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복에 유산소 운동을 하면 살이 잘 빠진다고 알려졌다. 섭취한 열량이 없다 보니 체지방을 운동 연료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 공복 유산소 운동이 적합하진 않다. 당뇨병 환자는 저혈당 상태에 빠지기 쉬우니 무언가 먹은 후 운동하는 게 좋다. 게다가 공복 상태에서 운동하면 빨리 지친다. 그렇다고 살이 찌긴 싫은데, 운동 전에 먹을 만한 음식이 없을까?
◇통곡물·고구마·당근 조금 먹어주면 좋아
운동 전에 배가 고프다면 통곡물을 조금 섭취해도 좋다. 정제 탄수화물로 만든 음식 말고, 꼭 ‘통곡물’이어아 한다. 통곡물을 통해 섭취한 탄수화물이 운동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면 운동할 때 활력이 생긴다. 일반 곡물보다 소화가 더딘 덕에 혈당과 인슐린 수치도 일정하게 유지된다. 포만감이 오래가는 장점도 있다. 혈당이 일정히 유지되는 것과 포만감이 오래가는 건 통곡물 껍데기에 식이섬유가 풍부한 덕이다. 통곡물 중에서도 귀리는 식이섬유의 일종인 베타글루칸이 많이 들었다.
통곡물이 싫다면 복합탄수화물인 고구마를 조금 먹어도 좋다. 몸에 포도당을 공급해 고강도 운동의 효율을 높일 뿐 아니라, 고구마 속 칼륨이 운동 중 생길 수 있는 근육 경련을 예방하기도 한다. 다만, 구운 고구마는 삶은 고구마보다 혈당지수가 2배 이상 높다. 될 수 있으면 삶은 고구마를 택하는 게 좋다. 위가 예민한 사람이라면 공복 상태에서 고구마를 먹는 건 피하는 게 좋다. 고구마에는 아교질, 타닌 등 위벽을 자극해 위산 분비를 촉진하는 성분이 많이 들어 있어서다.
통곡물도 고구마도 싫다면 당근으로 배를 조금 채워줘도 된다. 유산소 운동을 하면 체내 산화 작용이 진행되는데, 당근 속 항산화 물질인 베타카로틴이 세포막을 보호하고 세포 산화를 방지하기 때문이다.
◇식이섬유 함량 많은 채소, 가스 만들어 운동 방해
운동 전에 먹지 않는 게 좋은 음식도 있다. 브로콜리나 양상추 등 채소 중에서도 식이섬유 함량이 높은 녹색 채소는 피하는 게 좋다. 이들은 통곡물, 당근, 고구마에 비해 식이섬유 함량이 약 4배 많다. 식이섬유는 위에서 소화되지 않아 장까지 내려가는데, 대장의 박테리아에 의해 분해되며 수소, 메탄, 이산화탄소 등의 가스가 과다하게 발생할 수 있다. 복부 팽만감이 심해져 통증이 느껴지기라도 하면 운동에 집중하기 어렵다. 견과류 역시 운동 전엔 먹지 않는 게 좋다. 지방 함량이 높아 생각보다 열량이 높기 때문이다.
운동 전에 에너지를 얻으려 사탕이나 초콜릿 등 단당류 식품 에너지드링크를 먹는 사람이 많다. 좋지 않은 선택이다. 소비하는 열량보다 섭취하는 열량이 더 많아질 위험이 있어서다. 튀김류 역시 운동 전엔 먹지 않는다. 튀긴 음식 속 지방은 하부식도괄약근을 약하게 만들어 위산 역류 위험을 높인다. 자칫하면 운동하다 속이 쓰려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