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에 거주하는 아마추어 산악인 76세의 김명준 씨. 연세대를 졸업 후, 대기업에 근무하다 서른한 살에 미국으로 이민, 갖은 고생 끝에 의류 사업가로 크게 성공한다. 여기까지가 인생 1막이라면 50세가 넘어 시작한 인생 2막은 모험과 도전으로 점철된다. 사업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LA 근교 산을 찾으면서 빠지기 시작한 등산이 차츰 그 반경이 확대된다. 아프리카 킬리만자로부터 시작, 에베레스트 등정을 끝으로 세븐서미츠(7대륙 최고봉 등정)를 완수했고 2003년부터는 북극과 남극 마라톤을 포함해 세계 8대륙의 대표적 마라톤들을 모두 완주했다. 7대륙 최고봉 등정자가 동시에 8대륙 마라톤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것은 그가 세계 최초이다.
2006년 10월 세계 기네스 협회로부터 7대륙 최고봉 등정 세계 최고령자 공인기록을 받을 당시, 그의 나이 만 63세였다. 세계 각지를 찾아다니며 고산 등정, 마라톤에 빠져있으면서도 그의 사업체는 잘 운영되고 있고 1남 3녀 자녀들 또한 교수, 의사, 판사 등으로 훌륭히 성장하였으니 성공적인 그의 삶은 얼마나 축복받은 인생일까. 그러나 그가 목숨을 걸고 살아오며 흘린 피와 땀을 안다면 단순히 축복만으로 평하기에는 그의 의지와 내공이 너무 대단하다. -----이상이 2019년 4월 필자의 산행칼럼이다.
유서 깊은 제127회 보스턴마라톤대회가 지난 4월17일 열렸다. 100개국 이상에서 온 3만여 명의 선수들이 참가했는데 신청만 하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LA 마라톤과 달리 보스턴 마라톤은 메이저대회에서 인정한 엄격한 기록을 충족해야 출전할 수 있다. 이 대회 연령별 마라톤 80세 이상 부문에서 김명준씨(80세)가 우승한 것이다. 그의 도전과 모험은 그 끝이 어디일까. “도전할 목표가 있는 인생이 아름답다.’ 그의 좌우명이다. 삶의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에 접어든 팔순. 세상 뒷전으로 밀려나는 나이임에도, 여전히 산을 오르고 마라톤을 즐기며 늘 푸른 청춘으로 살아가는 김명준 씨는, 우리의 나태함에 경종을 울리며 세상의 편견을 깨고 있다. 우리의 이웃, 김명준 씨의 안녕을 기원한다.
Gabrielino Trail은 44.8 마일에 걸쳐 엔젤리스 국유림(Angeles National Forest) 중심부를 통과하는 트레일로 1970년 미국 최초의 NRT( National Recreation Trail) 로 선정된 미국 최고의 트레일 중 하나로 LA 타임즈 선정 남가주 Best 10 하이킹코스로도 꼽히는 곳이다. 동쪽 끝은 Mt Wilson 트레일 기점인 챈트리플랫 (Chantry Flat)에서 New Comb Pass, Spruce Grove, Red Box, Switch Picnic, Oak Wilde Campground를 거쳐 서쪽 기점인 Altadena의 Windsor Ave 트레일 헤드 파킹랏까지의 제법 긴 트레일인데 도심 속 깊은 숲과 숲을 관통하는 Arroyo Seco 강과 계곡의 경치가 멋진 곳인데 2009년의 대화재인 스테이션 산불로 엔젤리스 국유림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을 때 트레일이 폐쇄되었다가 산림청, 자원 봉사자, REI 등 후원자들의 헌신적인 노력 봉사 덕에 2018년 8월 트레일이 재개방되었다. 총 등반고도 6700 피트의 쉽지 않은 트레일이나 오늘의 목적지인 Oak Wilde Camp장까지는 등반고도 650피트의 아주 평탄한 코스이다. 주차장에서 왼쪽 미국항공우주국 NASA의 기술개발연구소 건물인 JPL을 끼고 포장도로를 걸어가는 우리 곁으로 산악자전거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가브리엘리노 트레일 표지판에서 오크와일드 캠프장까지 4.7마일 거리를 확인하고 아로요세코 강을 따라 구불구불하면서도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다리를 지나 Lower Brown Mt Rd 가 있는 삼거리에서 좌측으로 들어서고 2마일 여 지점 Gould Mesa Camp Ground까지 녹음이 짙어지는 숲의 찬 공기를 깊이 호흡하며 발걸음에 속도를 높인다. 스테이션 산불 후 15년, 거의 완벽히 회복된 자연의 회복력에 감탄과 감사의 마음이 미소와 함께 피어 오른다. Gould Mesa Camp장을 지나 삼거리에서 오른쪽 길로 그리고 Nino Picnic Area 지나 직진한다. 3마일 지점에서 만나는 목재 다리 건너 다시 직진한다. 오리나무, 버드나무, 단풍나무, Oak Tree의 숲이 번갈아 이어지고 지난 2, 3월의 폭우로 엄청난 수량의 Arryo Seco 강물이 계곡을 휘저으며 내달린다.
등산화를 벗어 맨발로 개울을 건너고 짐검다리를 만들고 돌고 돌아 개울을 건넌 게 여덟 개인지 아홉 개인지 기어코 회원 한 분이 미끄러져 물에 빠지고
말았다. 다행히 사고로 이어지진 않았고 상황을 수습 후, 아쉽지만 발길을 돌리기로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