면 클수록 내일의 행복이 그만큼 커질 수도 있겠지요. 그렇게 믿습니다. <*>

 

행복.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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