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뷔시는 작곡한 24곡의 피아노 전주곡들을 2권으로 나누어 발표했는데, 이 곡은 1921년에 발표한 제1권의 8번째 곡으로, 르콩드 디릴 Leconte de Lisle의 시에 나오는 소녀를 그리는 아름답고 서정적인 곡입니다.
이 곡은 원래 피아노곡이지만 흔히 바이올린으로 더 많이 연주되며, 그 선율의 아름다움으로 인해 하프, 클라리넷 등으로도 연주되어 사랑받고 있습니다. 이 곡은 드뷔시의 다른 곡들처럼 풍경이나 인물을 보고 있는 듯 인상파의 색채가 강하게 느껴집니다.
몇 해 전에 소개해 드렸던“Clair de lune 달빛”은, 밤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그림자 사이로 창가에 스며드는 달빛... 거울 같은 호수나 밤바다 위에 천상 선녀의 옷자락 같은, 하늘에 드리우는 오묘한 달빛이 우리들 가슴에도 비치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피아노로 달빛이 내리는 밤 풍경이 이토록 눈에 선하게 사실적이고도 아름답게 묘사할 수 있을까 감탄하였습니다.
오래 오래전 한국 문화방송의“전설 따라 삼천리”시그널 음악으로, 들을 때마다 하얀 눈으로 덮여 있는 산골 동내의 초가집 굴뚝에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고요하고 아늑한 밤을 느끼게 해주는…. 한 할아버지가 아이들을 모아놓고 재미나는 옛이야기를 들려주실 것 같은… 오랜 후에 이 곡은 드뷔시가 작곡한 작은 모음곡 Petite Suite의‘Bateau 조각배’, 호수 위에 평화롭게 떠 있는 조각배를 그린 곡임을 알았습니다. 이 곡의 곡명이‘조각배’임에도 불구하고, 제게는 지금도 늘 아늑하고 평화로운 겨울밤을 느끼게 해 줍니다. 좋은 음악은 작곡자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자유로운 꿈을 꿀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아마 (Flex)의 원산지는 중앙아시아인데, 유럽과 아르헨티나 등지에서 자생합니다. 6-7월에 꽃이 피고, 높이는 30-100m 정도 되는데, 씨앗에서 짠 기름이 수채화 및 페인트에 사용되며, 특히 오메가3가 풍부한 건강 음식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꽃 색깔은 푸른 보라색으로 아름답지만, 이 곡의 아마 색은 아마씨 기름의 색깔이 금빛이어서 금발과 비슷한 머리카락의 색을 뜻하는 듯합니다.
이 곡“아마색 머리빛 소녀”도 프랑스 화가 르누아르가 그린 커다란 눈에 긴 속 눈썹을 가진 순결하고, 이쁜 금발 소녀의 초상화 그림을 보는 듯합니다. 클라리넷과 오케스트라로 연주되는 "아마색 머리빛 소녀". 늘 바이올린 연주로 들었는데, 클라리넷 음이 너무나 목가적이라 참 아름답습니다. 마치 천상의 음악처럼 느껴집니다.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로 연주가 계속됩니다.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소개되는 모차르트의 오페라“피가로의 결혼” 중에 나오는‘편지 이중창’은 갇혀있는 죄수와 전혀 상관이 없는 백작을 유인하는 짧은 편지이지만, 이중창의 내용과 관계없이 이 노래의 본질인 절대적인 아름다움으로 인해, 앤디 같이 많이 배운 사람이나 레드 같이 평생을 감옥에서 보낸 사람이라도, 진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드뷔시의 음악도 작곡가의 의도와 관계없이 음악의 절대적인 아름다움으로 인해, 듣는 이로 하여금 자신만의 아름다운 꿈을 꾸며 자유로이 느낄 수 있음이 음악의 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문의 chesonghw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