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기다리는, 그래서 고마운 숲속 청량함 Tom Sloan Saddle-<밸리산악회>김찬호

by Valley_News posted Oct 0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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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서부 태평양 연안 등산로인 PCT(2,663마일), 미국 중서부 5개 주에 걸쳐 록키 산맥을 따라있는 CDT(3,100마일)와 함께 미국 3대 트레일로 꼽히는 장거리 하이킹의 시초인 AT(애팔래치안 트레일 2,181마일, 3,510Km)는 미 동부 14개 주에 걸쳐 애팔래치아산맥과 연결되어있는 트레일인데 이곳을 여성으로서 최초 완주하고 남녀 통틀어 3번 종주에 성공한 첫 번째 인물로 기록된 “엠마 게이트우드(그녀는 산악인이 아니다)의 경이로운 이야기가 있다. 예순 일곱 살의 할머니가 고행길에 나섰다. 텐트와 침낭, 버너, 지도와 나침반은 물론이고 배낭조차 없이 담요 한 장과 옷 몇 벌, 통조림 몇 개를 직접 만든 자루에 넣고서 운동화와 현금 200달러만으로 그녀는 무려 2,181마일의 애팔래치안 트레일을 146일 만에 완주한다. 때는 1955년, 엠마의 여행 노트에는 고행의 기록이 만만찮다. 외딴 교회에서, 또는 비어있는 오두막에서 그도 안 되면 숲속 낙엽을 긁어모아 몸을 파묻고 잠을 자고 수시로 출몰하는 방울뱀과 위험한 야생동물을 겨우 피하면 고산에서 만난 폭풍우가 앞길을 막아선다. 그래도 걸었고 개울을 만나면 옷을 빨았다. 그러나 트레일을 걷는 일이 고난의 길만은 아니었다. 누군가의 호의로 잠자리와 식사대접을 받았고 순례 길에 만난 사람들의 따뜻한 도움이 그녀와 함께했다.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걷는 괴짜 할머니 이야기가 알려지며, 의도치 않게 유명인사가 되어 지역신문들과 인터뷰를 하게 되고 완주 후, 매스컴은 애팔래치아의 여왕이라며 열광한다. 그녀가 초인적인 고행 길을 걷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수 없는 질문이 있었지만, 엠마는 ‘그저 그러고 싶었다’라고만 답한다. 열한 명의 자식들과 스물세 명의 손자 손녀를 둔, 그들을 보살피며 세상 떠날 날을 기다릴밖에 남은 게 없는 67세의 할머니. 엠마는 수십 년 결혼생활 내내 남편의 폭력으로 체념의 삶을 살았고 폭행으로 얻은 상처 치료차 찾은 병원 대기실에서 내셔널지오 그래픽 잡지에 실린 애팔래치아 트레일 특집 기사를 보고 꿈을 꾸게 된다. 겨우 이혼에 성공하고, 이제야 찾아온 노년의 평온함을 뿌리치고 애팔래치아로 향한, 여자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던 시대 상황에서 누구의 보호막 없이 위험한 야생의 자연 속에서도 자유를 느꼈다는 그녀의 강인한 자아실현 의지에 존경을 표한다.

   

   알타데나 북쪽 Millard Canyon 캠프그라운드에서 시작하는 이 트레일은 산가브리엘 산맥의 여러 트레일 중 개울을 끼고 오르는 등산로가 멋진 곳이며 LA 어느 지역에서도 가까워 접근성이 좋은 곳이다. 항상 먼저 찾았던 Millard Falls는 가뭄으로 물이 말라 생략하고 계곡 등산로로 곧장 오른다. 귀를 즐겁게 해주던 개울물조차 이젠 말랐지만 그래도 깊은 숲속의 청량감이 참으로 고맙다. 2009년 Station Fire 때 밀라드 캐년과 톰슬로안 새들 주변 지역이 큰 피해를 입었고 5년 동안 폐쇄되었다가 2014년 재개장되어 이만큼 회복되었기에 현재의 가뭄이 그만큼 염려스럽다. 3마일 여 지점 암석 계곡에서 만난 바람은 한기를 느낄 만큼 시원했고, 100여 년 전 금을 채굴하던 Dawn Mine 광산의 흔적을 짚어보면서 옛날을 유추해본다. Dawn Mine을 지나 숲을 벗어나 지그재그 경사로를 힘겹게 오르며 여름 산행의 진수를 만끽한다. 그리고 1마 일여 뒤에 만나는 Tom Sloan Saddle에서 가쁜 숨을 내쉬며 비워지는 나를 내려놓는다.

 

   ▶ 왕복;  9 마일.  등반고도; 2200 피트.  난이도; 3 (최고 5).  등급; 4 (최고 5)

   ▶ 가는 길; 118(E)- 210 (E)- Lake Ave Exit- 북쪽으로 Drive- 길이 끝나면서 좌회전-1 마일정도-Chaney Trail Rd 나오면 우회전- 계속 직진하면 숲이 있는 파킹장.

   문의 (213)445-1280,  www.valleyhik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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