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산악계에 큰 족적을 남긴 박영석 대장(1963~2011). 그의 카리스마와 친화력으로 많은 후배가 그를 따랐고 소위 박영석 사단에 합류하는 것을 열망하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현재, 한국 산악계에 박영석 사단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 본인도 2011년 히말라야 안나푸르나에서 실종되었지만 그 전후, 9명의 후배들이 추락사, 실종, 부상 등으로 하나둘 사라져 지금 박영석 사단은 옛 명성으로만 남아있다. 그 박영석 사단의 막내 격으로 유일하게 버텨오던 김영미 대장(43세) 이 큰일을 저질렀다. 2023년 1월17일 한국인 최초, 아시아 여성 최초로 무지원, 무보조, 단독으로 남극점에 우뚝 선 것이다. 지난해 11월27일 칠레 허큘리스 인렛을 출발, 영하 30도의 살인적인 추위를 뚫고 무게 113kg 썰매를 끌며 하루 11시간씩 총 51일 동안 1185km를 혼자 답파하여 일궈낸 위업이다. 한국인 중에는 허영호 대장과 박영석 대장이 각각 2차례씩 남극원정을 갔었는데 태양광, 풍력으로 스노모빌을 이용했었고 모두 4명 이상으로 팀을 꾸렸었기에 여자 혼자의 몸으로 이뤄낸 그녀의 성취가 유독 돋보인다. 목숨을 건 고난의 도전 곳곳에 위기와 위험들이 그녀를 위협했다. 극점 자기장의 영향으로 나침반이 이상 작동하여 엉뚱한 곳으로 걷기도 하고 눈 폭풍과 얼음 천지에서 화이트 아웃, 난반사 등이 시야를 가린다. 쏟아지는 폭설 속에 잠깐 휴식을 취하다 일어서면 동서남북을 분간하기 어려울 지경. 50일 치 식량 50kg, 연료 11kg, 촬영 장비, 전자장비 10kg 그리고 텐트와 생존에 필요한 모든 것을 끌고 가야 했다. 113kg의 무거운 썰매가 뒤에서 당기니 목 근육과 인대에 통증이 지속됐다. 식량이 줄어들면서 짐이 조금씩 가벼워진다는 게 작은 위로였다.
눈보라를 동반한 강풍에 맞서 체온조절과 동상 방지를 위해 쉬지 않고 움직여야 했고 산소농도가 부족한 해발 2840m의 남극점 부근 강행군 때는 말 그대로 숨막히는 고통을 감내해 야했다. 그런 일상에서도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텐트 속에 들어와 누우면 살아있음의 감사함에 절로 탄성이 터져 나왔단다. 나름 그녀의 준비는 치밀했다. 남극 탐험에 대비 근육량을 늘리며 5kg 체중을 찌워 출발했고 열량 계산으로 매일 4,500칼로리를 섭취했지만, 체력 소모는 상상 이상이었다. 마친 후 14kg의 체중이 빠져있었다고. 김 대장은 2003년 히말라야 등반을 시작, 2008년 에베레스트에 오르고 그해, 국내 최연소(28세) 세계 7대륙 최고봉을 완등한다. 2017년에는 얼어붙은 바이칼호수 723km를 혼자서 건넜고, 2023년 새해 벽두 남극점을 단독 도달한 최초의 아시아 여성으로 역사에 기록됐다. 아마 지금쯤, 휴식 중에도 다음 모험을 계획하고 있을 그녀의 안녕을 기원한다.
조세핀픽은 엔젤리스 포리스트의 트레일 중 뻐어난 곳은 아니지만 손쉬운 접근성과 무난한 난이도, 탁 트인 정상의 풍광으로 붐비지는 않으면서도 즐겨 찾게 되는 곳이다. 주차장에서 콜비케년 계곡 좁은 등산로로 발을 내딛는다. 최근 제법 내린 비로 말라 있던 개울에 맑고 풍부한 수량의 개울물이 요란한 소리로 차가운 숲의 공기를 상쾌하게 흔들고 있다. 개울길과 교차로 나 있던 등산로가 오른쪽 계곡을 끼면서 차츰 가팔라진다. 그렇게 30여 분 후 숲과 계곡을 벗어나면서 잡목 가득한 완만한 등산로를 만난다.
근래 내린 비 덕분에 부드럽고 촉촉한 흙길을 밟으며 바라보는 산은 생기가 가득하다. 2.5마일 지점, 물탱크가 있는 새들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들어선다. 이어지는 호젓하고 그늘진 북 사면 등산로 1마일. 눈길 등산로를 기대했건만 아쉽게도 눈은 모두 녹아 잔설 흔적만 남아있다. 그리고 이어지는 기분 좋은 능선길의 시원함도 잠시, 힘겨운 발걸음으로 왼쪽 등산로를 돌고 또 돌아 지루함을 느낄 때쯤, 작은 송신탑이 있는 정상에 선다. 산과 바다, 도시가 어우러진 멋진 풍경화 속에 우리는 기꺼이 한 점 소품이 된다.
높이;5558 ft. 왕복; 8.5마일. 등반고도;2100ft. 난이도; 3 (최고5). 등급; 3(최고 5) 가는길; 118(E)- 210(E)-2 Hwy (N)-스윗처피크닉 지나고 왼쪽 Colby Canyon 파킹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