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저명한 평론가는, “음악이 절망과 슬픔 그리고 고독과 죽음으로부터 우리의 영혼을 벗어나게 하는 한 줄기 빛임을 깨닫고자 한다면, 나는 서슴지 않고 헨릭 고레츠키(Henryk Gorecki)의 교향곡 제3번 “슬픈 노래의 교향곡 Symphony of Sorrowful Songs”을 들어보라고 권하겠다”라고 했습니다.
폴란드 작곡가, 헨릭 고레츠키(Henryk Mikolaj Go'recki. 1933 - 2010)는 실레지아 Silesian지방의 체르니카 Czernica에서 태어났으며, 카토비체 Katowice 국립 음악학교에서 음악을 공부하였습니다. 1961년에는 그의 교향곡 제1번이 파리에서 열린 신진 작곡가 비엔날레(Biennial Festival of Youth)에서 1위를 수상하게 되면서 주목할 만한 국제적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그 후 파리로 유학을 떠나 현대음악을 접한 후, 모교인 카토비체 국립 음악 학교의 교수로 부임하였지만,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그는 교황의 폴란드 방문이 공산당에 의해 거부되자 이에 대한 항의로 1970년 교수직을 사임합니다.
1976년에 작곡된 이 곡은 16년 후인 1992년 영국, 논서치 레코드사(Nonesuch Records)에서 1993년 소프라노 돈 업쇼 Dawn Upsha와 데이비드 진먼 Davis Zinman 지휘의 런던 신포니에타 음반으로 발매된 후, 1994년 초에는 누적 판매량이 백만 장을 돌파하는 신기록을 거두었습니다. 팝 pop 음악이라면 백만 장 돌파가 큰 뉴스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이 당시 클래식 음악 애호가의 지속적인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클래식 업계에서는, 큰 경사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이 교향곡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학살당한 폴란드인에게 바치는 애가인 이 곡은, 3악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악장마다 소프라노 독창이 등장하는데, 1악장에는 15세기 수도원에서 불린‘애통의 노래’, 예수의 죽음을 슬퍼하는 인간 마리아의 애가로 죽어가는 예수의 곁에서 아들의 아픔을 나누고자 하는 성모 마리아의 절규를 노래합니다. 2악장 노래는 2차 세계 대전의 희생자인 18세 소녀 헬레나가, 게슈타포 지하 감옥에서 죽음을 앞두고, 칼로 감방 벽면에 쓴 기도문을 노래하며 아우슈비츠의 비극을 절규합니다. 이 기도문의 아래에는 이름과 나이가 적혀있었습니다. 그리고, 3악장의 끝 곡은 아들의 죽음을 슬퍼하는 어머니의 호소를 노래합니다. 폴란드 오폴레 지방의 민요로 전란에 의해 강제로 징집된 후 돌아오지 않은 아들의 주검을 찾는 늙은 어머니의 노래입니다.
이 작품은 거의 60여 분간 지속되고, 지루할 수 있는 단조로 연주되지만,‘슬픔’을 주제로, 사자와 산자의 대화이며, 그 배경에는 폴란드의 수난사와 아우슈비츠에서 일어난 대학살이었습니다.“슬픈 노래의 교향곡”은, 결코 잊을 수 없는, 잊어서는 안 되는, 전쟁과 독재라는 아픈 현대사를 지닌 우리에게 있어서 의미심장한 작품입니다. 인류의 광기가 빚어낸 비극과 시대의 슬픔을 노래하고 있으며, 그 때문에 기독교적 세계관의 한계를 넘어 많은 사람을 감동하게 합니다.
이 곡을 처음 접하면서, 폴란스키 감독의 영화 피아니스트 The Pianist가 생각났습니다. 너무 잔인하고 처절해서 눈을 감았다 떴다 하면서 관람했던 이 영화에서 알 수 있듯이, 세계에서 폴란드인 Polish만큼 피정복자의 고통을 잘 아는 민족도 많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매일 전해지는 우울한 소식이 우리를 슬프게 하고 있습니다. 다시 나타난 독재와 전쟁의 소용돌이 가운데서도, 세계의 많은 나라가 적극적으로 우크라이나를 돕고 있습니다. 그중 북부의 국경을 맞대고 있는 폴란드는 어느 나라보다도 적극적으로 우크라이나 난민을 받아들이고 돕고 있습니다.
아마 피정복자의 고통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최선을 다해 돕고 있는 폴란드에 큰 박수를 보냅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국민과 젤렌스키 대통령에게도 큰 응원을 보냅니다
저도 우크라이나의 자유를 위해 IRC에 작은 기부로 응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