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26일 음악 감독 겸 지휘자인 로린 마젤이 세계적인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평양의 동평양 대극장에서 미국 교향악단으로서는 최초로 공연하였습니다.
그 당시 동아일보 뉴스에서는“평양 공항에 도착한 후 소감을 물은 기자들에게“평양은 쌀쌀한 가운데 진눈깨비가 내렸다. 퇴근 시간 무렵에는 전철과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가는 시민들이 곳곳에 보였다. 눈이 얇게 쌓인 평양 밤거리는 평소보다 약간 밝은 편이었다. 뉴욕 필 공연을 앞두고 평소보다 조명을 늘렸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처음 평양을 방문하는 외신기자들은 공항에 내려서 평양 시내에 도착하기까지 도로에 차량이 거의 없는 모습을 보고“초현실적인 장면이다”라며 신기해하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1926년에 이어 1928년 3월 프랑스 파리를 방문한 거쉬인은, 유명 작곡가들뿐 아니라 예술가들, 프로코피예프, 스트라빈스키, 라벨, 피카소, 헤밍웨이 등을 만났습니다. 유명한 에피소드로 전해오는데, 거쉬인은 1차 방문 때에 작곡가 라벨 Ravel에게 스승이 되어달라고 요청했었습니다. 그러나 라벨은“이류의 라벨보다 일류의 거쉬인이 되는 편이 낫지 않겠느냐며 그의 청을 거절했다고 전해집니다. 그의 독창적인 창의력을 높이 샀던 프랑스의 다른 작곡가들도, 거쉬인의“랩소디 인 블루 Rhapsody in Blue”에 경의를 표하며 동등한 대우로 거쉬인을 성공한 작곡가로 예우했다고 전해집니다.
우리에게 귀에 익은“랩소디 인 블루 Rhapsody in Blue”의 작곡가로 널리 알려진 거쉬인(1898-1937)은 러시아에서 이민 온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비슷한 시기의 미국 작곡가로서“아팔라치안의 봄”을 작곡한 아론 코플랜드가‘서부의 음악가’라면, 거쉬인은‘뉴욕의 음악가’라 할 수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피아노와 음악 공부를 한 거쉬인은 작곡한 곡 중“스와니강 Swanee”로 명성을 얻은 후, 1924년“랩소디 인 블루”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1925년 파리를 여행한 후 파리의 매력에 푹 빠진 거쉬인은“파리의 아메리칸 American in Paris”를 작곡하여, 가장 미국적인 음악의 장을 연 미국의 20세기 작곡가로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그 후 1935년에는 듀보 헤이웨드 DuBose Heyward의 작품을 바탕으로 작곡한“포기와 베스”를 발표하여 절찬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거쉬인은 안타깝게도 39세 되는 해에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파리의 미국인”은 1926년 처음 파리를 방문했을 때, 그 당시 두 명의 친구 Robert and Mabel Schirmer에게 선물했던“Very Parisienne”라는 짧은 선율 a rhapsodic ballet에 기초하여, 1928년 다시 파리를 방문한 해에 작곡되었습니다.
거쉬인은 이 곡을 작곡한 배경에 대해 클래식 음악 잡지사 Musical America와의 인터뷰에서“파리를 방문한 미국인이 도시 거리를 거닐며 거리의 다양한 소음을 듣고, 프랑스의 분위기를 느끼면서 받은 인상을 묘사한 곡”이라 했습니다. 거쉬인은 파리 방문을 계기로, 본격적으로“파리의 미국인” 뿐만 아니라“랩소디 인 블루”와“피아노 협주곡 F장조”를 콘서트홀을 위한 음악으로 작곡하여, 재즈와 클래식 음악을 성공적으로 결합한, 미국 음악의 정체성을 확립한 인물로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이 곡은 1928년 12월 카네기홀 Carnegie Hall에서 월터 담로슈 Walter Damrosch의 지휘로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초연되었으며, 거쉬인은 파리 시내에서 그 당시 택시에 사용되던 경적을 가져와 초연에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1부에서는 자동차 경적이 가득한 활기찬 파리의 거리 풍경에 놀라고 감동하는, 2부에서는 카페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느끼는 블루스풍의 고향 뉴욕의 향수를, 3부에서는 다시 화려하고 활기찬 거리를 산책하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1951년“American in Paris”의 영화가 제작되어 아카데미 6개 부분을 석권하여 명작의 반열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마젤 음악감독은 평양공연 때에 드보르작 교향곡 9반, 바그너의 로엔그린 3막 전주곡 등도 연주했습니다. 마젤 지휘자는, 연주 전에, 관중들에게 거쉬인의“파리의 미국인”을 소개하면서 언젠가“평양의 미국인”이 작곡될지도 모른다고 농담을 던져 박수를 받았습니다. 언젠가 미국의 어느 작곡가가, 서울 거리를 거닌 후“서울의 미국인”을 작곡한다면, 어떤 음악으로 탄생되어질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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