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러 -“대지의 노래” 중 6악장‘고별’ -<밸리 클래식음악 동호회> 윤 종 화 회장-

by Valley_News posted Oct 3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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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러가 이 곡을 쓰기 시작한 1907년은 그에게 가장 힘든 해였습니다. 당시 빈 오페라 극장의 총감독이었던 말러는, 무엇보다도 고압적이고 까다로운, 철저한 완벽주의 때문에 많은 적을 만들었는데, 결국 이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져서, 사직으로 내몰리게 되었습니다. 또한, 끔찍이도 사랑하던 큰딸 마리아가 디프테리아에 걸려 세상을 떠나고, 말러 자신은 심장판막에 이상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아내 알마(Alma)는 후에, 이 세 가지의 사건이 한꺼번에 찾아온 말러를 향해, 말러의 교향곡 6번“비극적(Tragic)” 피날레에 빗대어, ‘말러를 쓰러뜨린 세 번 망치(hammer)의 타격’이라며 회상했습니다. 

 

   인정받은 직장과 사랑하는 가족과 그리고 자신의 건강을 한꺼번에 잃어버린 말러는, 삶과 죽음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을 때, 한스 베트게(Hans Bethge)가 독일어로 번역한 “중국의 피리(Die chinesische Flote)”라는 시집을 접하게 되고, 이 시집을 기초로 “대지의 노래”를 작곡하게 되었습니다. 

   말러가 이 곡을 완성한 1908년, 돌이킬 수 없이 건강이 나빠져서 심한 허무주의에 빠져 있던 그는, 자신의 생명의 불이 꺼져 가고 있음도 예감하고 있었습니다. 이상과 현실의 틈바구니에서 몸부림치며 덧없는 인생에 대한 회의와 그렇다고 그대로 뿌리칠 수만은 없는 이승에 대한 집착을 되씹고 있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마지막 제6악장‘고별(Der Abschild)은, 맹호연의“숙업사산방시정대부지 (업사의 산방에 묵으면서 전대를 기다림)”와 왕유의 시“송별”을 하나로 묶어 말러가 수정을 가하여 작곡했습니다. 연주 시간이 거의 30분에 육박합니다. 

   서두 부분에는 호른과 바순, 목관악기가 음산한 저음의 연주로 시작하는데, 온몸과 마음이 꺼져 들어가는 듯한 쓸쓸함, 그리고 곧 저승으로 떠나야 하는 불행한 현실을 절절히 고백하며 운명으로 받아들이면서도, 한없이 사랑하는 현세를, 봄이 되면 대지 어디나 봄에는 꽃피고 다시 푸르게 자라는 것처럼, 영원히 …, 영원히 … 잊지 못하며 차마 떠나보내지 못합니다. Ewig … ewig …영원히 … 의 외침이 허공 속에 메아리가 되듯 사라져 버리는 아름다운 알토의 목소리로 끝나는, 절망적으로 희망을 노래하는 역설적인 아름다움은 말러가 아니면 절대로 남길 수 없는 곡이라 생각합니다. 번스타인은 6악장의 마무리를 클래식 음악 중 가장 아름답게 끝나는 곡이라 격찬했습니다.

 

   지휘자 번스타인은 Bernstein“Who is Gustavo Mahler”에서‘고별’을 소개하면서 이 곡은 낭만파의 음악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새로운 현대음악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음을 노래하면서도, 낭만파 음악은 봄이 되면 새싹이 돋아나듯 영원히 (ewig, forever) 푸르리라고 젊은 관객들에게 설명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말러는 후기 낭만파의 마지막 작곡가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현재 겪는 불행과 함께 생명의 불꽃이 꺼져가고 있음을 예감한 말러는, 머지않아 저승으로 가야만 하는 참담한 현실로, 덧없는 인생에 대한 회의가 밀려오지만, 그렇다고 그대로 이대로 포기할 수 없는 이승에 대한 집착을 되씹고 있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마치 현악 5중주의 슈베르트처럼 …

   홀수 악장은 테너, 짝수는 엘토 혹은 메조소프라노가 노래를 부르는 6악장으로 구성된“대지의 노래"는 말러의 친구이자 제자였던 브루노 발터가 초연을 맡아 1911년 11월 뮌헨에서 이 작품을 세상에 알렸습니다. 이 공연에서 마지막 악장의 종지음이 사라지고 나서도, 발터가 한참 동안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면서 지휘봉을 내려놓을 줄 몰랐다고 합니다. 

   아마 음악 속에서, 이승을 향한 운명의 끈을 끝까지 놓고 싶지 않았던, 사랑하는 스승의 간절함을 공감하며 흘렸던 눈물이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문의 chesonghw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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