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나이로 우승하며 신드롬을 일으킨‘괴물 신동’임윤찬은 우리에게 큰 감동과 위로를 주었다.
코로나, 치솟는 물가와 불경기, 가뭄과 산불, 전쟁, 끊이지 않는 총소리 등으로 우리 마음에 쌓인 답답함과 울적함을 단숨에 날려버렸다. 자랑스러움에 그치지 않는 벅찬 기쁨이다.
괴물 신동의 등장, 대회 역사상 최연소 우승, 3관왕, 압도적인 연주, 해외 유학 없이 한국에서만 공부한 토종… 등등의 찬사가 넘친다.
임윤찬에 대한 설명을 되풀이할 필요는 없을 테고, 여기서는 그의 말 몇 가지를 다시 음미한다.
108살 같은 18살 임윤찬의 명언(?)들은 세상의 이치를 다 깨달은 현자(賢者)의 말씀 같다. 과연 천재답다.
스승인 피아니스트 손민수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는 임윤찬에게 <시간여행자>란 별명을 붙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공감이 가는 이야기다.
“연주하려고 태어난 사람 같다. 음악에 몰입해 사는 모습이 마치 18~19세기에 사는 듯하다.”
18세의 천재에게 예술을 대하는 자세를 배우고 깨닫는다.
▲…난 산에 들어가 피아노만 치고 싶은 사람이예요. 단지, 그렇게 되면 수입이 없어서…
▲…(꿈을 묻는 질문에) 새로운 곡을 찾아 계속 공부하면서 세상의 모든 레퍼토리를 정복하고 싶습니다.
▲…커리어에 대한 야망은 0.1%도 없고, 내년 성인이 되기 전에 내 음악이 얼마나 성숙했는지 보기 위해 콩쿠르에 나왔습니다. 콩쿠르 우승과 상관없이 공부할 것이 많아요.
(대회를 마친 뒤) 이번 콩쿠르를 통해 제 음악이 더욱 깊어지기를 원했고, 관객들에게 진심이 닿았던 거 같습니다.
▲…달라진 건 없어요. 콩쿠르에서 우승했다고 제 실력이 느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계속 연습을 하겠습니다.
여태까지도 다른 생각 없이 피아노만 치면서 살아왔어요. 앞으로 그럴 것이므로 달라지는 건 전혀 없습니다.
▲…(콩쿠르 때 연주에 몰입하는 자신의 영상을 봤느냐는 질문에) 콩쿠르 기간에는 카톡만 남기고, 유튜브, 구글 앱을 지웠어요. 콩쿠르가 끝난 뒤에도 내 연주를 제대로 보지 않았어요.
▲…(20세기 초반 피아노 거장들의 연주와 비슷하다고 하자, 고개를 끄덕이며) 옛날에는 오직 악보와 피아니스트 사이에서 음악을 찾을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더 독창적인 음악이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요즘엔 유튜브 같은 것이 생겨 다른 사람 연주를 쉽게 들을 수 있고, 저도 솔직히 말해 무의식적으로 다른 이의 좋은 연주를 따라 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건 잘못입니다. 옛날 예술가들의 연주 과정을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작곡에도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라는 질문에 손사래를 치며) 솔직히 작곡엔 소질이 없는 것 같아요. 작곡을 전공하는 친구들한테 내가 작곡한 곡을 보여준 적이 있는데 반응이 안 좋았어요. 웬만해선 작곡 안 할 겁니다.
▲…(임윤찬은 리스트의 <초절정기교 연습곡> 12곡 전곡을 쉬지 않고 내리 연주했다. 그 이유를 설명하며) 리스트가 평생에 걸쳐 작곡한 곡인데, 한 번에 연주하는 게 작곡가의 인생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지난해 10월 독주회에서 임윤찬은 악마적 기교를 요구한다는 난곡 중의 난곡인 리스트의 <초절정기교 연습곡> 12곡 전곡, 연주 시간이 65분에 이르는 이 곡을 인터미션 없이 연주했다.)
▲…단테 <신곡>은 여러 출판사 버전 다 읽었어요. 이 곡(리스트의 <단테 소나타>)을 이해하려면 <신곡>을 읽어야 합니다. 여러 출판사 책을 구입해 다 읽어봤어요. 거의 유일하게 전체를 외우다시피 읽은 책입니다.
임윤찬에 대한 찬사와 기대는 차고 넘친다. 그 중 하나, 조은아 피아니스트는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다.
“2022년 세계 음악계가 기억해야 할 기념비적 연주란 생각이 든다. 하늘에서 지구에 점지해준 피아니스트가 한국의 조성진이라 여기며 자랑스러워했는데, 하늘이 또 한명의 피아니스트를 점지해준 것 같아 가슴이 벅차오른다.”
스승 손민수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윤찬이가 보여주는 진정한 자유, 음악의 힘이라는 게 결국 윤찬이의 작은 연습실 속에서 자기 단련과 절제를 통해 이뤄졌다는 게 놀랍고 대단하다는 느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