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Islip Via Crystal Lake -<밸리산익회> 김찬호-

by Valley_News posted Sep 02,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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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인 또는 모험가들이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 뛰는 곳들이 있다. 히말라야, 알프스, 파타고니아, PCT, 산티아고 순례길 등, 그리고 또 빠지지 않는 의외의 장소가 있다. 알래스카의 데날리 산(Denali. 6,194m) 이다. 많은 이들이 맥킨리 산으로 기억하는데, 미국 25대 대통령 윌리엄 맥킨리의 이름에서 유래되어 1896년부터 불렸으나, 2015년 오바마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원주민들의 원래 이름인 데날리로 바뀐다. 북미 최고봉으로 6,194m에 불과하지만, 태평양에서 바로 치솟아 해발 높이에 비해 매우 험준하고 고위도에 위치해 기상도 험악하고 등반 난이도가 무척 높다. 등반 기점이 1,000~2,000m에 위치해 등반 고도로는 세계에서 가장 높다. 에베레스트는 3,500m 등반 고도지만 데날리는 5,000m가 넘는다. 산소 농도가 히말라야 7,000m급이고 동계에는 섭씨 영하 50도 이하 혹한이 맹위를 떨친다.

   1977년 한국인 최초 에베레스트 등정으로 온 국민의 찬사를 받았던 고상돈 대원이 1979년 맥킨리 산 하산 도중 추락사했으며, 일본인 최초 에베레스트 등정자이자 12,000Km 빙판을 단독 주파하여 인류 최초로 북극점에 선 일본의 영웅 우에무라 나오미 또한 1984년 맥킨리 등정 후 하산 도중 실종되었고, 장애인 최초 히말라야 14좌 완등으로 세계 산악계를 감동하게 했지만 2021년 히말라야 등반 중 실종되었던 고 김홍빈 대장이 10개 손가락을 잃은 곳도 맥킨리 산이었다. 그리고 지금의 데날리 산. 그 이름에는 어떤 영광과 비극이 공존하는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영화가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배우 숀펜이 10년을 준비하여 만들었다는 '인투더 와일드(In to the Wild)'. 부유한 가정, 명문대 졸업으로 탄탄한 미래가 보장된 크리스 맥캔들리스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가지고 있던 모든 걸 구호 단체에 기부하고 신분 증명과 신용카드도 버린 후 가족과의 연을 끊고 사라진다. 2년간 미국의 온갖 곳을 떠돌던 그는 1992년 히치하이킹으로 알라스카로 향한다. 집착에 가까운 알래스카로의 녹록지 않은 여정 끝에 데날리 국립공원 근처에서 버려진 버스를 발견하고 그곳을 임시 거주지로 정한 후 수렵과 채집으로 생존을 이어간다. 자유와 고독 속에서 맨몸으로 자연과 대면했던 113일간.  그러다 실수로, 독성이 있는 야생식물을 먹고 앓아누운 채 서서히 굶어 죽어간다. 죽음을 감지한 그는 사망 직전, 직접 쓴 메모지를 들고 카메라에, 애써지은 미소가 슬퍼 보이는 자신의 마지막 모습을 남긴다. 25세 청년의 마지막 작별 인사는 이러했다. 나는 행복했고 신에게 감사한다. 안녕! 모두에게 신의 축복을! 그의 시신은 몇 개월 뒤 인근의 사냥꾼에게 발견되고 그의 비극이 세상에 알려진다. 그의 영혼은 행복하고 자유로웠을까. 그의 비극과 상관없이 지금도 많은 모험가가 데날리를 꿈꾼다.

   엔젤레스 국유림, 산가브리엘 산맥 중심에 위치한 Mt  Islip은 1800년대 중반 이곳 풍광에 반해 이곳에 거주한 캐나다인 George Islip의 이름을 딴 곳으로, 오래전부터 정상에서 보는 LA 일대의 전망과 모하비사막, 산맥 고봉들의 위엄 등이 출중하며, 정상에는 1927년 산불 감시를 위해 산림국에서 세운 전망대와 캐빈의 석조잔해가 남아있다. 바로 옆 크리스탈 호수는 남가주 유일의 자연호수이다. 크리스탈 레이크 캠프장 끝, Windy Gap 트레일 헤드에서 Windy Ridge Trail 방향으로 들어선다. 파인트리 가득한 숲속 등산로는 PCT 길과 겹친다. 피톤치드 향 듬뿍 호흡하며 0.4마일 후 소방 도로를 만나고 가로질러 길을 건넌다. 계속 오르면 30여 분 후 삼거리 표지판을 보며 Big Cinega Trail 왼쪽 길로 들어선다. 아래 계곡의 멋진 전망을 보며 감탄사를 내뱉지만, 트레일을 돌며 흐르는 땀은 그래도  Windy Gap에서 때때로 불어주는 청량한 바람이 식혀준다. 3마일 지점 아이슬립릿지 트레일을 만난다. 정상까지 0.9마일 남은 표지판에서 왼쪽으로 마지막 피치를 올린다. 다소 가팔라진 몇 번의 스위치백을 지나고 정상에 서면 발디 산과 산가브리엘 산 계곡과 크리스탈레, 북쪽의 모하비사막 전경까지 360도 파노라믹 뷰가 꿈같이 펼쳐진다.

   ▶ 높이; 8,250 피트.  등반고도; 2,450피트.  왕복; 8.5 마일.  난이도; 3 (최고5).  등급; 4 (최고 5)  ▶ 가는길;118(E)-210(E)- Azusa Ave 에서 내려 산길 북쪽 39HWY 직진-East Fork 다리 지나고, 39Hwy 계속 따라가면 Camp Ground 끝에 있는 파킹장.

 

산행 1.jpg

 

산행 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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