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 기술(Appropriate Technology, AT)
“나는 기술 발전에 새로운 방향을 제공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 방향은 기술을 인간의 실질적인 욕구에 맞게 재편하는 것이며,
이는 또한 인간의 실제 크기에 맞추는 것이기도 하다.
인간은 작은 존재이므로, 작은 것이 아름답다.”
- 에른스트 프리드리히 슈마허-
적정기술이라는 분야는 1973년 영국의 경제학자 에른스트 슈마허(1911∼1977)가 쓴 “작은 것이 아름답다"(Small is Beautiful)에 서 ‘중간기술(intermediate technology)’이라는 개념으로 처음 소개되었다. 인터넷, 반도체 등 자본과 사회 전체를 아우르는 거대기술이 아닌, 보다 더 적은 자원을 사용하며, 유지하기 더 쉽고, 환경에 더 적은 영향을 미치며, 개발도상국들이나 이미 산업화된 국가들의 소외된 교외 지역들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바로 적정기술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명문대학들에서 적정기술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 축구공 소켓(Socket ball)
(사진 출처: kickstarter.com)
축구공에서 불빛이 나온다? 소켓 볼을 제작한 이는 2명의 여성인 제시카 매튜와 줄리아 실버맨이다. 이들은 하버드 대학 재학 중이던 지난 2009년 사회적 기업을 연구하는 과제를 통해 이와 같은 아이디어를 고안했다. 축구 놀이의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어 전력을 충전하는 기술이다.
▲자전거 세탁기 바이슬아바도라(Bicilavadora)
(사진 출처: d-lab.mit.edu)
Amy Smith 교수가 이끄는 메사추세츠공대(MIT) 의 적정기술 연구소 D-LAB의 여학생 라두 라두타가 고안한 것으로, 같은 해 MIT 혁신 아이디어 경연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아이디어이기도 하다. 자전거 세탁기 바이슬아바도라의 탄생으로 전기가 없는 지역에서도 누구나 세탁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빨래를 하는 여성들의 노동 부담이 크게 줄게 되었다.
▲ 저가형 인큐베이터 엠브레이스(Embrace)
(사진 출처: embraceglobal.org)
미 스탠포드대 출신인 제인 챙 등이 '누구나 사용 가능한 제품개발을 위한 기업가적 디자인' 수업을 통해 개발한 싼값의 신생아 체온 유지 장비 엠브레이스는 저개발 지역에서 조산아의 사망률을 낮추고 있는 혁신적인 제품이다.
작은 학생들이 만들어 내는, 작은 사람을 향한 따뜻한 적정기술
우리 커뮤니티에도 적정기술을 연구하고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단체가 있다. 멤버의 대부분이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특기로 가지고 있고 지역사회를 넘어서 전 세계의 상대적 소외그룹을 위해 자신들의 능력을 흘려보내고 있는 고등학생 단체, Voice of Calling NPO 가 그것이다. 탄자니아의 IT 기술보급을 위해 일하고 있는 E3Empower NPO이지영 대표로부터 탄자니아 어린이들의 컴퓨터 교육을 실시하기 위한 플랫폼 제작을 의뢰받고 시작된 FTN(For The Next) 프로젝트, 저개발국가와 전쟁지역 어린이들의 책 읽기를 도와주기 위한 neBook 프로젝트, 신경과 근육이 손상되어 운동장애가 온 뒤, 결국은 심장질환으로 이어져 죽음으로 이르게 되는 무서운 질병이지만 너무나 희귀한 병이라서 연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병, Ataxia 를 앓고 있는 환자들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 개발 중인 AtaxiaV 프로젝트가 장기간에 걸쳐 진행 중이다. 또한 코로나로 인한 학교 교육의 중단이라는 심각한 상황이 발생했었던 2020년 팬데믹 기간, 학교 밖 학습이 어려운 학생들의 컴퓨터 교육을 위해 코딩 튜토리얼 웹사이트를 제작했고, 간단한 코딩에서 USACO 풀이에 이르기까지 YouTube 채널을 만들어 무료 보급하고 있는 일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일 년에 4회,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린이들을 위해 실시되는 7주 무료 코딩 교실은 이 단체의 가장 큰 행사이며, 이 캠프를 치르며 모아진 고마운 기금들은 전액 탄자니아, 케냐 등 저개발국가의 교육을 위해 사용된다.
고등학생이 해내는 일이라고 믿기 힘든 이러한 일을 하는 이들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리고 MIT, Harvard, Stanford의 대학생들이 자신의 빛나는 능력을 저런 작은 곳으로 흘러가게 하기로 결정할 수 있는 힘이 어디서 오는 것일까? 우리는 모두 작다는 겸손한 생각과 다른 이들을 진심으로 보살피려는 생각, 즉, 진실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희생하려는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와 자유가 그들에게 있다.
“우리는 우리의 나이와 능력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제한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습니다.
우리는 인류를 위한 기술을 더 좋은 쪽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 Genu Lee, Voice of Calling Founder -
밸리의 작은 spot에서, 똑똑하고 그것을 뛰어넘는 착한 마음씨를 가진 인재들이 커가고 있고, 그들은 모두가 잘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올바른 선택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 기성세대는 그것을 지지해주고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