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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말>

  사회에 좋은 영향력을 미치는 착한 사람들 덕에 그나마 세상이 유지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그런 사람은 아주 드물고 귀하지요. 그래서, 어쩌다가 그런 사람을 만나면 반갑기 그지없고, 조금이라도 본받고 싶어집니다. 그런 분의 이야기를 글로 써서 널리 알리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전설적인 등반가, 서퍼, 환경운동가이자 파타고니아의 설립자인 이본 쉬나드(Yvon Chouinard, 1938-)도 그런 좋은 사람입니다. <파타고니아>는 벤추라 카운티에 본사를 둔 세계적 아웃도어용품 회사입니다. 

  배울 점이 참 많은 사람이지요. 사람다운 삶, 자연과의 관계, 환경보호 등 근본적인 면에서 본받고 싶은 점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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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적 아웃도어용품 기업 <파타고니아>의 창업자 이본 쉬나드 회장(83)의 선한 실천이 화제를 모았다. 

  자신과 부인, 두 자녀가 소유한 지분 100%를 통째로 사회에 넘겼다고 지난 9월14일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밝혔다. 쉬나드 일가가 넘긴 지분은 무려 약 30억 달러(약 4조 1800억원)에 달한다. 

  지분의 98%는 기후변화 대처를 위해 세운 비영리재단에, 2%는 신탁사에 넘겼다. 영업이익 약 1억 달러도 매년 기부하겠다고 한다. 

  쉬나드 일가에게 남은 것은 0%. 이미 지난 8월 모든 절차를 마쳤다고 한다. 통 큰 기부다.

  이번 쉬나드 일가가 기부한 금액은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프로젝트들과 전세계의 저개발 지역을 보호하는 데 중점을 두고 쓰여질 예정이라고 한다. 이윤 창출이 아닌 자연 보존과 직원 복지를 최우선 가치로 삼았던 신념을 실천한 것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금의 자본주의는 소수의 부자와 다수의 가난한 자로 이뤄져 있지 않나. 새로운 형태의 자본주의에 선한 영향력을 주기를 바란다.”

 “선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와 능력이 있는 데도 하지 않는다면, 악한 것에 다름없다.”

  “이제서야 내 인생을 잘 정리한 것 같아 굉장히 마음이 놓이네. 우리에겐 이게 이상적인 해결책인거야.” 

  쉬나드 창업주와 그의 부인, 40대 자녀 둘은 흔쾌히 세금 폭탄을 맞는 기부 방법을 택했다. 이번 기부로 쉬나드 일가는 1750만 달러에 달하는 세금 폭탄도 맞게 됐다. 

  NYT는“큰 금액의 기부를 하는 기업가들은 있지만, 대개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여러 꼼수를 쓴다. 쉬나드 일가는 금액 자체도 상당할 뿐 아니라 실제 기부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세금 역시 피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말만 번지르르한 정치권이나 기업가들과는 다른 귀감이 된다.”고 전했다.

  (한편, 세금을 피하는 절세 방법으로 기부했다는 비판도 있다. 세금 전문가들은 쉬나드 가족이 이번 기부로 약 7억 달러의 절세 효과를 봤다고 본다.) 

  쉬나드 회장 본인은 소박한 셔츠를 계속 입고, 손때 묻은 자가용을 그대로 몰고 등산을 즐기며 여생을 보낼 작정이라고 한다. 그는 컴퓨터도, 핸드폰도 갖고 있지 않다.

  쉬나드는 인터뷰를 위해 NYT 카메라 앞에 설 때도, 청바지와 여러 번 빨아 색이 살짝 바랜 붉은 체크무늬 셔츠를 입고 있었다.

   ▲착한 기업의 대표주자  

  파타고니아는 ‘착한 기업’의 대표 주자다. 기업 목표로“(지구에) 불필요한 해를 끼치지 않고, 사업을 통해 자연을 보호하는 것”을 내세운다. 회사 이름 <파타고니아>는 그가 올랐던 남미 안데스 산맥의 봉우리 이름에서 따왔다.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가 만든 옷을 사지 마세요.”

  <파타고니아>의 광고 문구다. 지구를 보호하기 위해 자사 제품을 사지 말라고 광고하는 것이다. 파격적인 발상이다.

  이본 쉬나드 회장이 1973년 창립한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는 환경 보호 기업을 목표로 유기농, 친환경 원단만 쓴다. 하청업체 복지까지 꼼꼼히 살피다 보니 가격도 다른 브랜드에 비해 훨씬 비싸다. 

  적자가 나는 해에도 매출의 1%는 꼬박꼬박 기부금으로 낸다. 환경 기준을 어기는 기업은 원가가 아무리 싸더라도 협력사 명단에서 배제시킨다.

  ‘착한 기업’을 고집하다 보면 가격 경쟁력에서 밀려 수익성 악화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쉬나드 회장은 이런 통념을 뒤집고, 회사를 꾸준히 성장시키며 세계적인 브랜드로 만들었다. 미국에서 노스페이스에 이어 2위로 뛰어올랐고, 현재 세계 77개국에 수출하며‘아웃도어계의 구찌’로 불린다. 

  전문 산악인으로 시작한 쉬나드 회장은 성공 비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언제나 옳은 일을 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그것이 좋은 비즈니스로 연결된다.” 

   ▲암벽 타던 산(山)사나이의 깨달음

  쉬나드 회장은 미국 북동부 뉴잉글랜드의 메인주에서 1938년 태어났다. 아버지는 늘 술병을 들고 살았고, 그가 기억하는 어머니의 얼굴은 언제나 슬픈 표정이었다. 

  쉬나드 회장의 어린 시절은 책과는 거리가 멀었다. 책상 앞에 앉는 대신 들로 산으로 떠돌아다니길 좋아했다. 그는 학교에 갈 시간에 요세미티 공원 등에서 움막 생활을 했다. 고요함이 좋았고, 자연의 거대함에 빠졌다. 

  산의 정상까지 오르고 싶었지만 제대로 된 장비가 없던 시절이라 그는 손수 대장장이가 되기로 했다. 쇠붙이를 녹이고 두들겨 자신이 쓸 암벽등반 장비를 만들기 시작했다. 

  몇몇 등반가들에게 소문이 나면서 <쉬나드>라는 이름의 암벽 장비를 팔기 시작했다. 처음엔 사업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그저 필요해서 오는 사람들을 위해 몇 개씩 만들어 주고 밥값 정도를 받는 게 다였다.

  쉬나드 회장은 한국과의 인연도 깊다. 1963년부터 약 2년간 주한미군으로 파병돼 서울에서 근무했는데, 북한산 등 서울의 산을 오르는 게 큰 낙이었다고 한다. 그가 당시 좋아했던 루트가 <취나드 A길, B길>이라는 이름으로 지금도 등산객들이 사랑하는 코스로 남아있다. 원하는 등반 장비를 구할 수 없자 서울 중구 쌍림동의 대장간에서 주문 제작까지 했다고 한다.

   ▲등산이 산을 망치면 안 된다

  군대를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온 그는 본격적으로 등산 장비회사 <쉬나드 장비>를 만들었다. 마침 1960년대 후반부터 미국인들 사이에 암벽 등반 붐이 일었다. 사람들이 너도나도 등산 장비를 갖추고 산으로 몰려갔다. 쉬나드 회장도 그중 한 명이었다. 

  어느 날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바위산 엘카피탄을 오르던 그는 바위의 균열과 변형을 발견했다. 균열의 원인은 암벽 등반용 쇠못인‘피톤’. 강철로 된 피톤을 바위에 박고 빼고 반복하는 과정에서 산이 파괴되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 피톤 제조사업은 회사의 핵심 사업이었다. 그 사업을 포기하면 회사가 망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과감히 피톤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아름다운 등반로가 훼손되는 걸 그대로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망치만 사용하지 않아도 훼손을 줄일 수 있다고 판단한 그는 못을 박지 않고 암벽의 홈 사이에 끼워 넣어 사용할 수 있는‘알루미늄 초크’를 대안으로 떠올렸다. 1974년 알루미늄 초크를 피톤 대신 카탈로그에 실었다. 초크는 불티나게 팔려나가기 시작했다. 쉬나드 회장은 강조했다.

  “우리가 옳다고 생각한 일을 실행하자, 더 나은 사업기회를 얻었다” 

  이 성공을 계기로 쉬나드 회장은 친환경 기업으로의 대대적 전환을 선언했고, 이때부터 환경 파괴를 최소화하는 <깨끗한 등산(clean climbing)> 운동의 전도사가 됐다.

   ▲재고처리? 폭탄세일 아닌 기부

  서핑, 스키, 등산 등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 파타고니아로 사업을 확장한 쉬나드는 1980년대 또 한번 고민에 빠졌다. 보스턴에 새 매장을 연 지 얼마 안 돼 직원들이 두통을 호소하는 일이 벌어지면서다. 환기시스템 결함으로 포름알데히드가 배출되지 않았던 게 원인이었다. 

  환기시스템을 고치면서 포름알데히드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 결과, 100% 유기농 목화를 이용해 옷을 만들기로 선언했다. 당시 유기농 면을 쓴다는 건 모험이었다. 미국 대부분의 회사들은 더 싼 생산비를 좇아 홍콩으로, 중국으로 옮겨가기 시작할 때였다. 

  원료비가 비쌌고, 이익은 쥐꼬리만큼 남았다. 3년간 재고는 쌓이고, 대량 감원도 감수해야 했다. 재고를 헐값에‘땡처리’하고 싶은 충동도 느꼈지만, 아무렇게나 버려질 옷을 생각하면 그럴 수 없었다. 

  대신 재난 지역 등에 기부하는 방식을 택했다. 파타고니아의 생각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매출은 껑충 뛰었다. 

   ▲새 옷 사기 전에 중고 의류부터 확인하라.

  50년간 <파타고니아>를 이끌어온 쉬나드 회장은 20년간 같은 티셔츠를 입고 있다. 공식적인 자리에도 늘 낡은 신발에 너덜거리는 바지 차림이다. 그는 말한다. 

  “최고의 옷을 만드는 이유는 오랫동안 입어 자원을 아낄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다. 더 이상 못 입는 옷은 모아서 재생 섬유로 다시 만든다.” 

  “어느 정도 입을 만하다면 새로 사지 말고 그냥 입던 걸 입으라”

  <파타고니아>의 대표적인 광고 카피다. 옷을 새로 사는 대신 나눠 입거나 물려 입고, 수선해 입으라는 것이다.  새 옷을 사라고 마케팅하는 대신 바느질 도구를 내놓는다. 단추 다는 법을 모르는 사람을 위해 수선 동영상 설명서도 만들었다. 중고 장터도 적극 추천한다. 

  “새 옷을 사기 전 이베이의 중고 장터부터 확인하라”고 권한다. 

   쉬나드는 경제전문지 포브스(Forbes)의 억만장자 집계에 이름이 오르는 것도 불편해했다고 한다. 

  “은행에 10억 달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렉서스 같은 고급 자동차를 모는 것도 아닌데, 내가 왜 포브스에 억만장자로 거론되는 건지 모르겠다.”

  파타고니아는 2019년에 UN지구환경대상 기업가 비전 부문을 수상했으며, “우리는 우리의 터전,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합니다”라는 사명 선언문을 바탕으로 지금도 자연과 스포츠의 야생성을 지키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산기슭에서 홀로 등산 장비를 만들 때부터 세계적인 아웃도어 브랜드를 이끌게 된 지금까지 50년간 바뀌지 않은 그의 철학은 뭘까. 

  “모든 의사 결정은 지금부터 100년 뒤가 기준입니다.” 

  “모두가 함께 힘을 합한다면 필요한 변화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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