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글판>은 서울 광화문광장 부근의 교보생명 사옥에 내걸린 대형 글판이다. 1991년부터 시작되었고 매년 계절마다 총 네 차례씩 문구를 변경한다.
윤동주, 고은, 정호승, 도종환, 김용택, 공자, 헤르만 헤세 등 동서양의 현인과 시인들의 작품 한 글귀를 인용해 디자인한 작품이다.
길에서 잠깐 읽고 지나가는 30자 남짓의 글이지만, 시민들에게 큰 위안을 준다. 시인, 소설가, 광고인, 언론인으로 구성된 문안선정위원회가 따로 운영되고 있고,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고민을 거쳐 선정된 문구들이다. 지난 30년이 넘는 동안 100개가 넘는 감성적 문구의 글판이 걸렸다.
★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풀꽃>
★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정현종 <방문객>
★
대추가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천둥 몇 개, 벼락 몇 개
-장석주 <대추 한 알>
★
먼 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 소리 들리면
보고 싶은 내 마음이
찾아간 줄 알아라
-정호승 <풍경 달다>
★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도종환 <흔들리며 피는 꽃>
★
가는 데까지 가거라
가다 막히면 앉아서 쉬거라
쉬다 보면 새로운 길이 보이리
-김규동 <해는 기울고>
★
두 번은 없다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 번도 없다
그러므로 너는 아름답다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두 번은 없다>
★
푸른 바다에는 고래가 있어야지
고래 한 마리 키우지 않으면
청년이 아니지
-정호승 <고래를 위하여> 중
★
나였던 그 아이는 어디 있을까
아직 내 속에 있을까
아니면 사라졌을까
-파블로 네루다 <질문의 책> 중
★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정현종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중
★
눈과 얼음의 틈새를 뚫고
가장 먼저 밀어 올리는 들꽃
그게 너였으면 좋겠다
-곽효환 <얼음새 꽃> 중
★
환하다 봄비
너 지상의 맑고 깨끗한
빗자루 하나
-박남준 <깨끗한 빗자루>
★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
머뭇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말고
-문정희 <겨울사랑> <*>
광화문글판 나태주