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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혈관 건강에 대한 글에서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전달된 것 같다. 혈관이 좁아지는 동안 우리는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고 했는데, 증상이 없는 경우도 있지만 심장 통증이나 걸을 때 다리 통증을 느낄 수도 있다. 

   이번 달은 숙면에 대해서 얘기해 보자. 의과 대학, 그 후 내과 트레이닝에서도 숙면에 대해서 접하기는 했지만, 수면의학과가 따로 있는 만큼 더 공부하지 않으면 많은 의사들은 숙면의 중요성과 치료에 대해 자세히 모를 수 있다. 나의 지식은 의과 트레이닝과 Matthew Walker 박사의‘Why We Sleep’이라는 책에서 더 넓은 지식을 얻었다. 

   이 책은 정말 잠의 중요성을 다시 깨닫게 해 주었다. 나이가 들면서 우리 몸 안의 일주기 리듬 (circadian rhythm)도 서서히 바뀐다. 그래서 청소년기 때는 올빼미 생활을 하면서 늦은 아침에 일어나는 아이들이 많은데, 나이가 들면서 circadian rhythm은 앞으로 당겨와 노인들은 이른 새벽부터 활동하는 분들이 많다. 

   우리 몸의 노화는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이고, 잠을 자는 패턴이 바뀌는 것도 어떻게 보면 정상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가 건강에 신경 써 오래 건강히 살 수 있게 된 것처럼 노화와 함께하는 잠의 문제도 충분히 개선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다. 나이가 들면 잠을 덜 자도 괜찮은 것이 아니라 나이가 들어도 7-8시간의 숙면은 아주 중요하다.

   환자분들 중 이른 새벽에 깨어 열심히 운동 하시는 분들도 많다. 이것은 너무 좋은 현상이고 아침에 운동 하시는 분들은 많은 격려를 보내드리고 싶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우리 몸에서 나오는 melatonin 이라는 호르몬은 젊었을 때 보다 더 일찍 분비가 되어 이른 저녁 시간에 벌써 졸음을 유발해 책을 보다가 또는 영화를 보러 친구들과 모여서도 꾸벅 꾸벅 졸게 된다. 

   우리 몸 안에서 분비되는 또 다른 호르몬인 adenosine은 아침에 낮은 레벨로 시작해 하루 종일 분비되어 쌓여 나가 저녁이 되면 레벨이 높아져 우리 몸을 졸리게 만든다. 잠을 자면 adenosine 레벨은 자연스럽게 다시 내려온다. 이른 저녁부터 졸게 되면 이 adenosine이라는 화학 물질의 레벨이 내려와 버려 조금 후 자야 할 시간이 되었는데도 정신은 말똥말똥한 상태가 되어버린다. 그리고 이 현상의 연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만약 새벽부터 깨어 가볍게 걷는 운동을 한다면 선글라스를 껴서 아침 햇빛을 차단해 우리 몸의 일주기 리듬을 늦추는 방법이 있다. 그리고 해가 지기 조금 전에는 선글라스를 끼지 않은 상태로 햇빛에 몸을 노출시켜 가벼운 운동을 해 주면 더욱 좋다. 그리고 잘 시간이 가까워졌을 때는 집안의 빛을 어둡게 바꾸고 핸드폰의 조명도 따뜻한 저녁 모드 설정을 하여 잠을 방해하지 않게 하는 것이 좋다.   

   Melatonin은 젊은 사람들에게는 잘 안 들을 수 있지만 나이가 들면서는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Melatonin은 잠을 유발하는 약이 아닌, 신체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물질을 약으로 날마다 같은 시간에 꾸준히 복용해 일주기 리듬을 만들어 주는 치료이다. 

   많은 분들은 밤에 화장실을 여러 번 가야 하는 상황 때문에 깊은 잠을 못 잔다고 한다. 나이가 들면 방광이 약해지고, 남성들은 전립선이 예전보다 단단해지면서 방광을 완벽하게 비우지 못해 화장실을 여러 번 가게 된다. 이것은 주치의와 상담하여 전립선을 이완시켜주는 약에 대해 상담을 받아보고 여성들도 산부인과 의사(Gynecology or Urogynecology)와 상담하여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되는 원인을 알아보는 것이 좋다. 

   이 외, 자기 전 따듯한 물에 몸을 담기어 몸의 온도를 낮춰주는 방법(생각 외로 따뜻한 물은 우리 신체 중심의 온도를 낮춰준다)이 있다. 우리 몸은 평소보다 신체 온도가 낮아져야 숙면할 수 있다. 카페인이 들어간 커피나 티는 우리 몸을 졸리게 해주는 adenosine을 방해하기 때문에 아침시간 이후로는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

   상황에 따라 주치의와 상의해서 수면 의학 의사를 만나보는 방법도 있다. 수면 의학 의사와는 잠을 자면서 숨을 자주 쉬지 않거나 (Obstructive Sleep Apnea) 코를 고는 증상들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들을 상의할 수 있다. 

   주치의와 상의해서 잠자는 처방전을 받았다면, 오늘 저녁 일단의 피로를 위해 복용해 봐도 되지만, 잠을 잘 수 있는 환경과 습관을 만들어 주는 방법을 꼭 생각해 보길 바란다. 처방약은 와인 같은 알코올처럼 잠을 들기에는 도움을 주지만 숙면을 방해한다. 

   숙면의 중요성은 셀 수 없이 많다. Why We Sleep에서 소개되는 연구들의 결과에 의하면 잠을 잘 자지 못하면 당뇨, 혈압, 비만, 콜레스테롤 같은 성인병을 유발하고 오랜 세월의 불면증을 앓은 사람들은 나중에 알츠하이머(치매의 한 종류)에 걸릴 확률이 올라간다고 한다. 잠을 통해 우리는 몸의 세포들을 재생시키며 낮에 있었던 일들을 두뇌에 기억으로 저장한다. 

   또한 숙면은 우리의 감정을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운다. 만약 가족이나 친구가 짜증을 내고 버럭 화를 낸다든지 운전하다가 road rage(분노)를 일으키는 사람을 목격한다면 그 사람들은 잠을 잘 못 잤을 확률이 클 것이라 예상해도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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