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2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1991년 3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시에라 네바다 산맥의 깊은 숲속에서, 길을 잃은 부부가 추위와 굶주림 속에서, 끝내 죽고 말았다.  

  당시 75세의 남편 던컨과 68세의 아내 체이니 부부는, 자녀들의 노력 끝에, 죽은 지 2개월 뒤인 5월 1일에야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그들이 타고 있던 승용차에는, 기름이 한 방울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런데 차 안에서 체이니 부인이 18일 동안, 자신의 심경을 적어놓은 노트가 발견되었다. 결국, 그것이 자녀들에게 남긴 유언이 되고 말았다. 

  다음은, 그들이 남긴 글 중, 언론에 공개된 부분이다.

   1991년 3월 1일, 금요일, 오전 6시 30분,  

  이 아침, 우리는 지금 아름다운 설경에 묻혀 있다. 

  길을 잘못 들어, 눈 속에 묻히는 바람에 어젯밤 여섯 시 경부터, 눈 속에 갇혀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밤에도, 눈이 많이 내려, 한 자 높이 정도의 눈이 더 쌓인 채, 우리를 덮고 있다. 창문을 열 수도 없다. 

  손바닥을 무릎에 대고, 글을 쓰려니 글씨가 엉망이다. 이해해다오, 

  아이들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구나. 

  우리는 너희가 삶을 즐겁게 살아가길 바란다. 가족의 우애를 절대로 저버리지 말아다오! 그리고, 손자 손녀들에게 우리가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게 해다오!

 

  어젯밤에 우리는 찬송과 성경 읽기를 시작하면서, 잠깐씩 눈을 붙이며 지새웠다. 2시간마다 5분씩 차 엔진을 켜고, 히터를 틀어 몸을 녹였다. 

  우리는 우리 앞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다. 따라서 우리는 완벽하게 하나님의 섭리에 모든 것을 맡기고 있었다.

 

   오늘이 3일째이다!

  아직 배고픔은 없다, 글로브 박스에서 작은 젤리 봉지 두개와 껌 하나를 찾아냈다. 나중을 위해 이것들을 잘 두었다. 창문을 열고, 눈을 집어 먹고 있다.

  직장에 결근해야 하는 문제로, 너희 아빠가 조금 걱정하고 있다.

   3월 6일, 수요일, 

  오늘 밤이 6일째의 밤이 된다, 차에 기름이 다 떨어져서 더 이상 히터를 켤 수가 없다.

 

   3월 12일, 

  오늘이 눈 속에 갇힌 지, 12일이 되었다! 한 모금의 물이, 한 입의 음식이…

   이렇게 귀한 줄을, 다시는 잊지 않게 될 것이다. 

  나의 몸이 약해져옴을 느낀다. 우리는, 너희 모두를 진정 사랑했으며, 지금도 너희들을 사랑한다!

 

   3월 18일, 18일째 됨, 

  너희 아빠가, 오늘 저녁 7시 30분에, 주님 곁으로 가셨다. 

  모든 것이 몹시 평온했다. 그가 세상을 떠난 것조차 몰랐다. 

  그가 마지막 남긴 말은, 주님께 감사하다는 것이다. 

  나도 곧, 그의 뒤를 따를 것으로 생각된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은데… 이제 시간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앞이 잘 안 보인다, 

  잘들 있거라!  

  너희 모두를 정말 사랑한다!

 

  결국, 이들 부부는, 눈 덮인 차 안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들의 아들 스킵과 딸 제인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녀의 어머니를 이렇게 회상했다고 한다. 

  “우리 어머니의 어짊과 상냥함은, 어머니를 한 번 만난 사람은 누구나 오랫동안 기억할 것입니다!”

  어쩌면, 이 노부부의 죽음도 언젠가는, 누구에게나 다가오는 죽음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자녀들에게 쓴 편지가 우리의 가슴 속 깊은 곳까지 아프게 하는 것은, 자신들에게 허락되어 있던 제한된 시간과 공간 속에서도, 원망하지 않고, 끝까지 감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도, 이 노부부처럼, 가장 절박 하고 비참한 상황에서도 끝까지 의연함을 잃지 않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생을 마칠 수 있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출처: 『그대에게, 왜 사느냐고 묻는다면』 박복수 시인 제공


  1. No Image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김 순 진 <교육학 박사>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What is learned in cradle lasts till the grave. The habit of our youth accompany us in our old age. Who so learns young, forgets not when he is old. Custom (habit) is a second nature. 과장된 감이 있는 속담이지만, 3...
    Date2021.12.01 ByValley_News
    Read More
  2. No Image

    속 터진 만두 이야기

    60년대 겨울, 서울 인왕산 자락엔 세 칸 초가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가난에 찌든 사람들이 그날그날 목숨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이 빈촌 어귀에 길갓집 툇마루 앞에 찜솥을 걸어 놓고 만두 쪄서 파는 조그만 가게가 있었습니다. 쪄낸 만두는 솥뚜껑 위에 얹...
    Date2022.03.31 ByValley_News
    Read More
  3. 송도의 뱃노래 -지 상 문-

    셋이 다시 만났다. 졸업하자마자 찾아간 일자리가 서로 달라 헤어진 지가 반년이나 지나 서두른 모임이다. 첫 직장의 설렘이 하나둘 익숙해지자 서로가 궁금해하던 차에 추석 휴가를 맞아 모인 삼총사의 만남이다. 시커멓게 그슬린 서로의 얼굴을 손가락질 해...
    Date2022.06.02 ByValley_News
    Read More
  4. No Image

    스승님 말씀 -서정홍 (농부 시인) -

    이놈들아, 어디서 무슨 짓을 하든 어깨 힘 빼고 살아야 혀. 어깨 힘 들어간 놈치고 인간 같은 놈 하나 없어. 돈깨나 있고 권력을 쥐고 있는 놈들 어깨를 가만히 봐. 장관이고 판검사고 어깨 뻣뻣해지면 볼 장 다 본 게야. 그런 막돼먹은 놈하고는 상종을 하지...
    Date2022.06.30 ByValley_News
    Read More
  5. No Image

    시 <-우리 모두 낙타되어-> - 박복수 시인-

    -우리 모두 낙타되어- 박복수 시인 탯줄 끊어지는 흐느적한 고요 끝없이 펼쳐진 황막한 모래 벌판 풀도 마르고 선인장 하나 보이지 않는 사람도 숨 죽은 종말의 늪 천지개벽부터 누누(累累) 억만년 불박이 별처럼 한 치도 요동치 않은 인류 문명사 지구는 지금...
    Date2020.08.25 ByValley_News
    Read More
  6. 시대의 별 이어령 선생이 남긴 말들

    시대의 지성, 우리 시대의 스승, 진정 시대를 앞서간 분으로 존경을 받은 이어령 선생은 많은 말을 남겼다. 디지로그(digilog), 생명 자본, 축소지향의 일본인, 가위바위보론, 보자기 문화론, 지성에서 영성으로… 등등… 그가 남긴 말들은 어제...
    Date2022.03.31 ByValley_News
    Read More
  7. No Image

    아- 보이지 않는 몰매, 코로나 19 -박복수 시인, 문인 -

    이겨 내려는 몸부림 그러나 아무도 도와 줄 수 없는 숨 막히는 가슴이여 지루한 하루, 당신의 몸부림 어느덧 잠꼬대로 신음하는 성 난 파도 되어 죽음의 문턱에서 절규 하듯 공허한 선언이여 아- 나도 빨리 잠들어 저 고통을 나눠야지 여보 꿈 꾸었어요? 꿈 같...
    Date2020.10.02 ByValley_News
    Read More
  8. No Image

    아~보이지 않는 몰래 코비트 19 -박복수 시인-

    아ㅡ 삶의 아픔을 이겨내려는 ‘몸부림’ 아무도 도와줄 수 없는 숨 막히는 가슴이여 지루한 하루, 당신의 몸부림 어느덧 잠꼬대로 신음하는 성난 파도되어 죽음의 문턱에서 절규하듯 공어한 선언이여 아, 나도 빨리 잠들어 저 고통을 나눠야지 여보...
    Date2021.06.23 ByValley_News
    Read More
  9. 아버님의 여자 -소설가 김영강-

    오늘이 아버님 장례식 날이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민지는 몸도 마음도 천근만근이다. 가슴 한복판에 커다란 돌멩이가 얹혀 있는 것 같다. 아버님이 돌아가신 후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법적으로 어엿한 아버님의 부인인 여자가 걸림돌이 된 것이다. ...
    Date2021.02.25 ByValley_News
    Read More
  10. No Image

    안다는 것은? - 곽설리 소설가

    오전이면 습관처럼 전화를 하곤 했다. 그날도 평소대로 그녀에게 전화를 했다. 이상하게도 전화가 더 이상 연결이 되지 않았다. 머릿속이 하얘지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가 전화를 바꾸었거나,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린 게 분명했다. 더 이상 그녀...
    Date2020.02.22 ByValley_News
    Read More
  11. No Image

    알아두세요: 세계 각국 5월의 재미있는 기념일

    자료: Allison+Partners 세상에는 우리가 몰라서 그냥 지나치는 기념일이 참 많다. 단순히 재미로 만들어진 것도 있고, 상업적 냄새가 진하게 풍기는 기념일도 많다. 아무려나 하루하루를 기념하고 축하하며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이런저런 기념일...
    Date2023.04.26 ByValley_News
    Read More
  12. 어머니날 글- 아름다운 사람들

    5월은 가정의 달.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에 대한 사랑에 감사하는 계절. 코로나 때문에 길게 이어진 고립과 비대면 생활, 그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뉴노멀 시대에 적응해야 하는 어려움, 사회적 혼란 등을 겪으며 사람들의 심성이 많이 날카롭고 모질어져 갑...
    Date2021.04.28 ByValley_News
    Read More
  13. No Image

    영어속담 한국속담 -김 순 진 교육학 박사-

    "티끌 모아 태산이라. " From small things a great heap is made. Light gains makes a heavy purse. 티끌 같이 작은 물체라도 꾸준히 모으면, 언젠가는 태산 같은 거대한 덩어리가 될 수 있다는, 초등학교 때 배웠던 친숙한 속담으로, 아무리 적은 푼돈이라...
    Date2021.07.24 ByValley_News
    Read More
  14. No Image

    영어속담 한국속담 -김 순 진 교육학 박사-

    <핑계 없는 무덤 없다> There's reason in all things.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반드시 죽고, 죽으면 무덤에 묻히는 것이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고, 관례였다. 하지만, 삶의 끝에서 죽는다 것은, 예외 없는 운명이지만, 죽음을 맞게 된 원인은 사람마다 다를...
    Date2021.08.26 ByValley_News
    Read More
  15. No Image

    영어속담 한국속담: 초가삼간 다 타도... - 김 순 진 교육학 박사-

    초가삼간 다 타도 빈대 타 죽어서 시원하다. He got angry with the fleas and threw his fur coat into the oven. It's like burning one's house to get rid of the mice. Don't cut off your nose to spite your face. 빈대는 날지도, 뛰지도 ...
    Date2022.03.31 ByValley_News
    Read More
  16. No Image

    영어속담 한국속담; 평양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다 -김순진 교육학박사-

    평양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다. There is no accounting for tastes. 수많은 한국속담을 읽어 내려가다가, 내가 처음으로 반가운 느낌을 받은 속담이다. 사회적 신분에서는 물론 모든 가치체계에서 위계질서가 굳게 자리 잡고 있던, 전통 한국 사회에서, 평...
    Date2022.02.01 ByValley_News
    Read More
  17. 오렌지 - 수필가 이진용 -

    제17회재미수필 문학가협회 공모 장려상 수상작 내가 오렌지를 처음 접한 것은 충청도에서 초등학교에 다닐 때였으니 지금부터 꼭 60년 전 일이다. 도로를 통행하는 자동차라곤 하루 종일 3~4대가 고작인 작은 시골 마을이었다. 그날도 동네 또래 너덧 명이 어...
    Date2023.02.26 ByValley_News
    Read More
  18. 오월이면 더 그리운 어머니 -소설가 윤 금 숙 -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피천득- 어떤 이는 봄을 좋아하고, 누군가는 낙엽 지는 가을을 좋아한다. 각자의 취향이지만 봄보다 가을을 좋아하는 것은 어쩐지 우수에...
    Date2021.04.28 ByValley_News
    Read More
  19. No Image

    온 노멀 시대, 가을을 앓다 -조옥동 시인, 수필가-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 눈을 뜨면 밝은 햇살이 마치 내 기상을 기다리는 듯 침실 커튼 아래 앉아 있다. 제일 먼저 신선한 아침공기를 맞으려 발코니로 통하는 거실 문을 열면, 요즘 창문 밖에는 낯선 손님들이 찾아와 기다린다. 색깔도 모습...
    Date2020.10.02 ByValley_News
    Read More
  20. 욕쟁이 할매 -노자규의 골목이야기-

    햇살의 사랑을 품은 들풀들 사이로 족히 40년도 더 되어 보이는 허름한 판잣집 앞 오래된 나무 간판에 <욕쟁이 할매 국밥>이라고 써놓은 가게 안에는 오늘도 손님들로 시끌벅쩍합니다. 구수한 시래기 국밥 한 그릇에 빨갛게 익은 깍두기를 얹어 먹으며 얼기설...
    Date2022.02.01 ByValley_News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Next
/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