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데뷔 50주년을 맞은‘가왕’ 조용필은 명불허전 한국 최고의 가수 중 한 명이다. 그는‘국민 가수’, ‘영원한 오빠’, ‘한국 대중음악의 제왕’ 등 최고의 찬사와 늘 함께하고 있다. 문화평론가 박준흠은 대중음악계에서 그가 차지하는 비중을“제주도에서 한라산이 차지하는 비중과 같다.”라고 평가하였다. 그의 이름은 오늘날의 대중매체에서도 끊임없이 언급되고 있고 많은 후배 가수들은 그의 음악을 리메이크하거나 커버하고 있다.
그는 음악에 대하여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을까? 과거 MBC의 라디오 프로그램‘배철수의 음악 캠프’에 출연한 그는 그의 음악 철학에 대하여 밝힌 바 있다. 그는 대중가요를 부르는 가수로서 멜로디, 가사, 시대성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고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조용필의 음악에는 한계가 없다. 50년이 넘는 활동 기간 동안 그가 시도한 장르는 팝, 록, 트로트, 펑크, 퓨전재즈, 민요 등 셀 수 없이 많고, 히트곡은‘돌아와요 부산항에’, ‘단발머리’, ‘모나리자’에서 가장 최근‘Hello’, ‘Bounce’ 등 셀 수 없이 많다.
조용필의 음악에 대한 철학과 소신은 그가 5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는 큰 주춧돌이 되었다. 만약 그가 대다수의 다른 원로 가수들처럼 자신만의 장르만 고집했다면 이토록 오랫동안 다양한 팬층을 확보하며 사랑받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세대를 아우르는 음악과 가사의 유대감은 대중의 쓸쓸하고 허기진 마음을 따뜻함으로 채워 주었다.
이처럼 예술 작품과 행위 이전에 형성되어 있는 철학적 사유는 언제나 최우선이 되어야 할 것이다. 독일의 철학자 마틴 하이데거(M. Heidegger, 1889-1976)는 그의 저서‘형이상학 입문’에서 “철학은 개별 학문과 동등한 위치에 있지 않다. 오히려 철학은 그들에 앞서 있고 (…) 철학과 그 사유에 있어서 동등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은 단지 시작(詩作)뿐이다.”라고 하였다. 시를 짓는 행위는 ‘정수(精髓)’이며 자신이 수행하는 철학적 성찰, 즉‘존재’와‘존재 진리’에 대한 근원적인 고찰과도 같은 것이다. 이는 예술을 경외하고 소유하지만, 최후의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곡을 연주하거나 노래하는 행위가 그저 감각적인 것이 되어선 안 된다. 철학자 헤겔(G. W. F. Hegel, 1770-1831)의 말을 인용하자면 예술의 궁극적인 목적은“진리를 드러내는 것, 인간의 마음속에서 움직이는 것을 무엇보다 형상적이며 구체적인 방식으로 표상하는 것”이다. 물론 현대 예술의 표현 방식은 헤겔의 시대와는 많이 변하긴 했지만, 진리의 표현을 위한 도구로써 예술은 그 역할이 같다.
우리는 이 시대 최고의 가수라고 불리는 인물과 예술의 본질에 대해 고민한 철학가들의 행보에서 명확한 시사점을 배울 수 있다. 음악을 심미적으로 즐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철학적 진리 추구와 자아의 승화를 위한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헤겔의 말을 인용하며 글을 마치려고 한다.“예술은 감각적인 것 자체와 순수한 사고의 중간에 위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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