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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인 2세 작가 캐시 박 홍(45) 시인이 시사 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됐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시인으로서, 아시아계 여성으로서 선정된 것도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현재 럿거스대학에서 영문학 교수로 재직하며, 시인이자 수필가로 활동하고 있는 캐시  박 홍은 가장 영향력 있는 한국계 미국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그이의 최근작이자 자전적 에세이인 <마이너 필링스(Minor Feelings)>를 매우 진지하게, 그리고 무거운 마음으로 읽었다. 바로 우리들과 우리 자녀들의 정체성 인식 등에 관한 이야기인지라 생각할 점도 많고, 울림도 컸다. 

  이 책은 미국에 살고 있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현실과 문화를 비판하면서, 미국사회의 근본적 문제인 인종주의를 다각적으로 날카롭게 폭로하고 있다. 인종화된 의식은 미국의 밑바탕에 깔린, 가장 어렵고 골치 아픈 문제다.   

  이 책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아시안 증오범죄가 많아지면서 사회문제로 떠오르는 현실과 맞물리면서, 매우 크게 주목을 받았다. 그 덕에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수상, 퓰리처상 파이널리스트, 앤드루 카네기상 우수상 후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타임스 선정 올해 최고의 10대 논픽션, 뉴욕공립도서관 올해의 책 등의 영예를 안았다.

  이 책은 아시안 아메리칸이어서, 특히 여성이어서 당한 차별의 감정들을 폭넓고 섬세하게 고발한다. 뿐만 아니라, 1800년대 미국 대륙횡단 철도 공사 현장의 중국인들과 중국인 배척법, 20세기 초의 이민금지법, 그리고 1965년 개정 이민법 이후 오늘날에 이르는 역사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역사책처럼 딱딱한 서술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비롯하여, 다양한 사례들을 적절하게 들어가며, 그 안에 숨겨져 있는 정신적 세계와 사회 구조의 모순을 파헤친다. 

  4.29 폭동 이야기, 아시안 아메리칸 예술가들의 이야기도 눈길을 끈다. 특히 미술을 공부하다가 시인으로 길을 바꾼 저자의 이야기, 억울하게 요절한 천재 테레사 차학경 이야기 등은 정체성 문제로 갈등을 겪는 우리 젊은 예술가들에게 꼭 권하고 싶다.  

  책의 제목인 <Minor Feelings>는 직역하면 ‘사소한 감정’이겠지만,‘마이너리티’의 사회적 맥락과 깊게 연결돼 있으니 ‘소수적 감정’으로 옮길 수 있겠다고 번역자는 말한다. ‘소수자’로 분리된 사람들이 안고 사는 불안과 짜증, 수치심과 우울감은, 음악용어를 빌리자면 단조(minor)의 감정이기도 하다.

  우리 자신도 실제로 살면서 아프게 느끼는 일이지만, 아시아인은 백인도 아니고, 흑인도 아니다. 흑인에게는 불신당하고, 백인에게는 무시당하거나, 아니면 흑인을 억압하는 일에 이용된다. 이 책에서는 아시안을 ’갈색인‘이라고 표현하는데, 그 느낌이 참 묘하다. 

  저자의 목소리를 옮겨보면, 바로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을 것 같다.

  “아시아인은 존재감이 별로 없다. 아시아인은 미안스러운 공간을 차지한다. 우리는 진정한 소수자로 간주될 만한 존재감조차 충분히 가지고 있지 않다.”

  “나는 백인의 환심을 사도록 양육되고 교육받았으며, 환심을 사려는 이 욕망이 내 의식 속에 깊이 뿌리 박혀 있었다.”

  “우리가 목청을 높이지 않으면 우리의 수치심은 억압적인 아시아 문화와 우리가 떠나온 나라에 의해 초래된 것이고 미국은 우리에게 오로지 기회를 주었을 뿐이라는 신화를 영구화하게 된다.”

  이 책의 영문판은 2020년 봄, 코로나 19 대유행으로 뉴욕시에 봉쇄 조치가 내려지기 몇 주 전에 발간되었고, 올해 8월 한국어 번역판이 나왔다. 그런데, 정작 이 책을 꼭 읽어야 할 미주 한인사회에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 많이 읽고, 함께 생각했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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