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대의 사회 일반에 주류나 특색을 이루는 사상적 경향은 그 시대의 다양한 분야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시대사조로 통칭되는 이 현상은 음악 분야에도 큰 영향을 미쳤고 지금도 그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이는 인간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정서의 범위 안에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고 진화하고 있으며 유행이 순환하고 있다.
음악이 가진 힘은 지난 칼럼에서 다룬 것과 같이 철학의 표현 도구로서 진리를 드러내는 노력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는 개인의 취미 형성에 큰 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감화력이 강하여 개인과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개인은 이 원리를 인지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철학 발현을 위한 음악은 개인에 의해 선택되고 음미 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물론 대중의 공감을 얻는 음악들이 인기를 얻는 것은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나 그것이 시대사조에 의해 조작되는 경우들도 많이 볼 수 있다.
1752년 프랑스의 파리에서는 이탈리아의‘Opera Buffa(오페라 부파, 희극 오페라)’의 공연에 대한 논쟁이 정치적인 이슈로까지 발전하기도 하였다. 이를‘부퐁 논쟁(Guerre de Bouffons)’이라고 칭하는데, 이것은 당시 프랑스 전통에 대한 우월감을 믿는 국수주의적인 사고를 가진 루이 15세를 중심으로 한 집단과 이탈리아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에 호의적인 계몽사상가 집단간의 논쟁이었다.
하지만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음악적 성향은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었고 이 논쟁의 본질은 정치적인 것에 다분하였다. 그 때문에 전통성과 다양성에 대한 선택권은 권력자들에게 있었고, 음악을 향유해야 하는 대부분의 시민들은 선택의 기회조차 없었다.
과거 이탈리아는 AD 6세기 이후 19세기 중반까지 도시 국가로 양분되어 독자적으로 운영되어 왔었다. 하지만 프랑스와 오스트리아의 지배를 받던 19세기 중반 이탈리아 반도의 시민들은 그들의 통일을 절실하게 염원하게 되었고 독립과 통일 운동을 시작하였다. 그 중심에 있던 운동으로 민중들은‘Viva VERDI(이탈리아의 왕, 빅토리오 임마누엘 만세)’를 외쳤고, 오페라 작곡가 쥬세페 베르디의 오페라‘나부코’중‘Va, pensiero(가거라, 상념이여)’라는 합창곡이 이탈리아 전역에 울려 퍼졌다. 이 합창곡은 애국심 고취에 큰 역할을 하였고, 많은 이탈리아인들의 희생 속에 통일 이탈리아는 현실이 되었다.
하지만 20세기 초반 애국심을 불러일으킨 이 음악은 삐뚤어진 이상에 이용되기도 하였다. 이탈리아 파시즘의 베니토 무솔리니는 과거 로마 제국의 후예로서 이탈리아에 영광을 돌려주기 위해 식민지를 획득하고, 지중해의 헤게모니를 되찾아 오직 이탈리아를 위한 이탈리아제국을 건설한다는 목표를 가진 극우민족주의를 설파하였다. 그는 베르디의 나부코 합창을 민족적 통합을 위해 사용하였고 많은 대중들은 삐뚤어진 애국심에 고취되었다. 피에로 마스카니와 같은 당대 유명했던 음악가들이 그 길에 동참하였다.
앞서 다룬 18~19세기에 일어난 두 사례는 21세기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깨달음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현대인들도 매스 미디어로부터 자유롭다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21세기는 매체의 발달로 다양한 음악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에 우리는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철학에 기반한 음악적, 예술적 취미를 가지고 음악을 선택할 듣고 또한 연주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음악이 가진 스펙트럼에 제한을 두지 말고 향유하여 개인과 사회의 계몽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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