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외국어 교육 커리큘럼은 한국이나 미국이 다를 바 없다. 본국 말, 즉 국어와 외국어를 필수적으로 택하게 되어있다. 내가 자란 한국에서는 제 1 외국어 영어는 필수 과목이었고, 제 2 외국어는 독일어, 불어 둘 중 하나를 택하는 옵션이 있었다.
나는 이십 대 중반에 전문의 수련 과정을 받으려고 도미했다. 모든 정규 교육과정을 한국에서 이수한 셈이다. 지금은 내 나라가 된 이 외국 땅, 미국에서 수련의 과정을 마치고, 전문의가 될 수 있었던 것은, 한국에서 외국어 교육 방침에 따라 영어를 배웠기에 가능했다고 생각된다. 도미한 후, 나는 집에서만 한국말을 했고, 하루에 10시간 이상을 영어로 쓰고, 읽고, 말해야만 했다. 꿈도 영어로 꾸었는지 모른다.
어려서 세계 언어를 배우면 뇌의 면적이 넓어지고, 넓은 뇌 면적은 인지능력을 높여주어서 지능(IQ)을 높인다. 또 몰랐던 외국의 문화, 역사를 배우게 되니, 새로운 것을 편하게 대할 수 있는 능력도 생기고, 나나 내 것과 다르다고 피하지 않고 포용할 수 있으며, 나아가서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세계에는 몇 개의 언어가 있을까? 자그마치 7천여 개의 언어가 있다고 한다. 인구의 반이 이 다양한 언어 중에 23개(0.3%)를 쓰고 있다. 미국은 2억 4천만 명(78%)이 영어를, 4천백만 명(13.5%)이 스패니쉬를, 약 3.6%가 아시안 계통의 말을 쓴다고 한다(2018년 인구조사). 참고로 백10만 명이 한국어를, 3백만 명이 중국어를 쓴다.
미국은 이차대전 이후, 세계에서 제일 잘 사는 ‘큰 형님’으로 세상이 영어를 배워야 한다는 태도였는데, 지금은 우리들의 아이들이 글로벌 시민으로 세계를 향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삼 년 전, 2018년 캘리포니아 교육 감독관 톰 톨락슨(Tom Torlakson)은 ‘글로벌 캘리포니아 2030’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내용은 2030년까지 모든 캘리포니아 학생들은 한 가지 이상의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게 하자는 세계 언어 교육 방침이자 목표이다.
이와 좀 상반되는 일이 생겼다. 올해 1월에 SAT II subject test가 폐쇄된 것이다. SAT II Subject Test는 세계 언어를 포함해서 총 20개의 과목이 포함되어 있었다. 세계 언어 9개 중에 한국어도 있었다. 약 25년 전 중국어, 일본어에 이어서 동양 언어로는 세 번째로 SAT II Korean이 시험 과목으로 채택되었는데, 아쉽게도 이 테스트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일본어나 중국어처럼 한국어도 AP Korean이 있다면 걱정이 없겠다. AP란‘Advanced Placement’의 약자로 고교에서 대학 과정을 이수하고 인정받는 제도이다. AP 시험에서 5점 만점에 3, 4, 5점을 받으면 고교에서는 점수가 가중되어 평균점수(GPA)가 높아지고, 대부분 대학에서는 다시 그 과목을 택하지 않아도 된다. 빈 시간에 다른 과목을 들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AP Korean이 생기려면 한국어 클래스가 있는 정규학교 수가 현재보다 더 많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카리지 보드의 의견이다. 힘들고 느리지만, 꾸준히 한국어 반이 만들어지고 있다. 지금 전국에 약 2백여 개의 학교에 한국어반이 있다.
한국어를 가르칠 주축이 되는 것 중의 하나가 지침서인 교과서이다. 비한국계, 한국계 학생들에게 마땅한 미국의 다문화, 다인종 사회를 반영하는 한국어 교과서가 필수이다.
SAT II Korean을 칼리지보드에 입성시키는 것에 이바지했던 파이오니어들이 모여 AP Korean을 목표로 만든 비영리 단체, 한국어진흥재단에서 십여 년 전에 한국어 교육을 위해 만들었고, 널리 사용되었던 다이내믹 코리언(Dynamic Korean) I, II, III을 완전히 교체한 새 책이 탄생했다.
에픽 코리안(Epic Korean)이다. 한국어와 영어로 15명의 캐릭터를 중심으로 펼쳐나가는 재미있는 교과서이다. 의사소통 위주로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익힐 수 있을 뿐 아니라, 미국 외국어 교습 위원회(ACTFL-American Council on the Teaching of Foreign Language)가 제시하는 학습기준과 캘리포니아 교육국의 기준에 의해서 쓰였다. 이 책 시리즈는 총 12권, 4 레벨로 워크북과 교사지침서, 온라인 이북(e-Book), MP3 스트리밍으로 체험하는 링크가 들어있다.
잠깐 이 책 시리즈가 만들어질 때 까지의 과정을 나누고 싶다. 이 과정은 학계의 칭찬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학계에서는 교수나 의사를 구하고, 뽑을 때, 전국에 공고해서 뜻 있는 교사/학자들이 자유롭게 응시하도록 한다. 우리의 경우 세 명을 뽑는데 30명이 넘는, 뛰어난 분들이 이력서를 보내왔다.
한국어진흥재단 이사 중 다섯 분으로 구성된 교과서 위원회를 만들고, 이 위원회가 주축이 되어 모든 과정을 이끌었다. 집필진을 선택할 때, 이 위원회가 이력서를 심사하고 점수를 매기고, 합산하여서 일차로 최고점부터 50%를 뽑았다. 남은 50%에서 재심사를 거쳐 다시 50%를 뽑고, 최종 세 분을 선출했다. 한 분의 고교 교사와 두 분의 대학교수이다. 이 세분은 모두 동부에서 활동하고 계시고, 집필진으로 뽑힐 때까지 서로 만난 적이 없던 관계였다.
또 재미있던 일은 책 이름을 명명(命名)하는 일이었다. 이 또한 미디어를 통해서 공모했고, 응모에 들어온 수십 개의 이름을 이사회 투표를 거쳐‘에픽 코리안(Epic Korean)’으로 정했다.
위에 언급되었듯이 모든 레벨의 책은 온라인 교재 이북(eBook)이나 MP3 스트리밍으로 체험하는 링크가 있고 이 링크에는 구매 방법이 안내되어 있다. 웹사이트 (http://epickorean.org) 참조. 전화문의 (213-380-5712).
이 교과서로 정규학교 비 혈통, 영어권 혈통 학생들이 한국어를 많이 배워서, 한국을 알게 되고, AP Korean도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모니카류이사장, 길옥빈부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