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 말라야 8,000m의 산소농도는 평지의 1/3로 제자리에서 숨 쉬는 것만으로도 사망에 이를 수 있어 죽음의 지대라고 불린다. 지금은 장비가 발달하고 등반 루트가 개척되면서 수많은 상업 등반대가 히말라야 등정에 나서지만, 장비가 미비했던 1990년대 이전에는 그야말로 엄청난 사망률을 보였는데, 통계적으로 가장 위험한 8,000m급 산은 낭가파르바트가 무려 77%. 안나푸르나 66%, K2가 41%, 에베레스트가 37%라는 자살행위 급의 사망률 기록을 가지고 있었다. 현재 인류 등반 역사에 기록된 8,000m급 14좌 완등자는 총 44명이며 그중 한국과 이탈리아가 각 7명으로 외형상 1위 그룹이다. 이 44명 중 인간의 한계를 진정으로 극복한 위대한 탐험가라 할 수 있는 무산소 등정자는 총 15명인데, 무산소 등정의 가치는 실로 엄청나다. 한국은 2018년 히말라야에서 실종된 고 김창호 대장이 2013년 완성한 14좌 무산소 등정 성공으로 산악 강국의 면모를 그럭저럭 지키고 있다. 이 극한의 지대에 세르파의 도움도 없이 무산소 알파인 스타일로 14좌를 완등한 세계 최초의 부부 산악인이 있다. 1998년 가파르바트(8,125m) 를 시작으로 2017년 5월 안나푸르나(8,091m) 등정을 성공하며 14좌 무산소 등정의 대미를 장식한 이탈리아의 로마노 베넷과 니베스 메로이 부부이다. 30대 중반에 도전을 시작하여 50대 중반까지 20년에 걸친 대장정을 마치고 부부가 함께 흘렸다는 눈물의 의미가 참으로 벅차다. 2003년 한 해에만 초오유(8201m), 브로드피크(8,047m), 가셔브롬 1봉(8,068m), 가셔브롬 2봉(8,035m), 4개 봉을 오르는 등 10년 동안 11개 봉을 오르는 젊음을 과시했지만, 그 후 나이가 들어 노쇠해지며 나머지 3개 봉을 등정하는데 10년 인고의 세월이 필요했다. 2008년 마칼루봉 동계 등정에서 아내 메로이의 다리가 부러져, 7,000m 지점에서 며칠 동안 아내를 부축해 하산해야 했고, 몇 년 뒤 칸첸중가 도전에 나섰을 때는 정상을 눈앞에 두고 남편 베넷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서 겨우 하산하게 된다. 베넷은 재생불량성빈혈을 진단받아 수십차례의 수혈과 두 차례의 골수이식 수술 끝에 서서히 회복되면서 쉰이 훌쩍 넘은 부부는 또다시 배낭을 꾸린다. 산에 다닌 지 40년이 되었지만, 우리 부부는 산에 대한 경외감과 함께 여전히 공포감을 느낀다고 털어놓는 그들의 솔직한 인간미에 깊은 공감과 그들의 지칠 줄 모르는 도전에 존경을 표한다.
Hasting Peak은 엔젤리스 포리스트의 여러 등산로 중 많이 알려진 곳은 아니지만, LA 어디서든 접근성이 좋고 능선을 걸으며 보는 경치는 엔젤리스 포리스트 중에서 손꼽히는 곳이다. Bailey Canyon 파킹장에서 포장도로로 출발 왼쪽, 오래된 수도원을 지나고 이어진 등산로 입구의 표지판을 뒤로하며 차츰 좁고 가팔라지는 등산로로 1마일여 가면 San Gabriel Valley 내려다보이는 벤치에서 가쁜 숨을 고른다. 다시 몸을 돌려 짧고 가파르게 이어지는 스위치백 등산로에 비례해 숨은 거칠어지고 땀은 쏟아진다. 숲 그늘이 없어 더운 날씨에 이곳 산행은 피하는 게 좋다. 3.3마일 지점, Jones Saddle에 도착한다. 우측으로 0.1 마일 급경사 길로 오르면 만나는 Jones Peak에서의 전망 또한 멋진 곳으로, 들러보길 추천한다. 새들 삼거리 표지판에서 왼쪽 Hasting Peak으로 향하며 분위기는 반전된다. 정상까지 3개의 봉우리로 이어지는 가파른 능선길을 지나지만 그리 힘들지는 않다. 왼쪽으로 남가주 전체와 다운타운, 해안가 끝자락까지의 광활한 시티뷰와 오른쪽 엔젤리스 포리스트의 깊은 계곡과 고봉들이 이룬 마운틴뷰의 기가 막힌 절경을 시원한 바람 속에 시선을 빼앗기며 걷다 보니 어느새 만나는 정상에서 고마움과 충만함을 온몸으로 만끽한다.
▶높이;4200피트. 등반고도; 2400피트. 왕복 9마일. 난이도;3+(최고5) . 등급; 4(최고5)
▶가는길; 118(E)- 210(E)- Baldwin Ave Exit- Left turn-막히는길 Left turn-첫길에서 Right turn-Bailey Canyon 파킹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