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벨룽의 반지(Der Ring Des Nibelungen)는, 바그너가 작곡한 4개의 서사 악극-Das Rheingold, Die Walkure, Siegfried, Gotterdammerung-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보통 4일에 걸쳐 장장 15시간 동안 공연이 되는데, 바그너가 대본을 직접 쓰고, 작곡했으며, 1848년에 시작하여 1874년까지 약 26년에 걸쳐 완성했다고 전해지는데 “니벨룽의 반지”또는“링 사이클”이라고 부릅니다.
바그너의 악극(music drama)은, 3-4시간 반 동안, 거대한 관현악곡이 처음부터 끝까지 쉼 없이 연주됩니다. 관현악의 음을 뚫고 아리아들이 관중들에게 전달되어야 하기에, 바그너 악극에서 등장하는 가수들은 큰 음량과 강인한 체력을 겸비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 연유로, 바그너 곡을 부를 수 있는 가수들은 전 세계에서 열 손가락 이내에 꼽을 정도라고 합니다.
가끔 사람들이 이렇게 긴 링 사이클을 어떻게 들어야 해요?”라고 묻습니다.“링 사이클은 엉덩이로 듣는 거예요. 괜히 머리나 귀로 들으려 하지 마세요”라고 조크하지만, 사실 직접 관람해 보면, 저 같은 바그네리안들에게는, 5시간 가까이 걸리는 신들의 황혼도 결코 지루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일반 청중들에게는 집중하기 쉽지 않을 시간일 것입니다. 더구나 15시간이 걸리는 악극을 한 번에 감상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울 것입니다.
몇 년 전에 돌아가셨지만, 저는 지휘자 로린 마젤 Lorin Maazel을 참 좋아합니다. 이미 베를린 필을 통해 바그너의 서곡 등을 여러 CD로 녹음한 적이 있는데, 반갑게도 1990년, Telarc 회사를 통해 링 사이클에 나오는 음악을 대사를 제외하고 주요 음악만 묶어 84분으로 편곡 arranged 하여 녹음하였습니다. 이 음반 안에는 물론 우리 귀에 익숙한 링 사이클의 명곡들, 발퀴리의 비행, 지크프리트 라인 여행, 지크프리트의 장례식, 등 20곡이 자연스럽게 연결 연주됩니다.
저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 모든 장면이 스쳐 지나가는 84분 동안에, 15시간이 걸리는 링 사이클을 모두 마스터하는 황홀한 기분이었습니다.
‘발퀴레의 비행 Ride of Valkyries’은 바그너가 작곡한 니벨룽의 반지의 2번째 오페라인“발퀴레”의 3막 서곡입니다.
8명의 발퀴레 들이 죽은 영웅들의 영혼을, 악한 알베리히 Alberich로부터 보호하기 위하여 자신들의 말에 싣고, 하늘에 있는 영웅들의 전당 (발할라 Valhalla)까지 인도해가는 장면을 묘사한 곡입니다. 많은 애호가가 이 곡 하나 때문에 4시간이 걸리는“발퀴레”를 보러 온다고 합니다.
누구나 처음 듣는 순간 그 느낌이 너무나 강렬해서 벼락에 맞은 듯이 전율하며, 혼을 빼놓는듯한 이 곡은, 놀랍게도, 약 5분의 연주 시간 동안, 세 가지 주제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또한, 4.5-5시간 걸리는 마지막 악극“신들의 황혼”중 가장 유명한 곡을 놓치지 않기 위해, 옆자리에서 졸고 있을지 모르는 친구를 깨워야 할 필요도 없어졌습니다.
반지를 주인들에게 돌려주지 않고 자신의 힘만 믿고 교만스럽게 욕심을 부리다가, 하겐 Hagen의 음모로 인해 등에 창이 찔려 생을 마감한 영웅‘지크프리트의 장례식’곡, 바그너를 대표하는 곡, 링 사이클을 종결하는 곡, 들어도 들어도 심금을 울리는 이 곡, 이 곡은 사실 설명이 필요 없는 곡입니다.
2008년 뉴욕 필과 함께 평양을 방문한 적이 있는 지휘자 마젤은, 모든 지휘를 암보로 하기로 유명한 분입니다. 오케스트라 대곡뿐만 아니라, 한번 연주로 끝나는 곡도 암보로 지휘했다고 합니다.
한 곡을 더 추천하면, 말러 교향곡 4번도 명반에 올려져 있습니다. 특히 1악장 끝부분, 3악장 시작 부분의 모든 현악기 음이 한 악기 음으로 들리는 단아함이 너무나 아름답고, 감미롭습니다. 그리고 4악장의 소프라노 케스린 베틀 Kathleen Battle의 목소리는 천상에서 노래하는 것 같습니다. 두 곡 모두 꼭 들어보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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