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작년부터 죽음과 관계되는 음악을 많이 듣게 되었습니다. 그 중에도 저의 마음에 직접 와닿은 곡은, 슈베르트의 현악 5중주 C장조,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4개의 마지막 노래 중‘저녁노을’, 그리고 말러의“대지의 노래”, 그 중에도 마지막 6번‘고별’입니다.
저세상으로 떠나기 두 달 전에 완성한 슈베르트 현악 5중주의 2악장에서는, 같은 음으로 끊임없이 연주되는 비올라의 음이, 운명의 끈 같이 느껴집니다. 이 끈은, 슈베르트가 끝까지 놓기 싫은 세상의 미련일 수도 있지만, 결코 끊을 수 없는, 내세의 세계로 가야만 하는 운명의 끈으로 느껴져서, 이 2악장을 들을 때마다 죽음 앞에서 눈물을 삼키며 죽음과 삶 사이에서 고뇌하는 슈베르트의 처절한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미어집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84세가 되던 해에 작곡한“네 개의 마지막 노래 Four Last Songs” 중‘저녁노을’은, 황혼을 맞이한 그 당시 슈트라우스의 심경을 읊은 것 같습니다. 평생 최선을 다해 이루었던 명성과 영광이, 죽음을 앞둔 병든 노인이 되고 보니, 이 모든 것이 부질없고 헛된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긴 인생의 피곤한 여정을 보내고 이제는 힘겹고 지친 눈으로 지는 석양을 바라보며, '이것이 아마 죽음이 아닐까’라고 자신에게 묻는 것 같습니다. 80여 년의 연륜이 느껴지는, 저의 마음속 깊은 곳 까지 터치하는, 이 노래는, 인생의 참 의미를 깨달은 거장의 마지막 긴 한숨 같습니다.
말러는 지극히 사랑하던 5살 큰딸 마리아의 죽음과 함께 다시 도진 협심증으로 심신의 고통을 겪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지인을 통해 한스 베트게 Hans Bethge가 독일어로 번역한 “중국의 피리 Die chinesische Flote”라는 시집을 접하게 되었는데, 이 시집에는 이태백을 비롯해 맹호연, 전기, 왕유와 같은 중국 시인의 시가 들어 있었는데, 인생무상을 느끼고 있던 말러에게 당시(唐詩)의 초탈(超脫)한 정취는 그에게 큰 감명을 주었습니다.
말러는 독일어 번역된 가사로 관현악 반주가 붙은 여섯 개의 노래를 작곡했는데, 이 작품이 1908년에 완성한“대지의 노래 Das Lied von der Erde” 입니다. 제목의 Erde를 단어 그대로 번역하면“대지 즉 땅”이 되겠지만, 여기서 Erde 는 대지라는 의미보다, 죽음 저편의 세계 즉 저승과 대비되는 현재의 세계, 즉 이승이 더 정확한 의미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말러는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예감하고 있었기에, 그가 그토록 이승에 집착했는지도 모릅니다. 이승에 대한 강한 집착과 함께 그것을 영원히 붙들 수 없다는 체념도 함께 느꼈을 것입니다.
이 곡을 작곡할 무렵 말러는 죽음에 대해 특히 민감했는데, 그것은 9번 교향곡이 가지고 있는 징크스 때문이었습니다. 베토벤 이후, 작곡가들에게 있어서 아홉 번째 교향곡은 넘지 못할 일종의 종착역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베토벤, 슈베르트, 브루크너도 제9 교향곡의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사실“대지의 노래”를 작곡할 당시 말러는 8번 교향곡을 끝내 놓았고, 이제 곧 9번 교향곡을 작곡해야 하는데, 그는 선배 작곡가들과 마찬가지로 자기도 이 징크스의 벽을 뛰어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운 생각이 들었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성악이 붙은 교향곡 스타일의 작품을 작곡하고 여기에 제9번 교향곡이라는 번호 대신 “대지의 노래”라는 제목을 붙여서 애써 9번의 운명을 피해가려고 했었지만, 그러나, 결국에는 말러도 9번 교향곡의 징크스를 넘지 못했습니다.
대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는 교향곡 제10번의 1악장만 끝내고, 나머지를 미완성으로 남겨둔 채, 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대지의 노래”는 6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 현세의 불행에 대한 주가(酒歌), Das Trinklied vom Jammer der Erde
2. 가을에 고독한 사람, Der Einsame im Herbst
3. 청춘에 대하여. Von der Jugend
4. 아름다움에 대하여, Von der Schonheit
5. 봄에 취한 사람, Der Trunkene im Fruhling
6. 이별, Der Abschi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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