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에서 최근 다음 팬데믹을 일으킬 잠재력이 있는 동물로 곤충을 지목했다. 동시에 '아르보 바이러스 대책 계획(Global Arbovirus Initiative)'을 발표했다.
곤충을 매개로 하는 감염병을 아르보 바이러스라고 부릅니다. WHO 국제 감염위험 대응국 실비 브리앙(Sylvie Briand) 국장은 "다음 팬데믹은 새로운 아르보 바이러스가 원인일 가능성이 매우 높고,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는 신호도 있다"고 말했다.
◇모기가 가장 위협적
WHO에서 가장 주목하는 곤충은 모기다. 모기는 실제로 지금까지 가장 많은 인간을 죽인 위협적인 동물니다. 매년 약 73만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모기 때문에 죽는다. 인간(2위)이 인간을 죽이는 수가 매년 약 48만명인 걸 생각하면, 모기는 생각보다 더 무서운 곤충입니다. WHO는 그다음 위험한 곤충으로 진드기를 꼽았다.
겨우 2mg밖에 안 되는 모기가 어떻게 가장 위협적인 동물이 될 수 있었을까? 야생 동물 피를 빨아 먹는 흡혈 곤충인 데다, 그 종류가 너무나 다양하다. 한 종의 모기가 유발하는 질환을 억제하면, 또 다른 모기가 유발하는 질환이 문제가 된다. 언제 어디서 어떤 종에 의해 질환이 유발될지 알 수 없는 것이다.
가장 유명한 모기 매개 감염병은 말라리아이다. 매년 2~3억명의 말라리아 환자가 발병한다. 전 세계에서 몇십 년에 걸쳐 노력한 덕에 최근 말라리아 사망자, 확진자는 물론 발병 나라까지 줄었다.
그러나 뎅기열, 지카 바이러스 등 예상치 못한 모기 매개 감염병 환자가 발병, 증가해 아르보 바이러스 환자는 전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뎅기열은 1970년 이전까지는 9개국에서만 유행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프리카, 아메리카, 동부 지중해, 동남아시아, 서태평양 등 100개국 이상 국가에서 풍토병이 되었다.
매년 130개국에서 약 3억 9000만명이 감염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카 바이러스도 모기 매개 감염병이 팬데믹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종을 울린 대표 아르보 바이러스이다.
1947년 아프리카 붉은털원숭이에서 처음 확인된 후 사망자를 크게 내지도 않고, 감지되지도 않다가 2013년 오세아니아를 시작으로 2015년 미국을 거쳐 라틴아메리카에서 갑자기 증폭되었다. 1년 만에 환자 수가 약 400배 이상으로 많아졌다. 지카 바이러스는 신생아 소두증, 사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외에도 황달, 발열, 사망을 초래하는 황열병과 관절염 등 관절 장애를 유발하는 치쿤구니아열, 별다른 치료 방법이 없고 사망까지 이를 수 있는 일본 뇌염 등이 현재 유행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모기 서식지 확대
지구온난화로 모기의 서식지까지 넓어지고 있다. 권위 있는 국제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에 지구온난화로 모기 서식처가 10년에 17km 속도로 극지방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2017년 실리기도 했다.
실비 브리앙 국장도 특히 주의해야 하는 모기로 숲모기 속(Aedes) 계열의 모기를 지목했다. 지구 온난화 때문에 숲속에 있던 모기의 서식지가 넓어진 거죠. 1905년부터 2014년까지 지구 기온이 약 1.2°C 올라가는 동안 숲모기는 약 9.5% 더 많아졌는데, 그중 8.2%가 급격한 온도 상승이 있었던 지난 20년 동안 증가했다.
◇코로나보다 전파력 낮을 것으로 추정
혹여 아르보 바이러스 팬데믹이 오더라도 호흡기 바이러스인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은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드시 모기를 거쳐야 하고, 혹여 사람과 사람 간 감염이 가능한 아르보 바이러스더라도 타액, 수혈, 성관계 등 직접적인 접촉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백신 드물어 모기에 물리지 않아야
그래도 물리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아르보 바이러스에 효과적인 백신이 없기 때문이다. 뎅기열 백신은 개발됐으나 제한된 국가에서만 사용하고 있다. 말라리아 백신도 지난해 10월 승인됐지만, 그 효과가 뛰어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기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5월부터 10월까지는 밤 10시부터 새벽 4시까지 야외에서 활동하는 것을 자제해 주세요. 모기는 주로 해 질 녘이나 동틀 무렵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므로 낮에는 흰색 등 밝은 계통 옷을 입는 것으로 모기를 피할 수 있다. 또한, 모기는 비행 거리가 짧아 주로 벽에 붙어 있다. 벽에서 떨어질수록 모기에 덜 물린다는 점도 알아두면 좋겠다.
불가피하게 모기 출몰이 잦은 시간이나 장소로 외출하게 될 때는 긴 옷을 착용하고 진한 향수나 짙은 화장품 사용은 자제하고, 모기퇴치제를 올바르게 사용하고, 음주는 피해야 한다.
집에서는 정기적인 방충망 정비를 하는 것과 모기장 사용을 하는 것이 안전하다. 주변 고여 있는 물은 없애고, 야외활동 후에는 꼭 샤워해야 한다. 혹시나 해외 말라리아 위험 지역을 여행할 때는 꼭 의사와 상담 후 적절한 예방약을 복용하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