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어느 유명한
사람의 공연이나, 잘생긴 외모나, 어떤 웅장한
자연의 모습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습니다. 우리의
삶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어떤 작은 교회의 식당에서
본 모습이었습니다.
어느 날인지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는데, 약간의 치매가 있으셔서, 사람을 잘 알아보지 못하는 한 할머니가 교회의 식당 한쪽에 앉아계셨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식사 준비로 바쁘게 다니고, 서로 안부의 인사를 하느라고 정신이 없었습니다. 앉아있는 할머니 맞은편으로 한 여자 청년이 그 할머니 앞을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할머니는 그 여자 청년을 자신의 손녀딸로 착각하였나 봅니다. 그래서 손녀의 이름을 부르면서 여자 청년을 옆자리에 앉게 했습니다.
여자 청년은 할머니가 자신의 이름을 부른 것이 아님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할머니가 자신을 손녀로 착각해서 부른 것을 눈치채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여자 청년은 아무런 말 없이 할머니 옆에 가서 살포시 앉았습니다. 할머니는 자기 손녀의 이름을 부르면서 여자 청년을 반가이 맞았고, 옆에 앉았던 여자 청년의 손을 만지며 이런저런 알아듣지 못할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여자 청년은 마치 자기 할머니에게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할머니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며 "할머니"하고 부르면서 살갑게 할머니의 어깨에 자기 머리를 기대었습니다.
곁에 있는 사람들은 조금 어색해하였습니다. 친할머니와 친손녀가 아닌데, 마치 가족인 듯 같이 있는 모습이 어리둥절하기도 하였습니다. 할머니와 친손녀의(?) 사랑의 나눔은 계속되었습니다. 손녀의 손을 조물딱 조물딱 해주면서 귀여워해 주는 할머니, 그리고 넉넉하게 손녀가 되어주는 여자 청년의 모습은 그 교회의 식당에 아름다운 빛이 되었습니다
그 모습은 아직도 기억에 남고, 내가 본 광경 중에 제일 아름다운 광경이었습니다. 정말이지 피만 안 나누었을 뿐 가족이 따로 없었습니다. 투박해 보이는 할머니의 손과 고운 여자 청년의 손이 같이 만나면서 나누어지는 따뜻한 정의 기운이 아직도 마음을 뭉클하게 합니다.
그날 저는 무슨 설교를 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교회에 무슨 행사가 있었는지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할머니와 손녀는 계속해서 내 아름다운 기억 속 스크린의 주연이 되고 있습니다. 교회의 사람들로 인해서 실망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사랑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